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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인연 - 인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
정준기 지음 / 꿈꿀자유 / 2014년 9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차tea를 좋아하게 되었다. 알고 있는 차의 종류는 기껏해야 집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몇 가지에 불과하지만 후후 불어가며 한 모금씩 마시는 그 느낌이 좋아 평소 차를 대신해 맹물도 잘 마셔댄다. 그 덕에 목으로 넘길 때 가장 맛있는 나만의 온도도 생겼고 차를 마시며 그윽한 향에 기분을 맡기는 여유가 무엇인지도 나름 눈치채게 되었다. 말린 쑥이나 뽕잎을 통째로 뜨거운 물에 넣어 마시기도 하는데, 이때 우러나오는 향은 들꽃에서 맡을 수 있는 향처럼 향긋하고 소박한 느낌이 들어 찻잔을 앞에 둔 순간만큼은 모든 게 다 평온해진다. 맥주에 치킨이라면 차 한 잔엔 책이 있지! 며칠 전,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말을 친구에게 남기며 요즘 읽는 책에 대해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린 왕자>가 떠오르기도 하고, 기억 속에서 잊혀 간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가 등장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산문집을 읽었다. 산문의 특성을 빌려 여러 생각과 경험을 고루 접하며 한 사람과 가까워지고, 미쳐 바라보지 못했던 각도에서 눈을 달리 떠보는 것으로 기분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오랜만에 그런 인연을 만났다. 이 책을 읽을 때 나는 생강차를 마셨지만 왠지 꽃잎차를 제대로 한 잔 마셔야 할 것 같았다. 차에 대한 이야기와 친구와 나눈 담소 속에서 내가 받은 추억과 평온, 향기란 단어를 비록 생뚱맞지만 이 산문집에 엮어보고 싶었다. <참 좋은 인연>에서의 인연은 사람, 책, 추억, 생각. 이렇게 네 가지로 나뉘어있다. 사람에 대한 인연으로만 생각하다 괜히 머쓱하고 말았다. 한 사람의 인연을 통해 나 또한 추억거리를 꺼내보게 되었고 당시 내가 느낀 감정과 태도를 되돌아보며 상상했다. 그 시절의 나를 반성하고 칭찬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글귀 중에 입으로 중얼거리게 하는 말이 있었다. 각각의 얼굴만큼 각양각색의 마음을 얻는다는 일. 변질되는 관계와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관계에서 인연의 지속력이 발휘되어야 할 때가 있다면, 얼마만큼의 정성이 곁들어져야 하는지, 지속력을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에 결부시켜도 되는 건지.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사람을 필요하에 곁에 두고자 한다는 건 진실돼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아 불편하게 들리곤 했지만 필요의 성격이 무엇이든 간에 내부의 관점에서는 다행스럽기도 하다. 산문집 속 사람에 대한 인연은 필요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고, 곁에 둔다는 말도 어색하다. 보이는 주변 사람들 또는 스쳐 지나가는 우연도 인연으로 만들어간다. 관계를 두고 애쓰지 않는다. 다만, 그들을 향하는 눈, 귀, 마음은 그들 자체로 본연을 숨기지 않는다. 감정이 사람과 풍경, 음악으로 찾아오는 것에 익숙해질 즈음. 책 속에서, 다른 환경으로 가꾸어진 어느 한 사람의 추억과 그간의 생각으로 찾아든 감성과 마주하고 있으니 오늘은 살짝쿵 마음이 흔들린다.
오호 이런 인연도 있구나. 정말 꽃잎차 마셔야 하나보다.
우리는 앞날을 준비한다고 하면서 무미건조하게 현재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이 순간은 내 과거의 온갖 행위에 의해 이루어진 귀중한 단 한 번의 찰나이다. 현재는 과거의 일이 점지해 준 삶의 결과를 즐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미래를 준비하는 순간에도 지금의 삶을 느기며 만끽해야 한다. 현각 스님은 순간경을 다음과 같이 부연하여 설명한다.
"순간경! 이 커피 향을 맡는 순간, 재즈를 듣는 순간, 걷고 이야기하고 시장에 가는 모든 순간, 뺨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친구와 악수를 하면서 감촉을 나누는 순간, 이 순간, 순간...." - p.16, 「매 순간의 인연」
하늘이를 키우면서 동물의 본능에 감탄하곤 했다. 예를 들면 과자를 주려고 마음 속으로 생각해 움직이면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알아차렸다. 독심술을 하는 것 같았다. 그만큼 관찰력이 뛰어난 것일까. 먹는 데 대해서는 집념과 노력이 대단해 아까울 정도였다. 또 나를 쳐다보는 그 맑고 순진한 눈동자와 마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보호 본능이 생기기도 했다. - p.158, 「우리 집 강아지는 하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