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장하석 지음 / 지식채널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연말, 2014년 한 해를 돌아보니 어떻게, 와 함께 무엇을 이란 단어 속에 가장 마음을 쓰고 가까이 지낸 것 하다. 항상 우린 질문에 귀 기울여야 하고, 궁금해해야 한다 조언해주신 교수님의 말씀이 이제서야 와닿는다. 과정-과정을 거치는 방식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길들여진 것 같아 올 한 해, 허투루 보내지는 않았구나 한편으론 안도감도 든다.

철학과 과학이란 학문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 공통된 사항을 우리는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두 학문의 만남이 낯설게 느껴지는 면도 있지만 학문적인 접근법을 조금만 걷어내면 생각해 볼 수 있는 공통점들이 많아 보인다. 나는 그중 가장 큰 공통점을 질문믿음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고 있는 여러 종류의 힘도 질문과 믿음에서 꽃을 피운다.

내가 보는 빨간색이 다른 사람이 보는 빨간색과 사실은 전혀 다른 색감이지는 않을까? 하지만 우린 모두 의심 없이 각자 보이는 색감이 그저 빨간색이라고 명명하고 붉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어둠과 연관하여 무서운 경험을 해보지 않은 아가들도 왜 어둠을 두려워할까? 강아지들도 수면 중 꿈을 꾸는 것 같은데 다른 모든 동물들도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지구를 포함한 행성들은 어떻게 둥근 모양일까? 빠진 치아가 있던 자리에 새로운 치아가 자라나는 기회에, 우리 몸은 왜 한계를 두어야 했을까? 여행할 때 우린 시계를 믿어도 될까? 감정과 감각이 없는 사물이라서 기준을 정하는 데 더 정확한 걸까? 우린 왜 자꾸 묻고, 알고 싶어 하고, 이유를 붙이려고 할까? 우린 왜 자연에게 숫자를 입힐까? 그리고 모든 현상을 정의하려고 할까

호기심과 흥미로 이어진 질문은 어떻게 보면 내가, 이곳에 '있다' 즉, 존재 그 자체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내가 이곳에 있기에 나를 둘러싼 주변의 것에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하고. 또는 반대로 주변의 것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나'라는 존재의 본질적인 의미를 찾는 것에 하룻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이 책은, 과학적 이론과 가설에 의심도 해보며 학문적으로의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판단할 수 있는 힘과 호기심으로 마음을 쓸 수 있다는 것에 용기를 북돋아 주는 책이다. 과학사 중 큰 사건들(이론이 정립된 or 발견된 시기)을 몇 가지 다루며 어떻게 그러한 가설이 나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우린 지금까지 과학 서적에서 암기하다시피 하거나 상식이라며 그러한 이론을 기억하게 되었는지 당시 시대적 상황과 함께 쉽게 접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전에 과학의 본질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학은 숫자를 결합한 수치로, 철학은 여러 관념을 결합한 언어로 표현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인간적이고 그 결과는 모두 풍부하다.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경험으로 이루어진 경우 내지는 측정을 통한 이론이라 하더라도 결론은,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인간의 생각과 기준을 정하는 고민이 담겨있다.

보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그림 (그림 출처 구글)

나의 관점이 달라진 것일 뿐 상대는 여전히 그 상대다. 살아가는 데 눈(안구) 말고 또 다른 렌즈가 필요하다면

나는 어떤 렌즈를 필요로 해야할까. 어떤 렌즈로 주변을 바라보아야 할까 ​ / 주관적 일 수 밖에 없는 렌즈타령

이 책을 처음에 이어 한 번 더 정독했다. 쉽고 친절한 설명들 덕에 앞 페이지를 따로 들추어 보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게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다시 읽고 싶었던 거다. 이 책을 찾은 이유중 하나가, 내 안의 불안 때문이었다. 평소 이것이 옳은 건지 저것이 옳은 건지 흔들릴 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특정한 요소라는 건 내가 나 자신에게 하나의 방식으로 길들여지기를 강요한 그 생각 자체이지는 않았는지. 이미 답을 달아놓고 최선이 아니었을 수도 있는 그 답, 그 틀을 깨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았는지.

모두가 그렇다 하는 틀이 적어도 내 안에서 만큼은 한 번쯤 어긋나거나 깨트려지더라도 불안해하지 않기를 소망해보아도 될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다며 불안해하는 것도 또 다른 방식을 찾는 과정의 일부라며, 마음껏 질문하고 마음껏 느껴보라고. 그것이 소모라고 한다면 소모된 그 에너지가 있었음에 오히려 기뻐하고 흥분할 수 있기를. 올 한해 질문이 참으로 많았던 나에게 소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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