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
로버트 바 지음, 이은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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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대한민국을 기묘하게 패러디한 듯한 20세기의 외국인 탐정 성공스토리!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  
   

뜬금없이 OECD 이야기를 하겠다. 1966년 OECD 가입 이후, 우리나라는 여러 시장을 해외에 개방했다. 쌀, 쇠고기는 둘째 치고 뜻밖의 분야가 하나 있으니 바로 ‘탐정업’, 다른 말로 ‘민간조사업’이다. 우리나라엔 외국의 거대민간조사기업들이 컨설팅, 자문 등의 명칭으로 지점을 설립하고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우리나라 국적의 탐정이 없다. 탐정이라는 이름을 하는 것조차 불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젠 발몽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더란 말이지.

  물론, 외젠 발몽이 활동하는 20세기 초반의 영국에는 영국 탐정이 있었다. 하지만 외젠 발몽이 보는 영국 탐정, 경찰은 ‘바보’란 말이지. 법으로 ‘이 사람은 범인입니다.’하기 전에는 무고하다고 보는 영국 법을 우습게 여겨, 자신의 사무실 뒤편에 비밀의 방을 만들고 ‘범인이며, 범인일 수밖에 없고, 범인이 아니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라고 흥분할 범인들을 모아다 불법적으로 괴롭히는 외젠 발몽은 어쩐지,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외국 탐정들-물론 저렇게 영업하지는 않고-을 보는 듯해 즐거우면서도 씁쓸했단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이 책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재미가 없는 책은 이렇게 깊은 생각, 할 리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 어서 덮고 싶으니까.

  이야기를 끌고 가는 풍부한 표현, 재치발랄한 문체는 20세기 초반에 쓰여졌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었다. 최근의 프랑스 소설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달까. 또, 일상미스터리로 분류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자연스레 웃음을 자아낸단 말이지. 이런 소실이라면, ‘추리소설은 못 읽어유 ㅠㅠ’라고 말하는 친구들에게도 추천해주기 쉽겠다.

  뒤에 붙은 셜록홈즈의 패러디물도 신선하다. 특히 ‘셜로콤즈의 모험’에 나오는 셜록홈즈의 말투는 요즘 영국 BBC에서 방영했던 히스테릭한 21세기 셜록 홈즈를 보는 듯하여 몇 번이나 크게 “핫핫핫” 웃음을 터뜨렸다.

 

  추리소설이 부담스러운 분들이라면, 이 얇고 가벼운 책으로, 가볍게 첫 걸음을 뗄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맛보이기로 마음에 드는 몇 문단 필사.




p.143 

  이런 자세는 내가 지금까지 일을 하는 동안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람들은 탐정이 평범한 사람 눈에는 안 보이는 단서를 추적해 극적으로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줄 안다. 물론 그런 경우도 빈번하지만, 보통은 에디슨 씨가 말한 것처럼 끈기 있게 노력하는 것이 훨씬 확률이 높은 방법이다. 내가 500개의 다이아몬드에 얽힌 수수께끼를 해결하려다 실패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완벽한 단서를 쫓다 화를 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p.281 

  인간은 모름지기 의사, 변호사, 탐정한테는 모든 걸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법이다. 의사는 환자의 전폭적인 신뢰가 있어야 병을 고칠 수 있다.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유리한 부분과 불리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승소할 수 있다. 비밀 탐정은 모든 비밀을 알고 있어야 수수께끼를 해결할 수 있다. 전문가를 전적으로 믿지 못하는 사람은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실망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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