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로 보는 새의 생태

새는 건축가다 -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건축 이야기
차이진원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이 책은 원래 토목건축과를 전공했다가 새와 자연을 사랑한 나머지 야생 생물을 연구하게 된 저자가 쓴, 각양각색의 둥지를 통해 보는 새의 생태에 대한 책이다. 사람의 건축물을 전공하다가 새의 건축물을 탐사하는 저자의 이력이 일단 흥미롭다. 저자는 새의 둥지에 대해 글과 함께 전문가적인 시각으로 직접 그린 그림을 곁들이고 있다.

전 세계 9천여 종의 조류가 있으며 연약한 새끼와 알을 보호하기 위해 새가 둥지를 짓게 되는데 그 재료로 자연물 뿐만 아니라 도시나 마을에서 얻은 인공물로도 얻을 수 있다고 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책의 초반에는 하늘을 날게 된 공룡이 새의 기원으로 어떻게 둥지를 짓게 되었는지 간략히 진화를 짚어보고 있다. 드물게 새로 둥지를 지지 않고 나뭇가지에 곡예하듯 알을 낳아 두는 흰제비갈매기나 절벽에 알을 낳는 바다오리 등의 존재도 있었다. 그밖에는 절대 다수의 새가 둥지를 짓는다. 개중에는 아파트처럼 집단으로 집을 짓는 새 무리도 있었다. 둥지 중에서는 제비집요리로 잘 알려진 금사연이라는 제비의 둥지 이야기가 관심이 갔는데, 둥지 재료가 수컷의 침이라 식용이 가능하다고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 새와 둥지가 풍부한 컬러 그림과 함께 나와 내용이 다채로웠다. 책의 말미에는 저자의 관찰 기록과 함께 스케치도 곁들여 있고 조류에 따른 서식지와 둥지의 모양과 종류에 대해 표로 정리해 놓았다.

전체적으로 다채로운 그림과 함께 새의 둥지에 대해 생태학적으로 조감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아기자기한 식물의 사생활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 정원과 화분을 가꾸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식물 이야기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0년 3월

이 책은 독일의 원예학자이자 식물학자인 저자가 쓴 식물 및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쓴 것으로 2019년 독일 정원도서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아마 많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아파트같은 공동 주택에 거주하겠지만 마음 속으로는 마당있는 집에서 작은 정원이나 텃밭을 가꾸는 로망을 가지고 있으리라 본다. 하다 못해 밖에 등산길에서도 식물을 마주치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기에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전체적으로는 원예에 대한 82가지의 질문에 대해 쉽고 간략하게 답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매 항목마다 수채화 느낌의 다양한 꽃과 식물의 그림이 있어서 눈이 즐겁다.

책의 첫 부분은 식물의 일반적인 특성, 즉 식물의 생장과 품종개량, 수분 흡수, 수명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현존 최장수 나무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소나무의 일종으로 5066세 (아마 이 책의 원전이 발간된 시점을 고려하면 지금은 여기에 1-2년을 더해야 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 한 나무로 경이롭다.

뒤에 소개되는 환경이 식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나와 있다. 대다수 식물이 사교적이라 함께 모아서 길러도 성가셔 하지 않는 다는 것은 화분이나 작물을 키울 때 도움이 될 듯한 사실이다. 하지만 개개의 식물에 따라 비우호적인 이웃도 있다는데 책에는 표로 목록이 정리돼 있어 참고할 수 있겠다.

그밖에 이 책에는 화분에서 키우기 가장 적합한 식물은 뭔지, 커피 찌꺼기가 좋은 비료가 될지, 식물이 건강한지 그렇지 않은지 어떻게 알까? 하는 문제들에 대해 답이 실려 있다. 재미 있는 부분은 푸른 새 꽃이 왜 드문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전체적으로 풍부한 삽화와 함께 기초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원예에 대한 상식을 알 수 있는 책이었다.

SF 세계관 속에 펼쳐지는 우리의 삶

[eBook] SF는 정말 끝내주는데 : A♭시리즈 012 ㅣ A♭시리즈 12
심완선 지음 / 에이플랫 / 2020년 8월

이 책은 SF 작품에 대한 칼럼 모음집이다. SF에 대해 약간의 관심이 있다가 최근 김초엽 작가의 단편집을 인상깊게 읽어 전반적으로 여러 SF 작품에 대해 이야기한 이 책 역시 궁금해져 읽게 되었다.

책의 첫 부분은 여성 SF 작가와 그녀들의 작품에 대해 소개돼 있다. 이렇게 많은 뛰어난 여성 작가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돼 흥미로웠다. 특히나 80대에도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하면서 SF계의 노벨상감이라는 어슐러 르 귄에 대한 항목과 한국의 여성 소설가에 대한 항목이 인상적이었다.

어느 정도 페미니즘적 색채가 있는 첫부분을 제외하면 책의 대부분은 SF의 고전부터 최신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에 대해 섭렵하고 있다. 최근에 체코계 미국인인 야로슬라프 칼파르시의 사색적인 SF <보헤미아 우주인>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분량을 꽤 할애해 소개한 체코의 SF 역사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또한 평행우주에 대해서는 평소 관심있게 생각하던 주제였기 때문에 SF에서 설정오류를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장치가 된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SF 작품을 보면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꽤 많은 듯 한데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도 그러하다. 고층 아파트에서 규격화된 삶을 사는 <하이-라이즈 (1975)>나 현세의 귀족이 사후에도 연장된다는 계급사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불사판매 주식회사 (1959)> 등의 항목에서 그러한 분위기가 느껴져왔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SF 작품들이 단순히 흥미 위주가 아니라 미래 어느시점의 특정 세계관으로 배경을 옮겨 놓았을 뿐 우리가 살면서 부딪히는 개인적인 고민과 사회적인 명제 - 삶과 죽음, 계급, 여성, 차별 - 에 대해 놓고 탐구해나가는 여정을 빚어내는 소설의 한 종류이라는 점으로 다가왔다.

