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세 시대가 온다 - 실리콘밸리의 사상 초유 인체 혁명 프로젝트
토마스 슐츠 지음, 강영옥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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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실리콘밸리로 파견된 독일인 기자가 최첨단 의료 현장에서 보고 듣고 취재하여 방대하고 세밀하게 디지털 의학 혁명에 대해 망라한 책이다. 다분히 현재진행형이면서도 미래의 SF적인 요소가 한데 섞여 있는, 일반 대중들은 잘 모르지만 해당 분야의 사람들은 인류의 문명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고자 불철주야 경주하는 첨단 의학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 냈다.

실리콘밸리 하면 IT 산업, 인터넷 산업, 인공지능으로만 떠올렸는데, 이런 기술과 더불어 미래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서 의학과 접목을 하여 컨버전스를 이루어 숱한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의료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곧 성공사례들이 속속 발표될 듯한 쟁쟁한 분위기가 책 속에서 확연하게 느껴진다.

이 산업 현장에 몸담고 분투하고 있는 자들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의 CEO, 제약회사의 경영자들, 스타 학자들, IT 개발자들로서 그들은 IT와 첨단 의학의 접목이 인류에게 건강 유지, 질병 진단 및 치료에 있어서 장미빛 미래를 선사해 줄 것으로 꿈꾸고 있다. 그들의 희망 섞인 메세지와 함께 저자는 부수적으로 수반될 수 있는 윤리적 혹은 인문학적인인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유전자를 디자인하여 원하는 아기를 얻기 위한 의료 기술에 대한 윤리 문제가 대표적이다.

전반적으로 저자는 인류 문명의 역사를 진보로 규정하고 있으며 디지털 의료 혁명이 가져다 줄 미래의 사회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연구개발 속도에 대해 압도당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혁명적 분위기라면 조만간 200세 시대도 실현될 듯하다. 여기에는 줄기세포 혹은 바이오프린팅으로 만들어지는 인간 장기(오가노이드), 개인별 맞춤형 디지털 의학, 디지털 예방의학, 딥 러닝으로 다루는 건강 데이터, 질병에 대한 유전자 치료, 면역 치료 같은 기술이 도움될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부분은 엘론 머스크가 이야기했다는 기계와 인간의 접목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뇌에 칩을 심어 컴퓨터와 직접 연결 되면 지적 능력이 향상되고 신체능력이 개선된 인간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 기계 뿐 아니라 인간과도 무선으로 텔레파시가 가능한 세계가 올 것이라고 한다.

책에서는 많은 사례를 다루었는데, 저자의 연고지 위주로, 즉 실리콘밸리와 독일의 상황에 대해 특히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 동시에 인류 문명의 발전을 위해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기술 개발 속도전에 있어 독일인으로서의 약간의 불안감도 내비치고 있다. 독일 사회의 분위기상 디지털 의료 개발에 대해 미국보다는 느슨하게 대처함으로 인해 선두 주자로 나서지 못한다는 조바심과 함께 이런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도록 강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최첨단 디지털 의료 혁명에 대해 아주 트렌디하게 변화의 흐름과 현업 당사자들의 분투, 곧 실현될 SF적인 미래에 대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분야가 너무 빨리 변화하므로 2018년에 처음 낸 이 책의 내용도 불과 몇 년 후면 옛일이 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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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詩作 - 테드 휴즈의 시작법
테드 휴즈 지음, 김승일 옮김 / 비아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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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국의 계관시인인 테드 휴즈의 시쓰기, 소설쓰기 입문서이다. BBC 교육방송 [듣기와 쓰기]라는 프로그램을 위해 쓴 글들을 모은 책으로 청소년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입문서라기 보다는 시와 소설 쓰기에 대해 가볍게 접근해 볼 수 있도록 이야기하듯 격려하는 책이다. 

책에는 8가지 소재로 글쓰기를 소개하고 있다. 동물, 바람/날씨, 사람들, 풍경, 소설 쓰기, 가족, 달에 사는 생물 등. 이에 더불어 기존에 나왔던 여러 가지 작품들 (주로 시)을 예시로 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전반적으로 흐르는 이야기는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 주제로 재미있게 써보도록 할 것이며, 소재에 대해 세밀하게 관찰하여 자세히 서술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테드 휴즈 자신의 어렸을 때의 이야기도 곁들이고 있다.

제시한 글쓰기 팁 중에 와 닿은 것은 제한 시간을 10분 남짓으로 하여 자유롭게 펼쳐 일단 훌훌 써 내려가면 글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것이란 점이었다.

전체적으로 아이들에 대해 따스한 감성으로 시와 소설을 어떻게 어렵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쓸 수 있을지 본인의 노하우와 함께 풍부한 예시로 차근차근 알려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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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세 하루 한마디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무노 다케지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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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01세까지 장수한 (2016년 타계) 일본의 기자가 쓴 글을 365일에 걸쳐 수록한 것이다. 주로 인생 말년에 쓴 글들로 저자의 삶에 대한 통찰이 녹아 있다.

일본인이지만 저자는 여러 전쟁을 거치면서 불합리한 일본 체제에 대해 자각한 양심적인 기자였던 듯하다. 반전, 평화, 민주주의를 주장하며 집필과 교육운동을 했다는 그의 글 중에 한반도, 중국, 일본이 형제의 유대감으로 풀 수 있다고 이야기 한 구절도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부분으로 나누고 각 계절에 맞춰 날짜별로 글들이 수록돼 있다. 하지만, 계절에 맞춰 내용을 국한한 것은 아니다. 그가 여러 차례 썼듯이 자연의 네 계절과 인생의 네 계절은 달라 인생의 가을 시기에 봄처럼 겪는 이도 있다고 봐서 그런 듯하다. 전체적으로 여러 번 나오는 주제는 전쟁, 평화, 생명, 젊은과 나이듦, 남성과 여성, 성공과 실패, 인간의 감정에 대한 단상들이다. 

