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료실에서 만난 붓다 - 불교 명상과 심리 치료로 일깨우는 자기 치유의 힘
마크 엡스타인 지음, 김성환 옮김 / 한문화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불교 수행을 오래도록 한 정신과 의사가 팔정도를 바탕으로 하여 개인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주로 저자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사례, 그리고 상담 사례를 위주로 한 예시를 통해서 서술하고 있다.
영어 원제는 《Advice Not Given》인데, 그대로 직역하면 제목이 밋밋하니 좀더 불교적 느낌이 나도록 한글 번안한 것으로 보인다. 제목만으로 보면 저자가 불교적 관점에서 내담자들을 모두 붓다로 생각하고 치료한 듯한 느낌을 주지만, 사실 저자는 진료 현장에서 불교의 종교적 요소는 개입시키지 않고 심리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고자 하고 있다. 즉, 불교에서 체득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것은 맞지만 저자는 이를 심리학과 연계하여 순전히 심리 치료 테크닉으로 응용하려 노력하였다. 따라서 제목이 주는 느낌보다는 좀 축소된 불교의 범위에서 활용하고 있으나, 그래도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꽤 효과를 거둔 사례들이 나와 있다.
한편, 팔정도(정견, 정어, 정업, 정명, 정근, 정념, 정정진)에 대한 풀이와 적용 사례들을 보면 우리가 직관으로 인식하는 것과는 좀 다른 이색적인 느낌이었다. 아마 뭔가 말로써 풀고 논리화하는 데 익숙한 서양인의 시각으로 쓰니 그런 듯하다.
특색 있는 점은 불교적인 아이디어 다음으로 많이 언급한 것이 프로이트의 이론이다. 요즘 심리 치료 현장에서 그다지 주류는 아닌 이론으로 알고 있는데 저자는 꽤 유용한 도구로 활용하는 듯하다. 종합해 보면, 저자가 진료현장에서 잘 쓰는 두 가지 테크닉은 불교 심리학과 프로이트의 이론으로 보인다. 다만 한 가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은 저자가 다른 치료자(꽤 프로이트적인)의 치료법을 언급한 사례인데, 몸을 관찰할 수 있도록 옷을 벗고 침상 위에 누으라고 한 뒤, 다시 옷을 입고 상담하면서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을 모른다며 남자인 치료자를 유혹하는 연습을 시킨 장면이었다. 치료 효과가 있었다고 쓰고 있지만, 요즘에 이런 방법을 쓰면 매우 부적절할 것이다.
재밌는 부분은 저자가 서양의 불교 문화에서는 꽤 선구자적인 인물인지, 로버트 서먼이나 샤론 샐즈버그와 함께 20여년 가까이 명상을 가르쳐 왔다는 점이었다.
전체적으로 불교의 팔정도 개념이 현실에서, 특히 개인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풍부한 사례와 함께 제안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