일상의 과부하에서 본연의 나 찾기

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 - 일, 관계, 삶의 과부하 속 내 마음 회복수업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3월

현대 사회에서 심신이 지쳐 있는 일상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책의 원제는 <The age of overwhelm> 다. 한국 번안 제목을 보면 번아웃인 상태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은 인생에서 부딪힐 수 있는 여러 가지 "과부하" 상태, 즉 여러 가지 이유로 육체적, 감정적, 정신적 소모가 많아 알아차림과 부하 조절, 여유를 찾는 것이 필요한, 좀더 포괄적인 상태를 말한다. 저자는 정신적 외상치유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라고 한다.

책의 앞 1/3은 지친 이유에 대해 살펴보고 있고 뒤의 2/3는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러 가지 풍부한 예시와 기존 연구의 결과, 위인들의 경구를 덧붙여 논리를 뒷바침하고 있는데 사실 해결방안은 의외로 간단하다. 신경쓰는 일의 가짓수를 줄이고, SNS와 디지털 기기, 뉴스의 자극에서 벗어나라는 것, 자연과 예술을 가까이하고 잘 웃고 여유를 가지면서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조언 등이다. 더불어 단순해지고 영성과 종교에 의지하며 공동체에 참여하기를 권유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심신의 피로가 누적된 우리에게 필요한 조언들이다. 다만, 여러 풍부한 예시를 곁들여 논지를 펴나간 것이 좀 산발적이고 나열식이라는 느낌이 들어 좀더 주제에 응축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된 내용이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좀 있었다.

전체적으로 만성적으로 피로한 현대인에게 이완하여 건강한 일상을 찾을 수 있는 팁들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하여

바이러스 쇼크 - 인류 재앙의 실체, 알아야 살아남는다, 최신증보판
최강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3월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하여

이 책은 최근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인류에게 큰 재앙을 안고 왔던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개괄한 과학 교양서이다. 저자는 현재 세계동물보건기구 전염병 전문가로서 다양한 국제협력 기술지원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 신종 바이러스 전염병에 대해 새롭고 흥미로운 과학상식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초판은 2016년에 나왔고 2판이 2020년 3월1일이니까 이번에 새로 나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를 덧붙여 낸 듯하다. 저자가 전문성이 있고 이미 몇 해 전까지 유행했던 대표적인 신종 바이러스 질환을 망라한 뒤 최근의 것을 추가한 것이라 바이러스 확산 후 1달여만에 나온 것 치고는 책에 급조한 느낌은 없었다. 다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에 대해서는 메르스처럼 종식 판정을 받은 것이 아니라 아직 한창 유행 중이라 이 바이러스 한정으로 내용이 최종본은 아니다 (다른 바이러스 전염병도 새로 뭔가가 발견되면 업데이트 되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최근에 뉴스처럼 이 책에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의 원인이 되는 자연 숙주로 박쥐를 지목하고 있다. 박쥐는 생태 특징상 한 동물에 수백만 마리가 함께 서식하고, 여러 종의 박쥐가 종종 함께 살며 비교적 긴 수명 및 겨울잠 등으로 바이러스가 오래도록 보유되기에 좋은 조건이라고 한다. 또한 날개가 있어 이동 거리가 길어 바이러스를 멀리 전파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과거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신종 바이러스가 야생 동물을 통해 인류에게 들어오게 되는 과정이었다. 애초에 야생 동물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과정은, 인간의 야생지대 개척으로 설 곳을 잃은 야생 동물이 인간 사회로 유입되거나 식육을 위해 무분별하게 야생 동물을 남획하는 데에 일정 부분 원인이 있었다.

또한 야생 동물의 바이러스가 사람 바이러스로 감염되기 위해서는 동물에서 사람으로 종간 장벽을 뛰어 넘어야 하므로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 중에 동물에서 해당 바이러스를 분리해내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어떻게 감염되어 전염병을 유발하게 되는지 그 기전을 그림과 곁들여 설명해 놓아 이해하기 쉬웠다.

책에는 이번에 출현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유행했거나 아직도 유행하는 사스,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 HIV 등에 대해서도 전염 유래와 치료 상황에 대해 수록해 놓아 정보성이 많았다. 지카 바이러스가 왜 중남미에 유행하는지도 지리적인 측면에서 풀이를 해 놓아 흥미로웠다.

책의 말미에는 바이러스 감염 예방 수칙으로 마스크 쓰기, 손씻기 등 개인 위생이 나열돼 있었다. 다만, 책에 바이러스 입자는 나노 크기의 초미세 입자로 전자 현미경으로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고 한 반면에, 손씻기의 효과에 대해서는 비눗물이나 손 세정제를 사용한 후에 세균수가 현저히 감소한 사진으로 설명하여 바이러스 예방 관련으로는 자료나 설명이 적절치 않아 보였다. 세균수가 줄었으니 바이러스도 그러할 것으로 추정된다든지 중간 연결고리같은 추가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듯하다.

전체적으로 최근 국가적인 재난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신종 바이러스 전염병에 대해 일별해 볼 수 있는 정보성이 가득한 과학 교양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