앞으로 백세시대, 남은 날들이 많다. 이미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아본 이의 인생에 대한 잠언을 읽고 삶에 대한 자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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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만난 붓다 - 불교 명상과 심리 치료로 일깨우는 자기 치유의 힘
마크 엡스타인 지음, 김성환 옮김 / 한문화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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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불교 수행을 오래도록 한 정신과 의사가 팔정도를 바탕으로 하여 개인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주로 저자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사례, 그리고 상담 사례를 위주로 한 예시를 통해서 서술하고 있다.

영어 원제는 《Advice Not Given》인데, 그대로 직역하면 제목이 밋밋하니 좀더 불교적 느낌이 나도록 한글 번안한 것으로 보인다. 제목만으로 보면 저자가 불교적 관점에서 내담자들을 모두 붓다로 생각하고 치료한 듯한 느낌을 주지만, 사실 저자는 진료 현장에서 불교의 종교적 요소는 개입시키지 않고 심리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고자 하고 있다. 즉, 불교에서 체득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것은 맞지만 저자는 이를 심리학과 연계하여 순전히 심리 치료 테크닉으로 응용하려 노력하였다. 따라서 제목이 주는 느낌보다는 좀 축소된 불교의 범위에서 활용하고 있으나, 그래도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꽤 효과를 거둔 사례들이 나와 있다.

한편, 팔정도(정견, 정어, 정업, 정명, 정근, 정념, 정정진)에 대한 풀이와 적용 사례들을 보면 우리가 직관으로 인식하는 것과는 좀 다른 이색적인 느낌이었다. 아마 뭔가 말로써 풀고 논리화하는 데 익숙한 서양인의 시각으로 쓰니 그런 듯하다.

특색 있는 점은 불교적인 아이디어 다음으로 많이 언급한 것이 프로이트의 이론이다. 요즘 심리 치료 현장에서 그다지 주류는 아닌 이론으로 알고 있는데 저자는 꽤 유용한 도구로 활용하는 듯하다. 종합해 보면, 저자가 진료현장에서 잘 쓰는 두 가지 테크닉은 불교 심리학과 프로이트의 이론으로 보인다. 다만 한 가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은 저자가 다른 치료자(꽤 프로이트적인)의 치료법을 언급한 사례인데, 몸을 관찰할 수 있도록 옷을 벗고 침상 위에 누으라고 한 뒤, 다시 옷을 입고 상담하면서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을 모른다며 남자인 치료자를 유혹하는 연습을 시킨 장면이었다. 치료 효과가 있었다고 쓰고 있지만, 요즘에 이런 방법을 쓰면 매우 부적절할 것이다. 

재밌는 부분은 저자가 서양의 불교 문화에서는 꽤 선구자적인 인물인지, 로버트 서먼이나 샤론 샐즈버그와 함께 20여년 가까이 명상을 가르쳐 왔다는 점이었다.

전체적으로 불교의 팔정도 개념이 현실에서, 특히 개인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풍부한 사례와 함께 제안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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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희망 버리기 기술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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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의 최신작이다. 원제는 <Everything Is F*cked>이며, 마크 맨슨은 파워블로거라는데 인터넷 시대의 혜택을 입은 인풀루언서로 보인다.

전작은 안 읽었지만 그 자신이 다양한 기존 지식들을 소화하여 질박한 문투로 반론을 하고 참신한 제안을 하는 작가로 생각된다.

처음에 이 책은 어떤 허무주의자의 글이 아닌가 했다. 우리가 가지는 희망이라는 것을 여러 방면에서 깨부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 뇌와 감정 뇌로 나뉘어 있으며 감정 뇌의 지배를 받으므로 사실은 생각만큼 우리가 이성적이로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어서 우리에게 진보한다는 희망을 주었던 믿음들, 즉 영적 종교, 이념 종교, 대인 관계 종교, 과학 기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역설한다. 이런 현상을 집약적으로 상징화하기 위해 니체에 대해 상당부분 할애하면서 그의 "신은 죽었다"라는 말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읽다보면 존 그레이의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를 다시 읽는 듯한 기시감마저 든다. 

저자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기존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현상의 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자유로 나아가자고 한다. 그 일환으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회피를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내가 이렇게 하면 이런 보상이 주어지겠지' 하는 그런 조건적인 희망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가치를 추구하도록 이야기한다. 그런 면에서 고통 속에서 평화롭고 의연하게 소신공양한 틱꽝득과, 인간을 수단화하지 말고 그 자체로 목적으로 하자는 철학자 칸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그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AI가 오히려 인간보다 나은 가치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반어적인 기술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새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은 저자가 '파란 점 효과'라고 부른, 즉 현상이 어떻든간에 인간은 자신이 정한 일정 비율로 현상을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어떤 처지에서든 인간은 꾸준하게 7점 정도의 행복감을 느낀다는 지속성, 프로이트의 조카로 감정 뇌를 자극하는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 버네이스의 존재였다.

전체적으로는 기존의 테제를 깨는 역설과 함께 삶에서 일어나는 고통을 자연스로운 것으로 수용하고 평상심으로 행동하여 더 나은 인간 존재가 되자고 하는 내용이다. 다만 논리 전개 과정에서 비약이 좀 있어 보여 크게 와 닿진 않았다. 여러 가지 사항을 망라하고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싶은 작가의 의욕이 내용보다 더 앞서 있는 책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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