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희망 버리기 기술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경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의 최신작이다. 원제는 <Everything Is F*cked>이며, 마크 맨슨은 파워블로거라는데 인터넷 시대의 혜택을 입은 인풀루언서로 보인다.

전작은 안 읽었지만 그 자신이 다양한 기존 지식들을 소화하여 질박한 문투로 반론을 하고 참신한 제안을 하는 작가로 생각된다.

처음에 이 책은 어떤 허무주의자의 글이 아닌가 했다. 우리가 가지는 희망이라는 것을 여러 방면에서 깨부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 뇌와 감정 뇌로 나뉘어 있으며 감정 뇌의 지배를 받으므로 사실은 생각만큼 우리가 이성적이로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어서 우리에게 진보한다는 희망을 주었던 믿음들, 즉 영적 종교, 이념 종교, 대인 관계 종교, 과학 기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역설한다. 이런 현상을 집약적으로 상징화하기 위해 니체에 대해 상당부분 할애하면서 그의 "신은 죽었다"라는 말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읽다보면 존 그레이의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를 다시 읽는 듯한 기시감마저 든다. 

저자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기존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현상의 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자유로 나아가자고 한다. 그 일환으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회피를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내가 이렇게 하면 이런 보상이 주어지겠지' 하는 그런 조건적인 희망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가치를 추구하도록 이야기한다. 그런 면에서 고통 속에서 평화롭고 의연하게 소신공양한 틱꽝득과, 인간을 수단화하지 말고 그 자체로 목적으로 하자는 철학자 칸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그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AI가 오히려 인간보다 나은 가치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반어적인 기술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새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은 저자가 '파란 점 효과'라고 부른, 즉 현상이 어떻든간에 인간은 자신이 정한 일정 비율로 현상을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어떤 처지에서든 인간은 꾸준하게 7점 정도의 행복감을 느낀다는 지속성, 프로이트의 조카로 감정 뇌를 자극하는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 버네이스의 존재였다.

전체적으로는 기존의 테제를 깨는 역설과 함께 삶에서 일어나는 고통을 자연스로운 것으로 수용하고 평상심으로 행동하여 더 나은 인간 존재가 되자고 하는 내용이다. 다만 논리 전개 과정에서 비약이 좀 있어 보여 크게 와 닿진 않았다. 여러 가지 사항을 망라하고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싶은 작가의 의욕이 내용보다 더 앞서 있는 책으로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