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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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민 할머니 화가의 책인데, 참 따뜻함과 산뜻함이 느껴지는 수필집이다. 책의 반 정도가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으로 채워져 있어 쉬운 텍스트와 함께 술술 읽힌다.


그림의 색감 역시 산뜻하고, 소박한 일상과 예쁜 전원의 모습이 눈에 싱그럽게 들어옵니다. 그림 속 등장인물들 역시 유쾌한 표정과 발랄한 동작들을 하고 있다. 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얼굴엔 거의 눈만 까맣게 점으로 찍은 것인데, 생동감 있는 표정으로 각인되는 걸 보면 정말 재주 많은 할머니같다.


예전에 빨간머리 앤을 재밌게 봤었는데 (애니, 책) 이 책을 읽을 때 시대와 소박한 전원 배경, 삶의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도 잃지 않는, 결국엔 잘 될 거라는 낙천적인 분위기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모지스 할머니의 산뜻한 컬러감을 즐길 수 있도록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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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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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어떤 강연회에서 여러 연자 중의 한 분으로 나오셨는데, 그 연륜과 어우러진 잔잔하고 온화하면서 울림을 주시는 분위기라 호기심이 갔다. 철학자보다는 수필가로 더 잘 알려지셨다던 김형석 선생님.

책 속에서 곧 100세 되시는데 일평생 조용히 자기 일을 하면서 성실, 사랑, 믿음의 삶의 태도를 일관되게 견지하며 살아온 분이란 게 느껴졌다. 본인 자신도 뭔가 큰 인물이 된다거나 큰 업적을 이루겠다 그런 목표없이 지금 주어진 삶에서 성실히 사셨다는데, 책에서 흔히 보던 영웅적이거나 화려한 삶이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작은 데서부터 지속적으로 실천하여 겸허히 일구는 모습이 더 인상에 남았다.

그리고 고령에도 불구하고 꼰대스럽지 않고 열려 있는 시각,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면서 교조적이지 않고 타종교에 대해서도 이해하는 모습, 개신교내에서의 문제점에 대한 솔직한 인식과 발언(이건 유튜브에서), 민족의 시대적 굴곡 속에 이념이 달라 남과 북으로 갈라진 친구들을 회상하는 모습도 참 담담하고 잔잔하게 녹아 있었다. 책이 고루하지 않고 잔잔한 유머도 있다. 아마 삶의 쓴 맛, 단 맛, 희로애락을 다 겪어내 뒤의 어떤 통찰과 관조겠지.

그리고 인생의 황금기는 60ㅡ75세이고 그때까지는 늙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더 성장하는 시기다, 자기도 80이후에 철들었다... 그런 말도 다시 생각해 보게끔 만들었다.

김형석 선생님에게서 배울 점은 큰 욕심도 그에 수반하는 스트레스도 없이 하루하루 작은 것에 감사하고 사랑하고 세상에 대한 열려 있는 마음이라 생각된다. 이 연세에 이 정도로 온전히 삶을 누리는 데에는 치매에 걸리지 않은 축복도 한몫했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인생 장기전이니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사랑으로 살면 행복할 수 있다 그런 느낌이다.

지금 주관적으로 본인의 나이가 많아 앞으로 뭔가 이루기에는 힘들 거 같고 제한이 있을 거 같다,... 그런 분들이 읽으면 특히 더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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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이브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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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루만에 재밌게 읽었다 ~ 호텔이라는 일정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을 옴니버스 형태로 서술해서 지루하지 않았다. 그리고 추리 사건들이 그렇게 하드하지 않아서 좋았다. 자기 직업세계에 막 입문하여 참신한 열정을 피어내는 주인공들의 캐릭터들도 귀여웠다.

어두운 면을 포함해 인간군상들의 여러 가지 이면을 캐치해내었지만 분위기가 무겁지 않고 가볍고 산뜻해 좋았던 기억이다. 추리소설 자체가 인간성에 대해 보여주긴 하지만 철학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하는 장르가 아니라 흥미위주의 전개라서 그런 거 같다.

암튼 후속으로 읽고 있던 《매스커레이드 호텔》에 나오는 다음 귀절이 와 닿았다 ㅡ 작전때문에 마주치게 되는 형사에 대한 것인데

[온화한 웃음을 띄고 있지만 그의 눈에는 세상의 어둠을 모두 알고 있는 듯한 으스스한 빛이 깃들어 있었다]

탁월한 표현력이다.

이런 한정된 장소에서 일어나는 추리소설물로 과거에 다른 작가의 《그랜드 호텔》 이란 게 먼저 있었고 작가가 여기에 착안하여 매스커레이드 시리즈를 기획했다는데 해당 소설도 시간나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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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 일 -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 인생학교 3
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정지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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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알랭 드 보통이 주축이 되어 '인생학교'를 몇몇 나라에서 개설하여 일반인 계몽(?)을 하는 거 같다. 이 책은 <인생학교 시리즈> 총 6권 중에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에 대하여 썰하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은 책 몇 권 소유만 하고 있고 아직 읽지는 않아 잘 모르고, 로먼 크르즈나릭은 작가 소개에서 인생학교 창립 멤버이자 교수라는데 책에 보면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거 같다.

<인생학교 시리즈>는 평이 좀 호불호가 갈려큰 기대가 없어 사지를 않았는데 이번에 예스24 북클럽 론칭 기념으로 10월말까지 무료개방하는 책들 중에 하나여서 물욕에 약한 나는 부랴부랴 읽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종이책+전자책 2500여권 쟁여놓고도 무료책이라면 혹한다~).

이 책의 잠정 독자는 지금 자기가 하는 일에 보람을 못 찾고 재미가 없어 전직轉職을 고민하는 (이직離職이 아니다) 사람들이다, 어쩌면 나도 포함해서. 살다보니 면벽수행하다 어디서 벼락같이 전직에 대한 종교적인 복음이오지는 않을 거 같아 나도 슬슬 이런 책을 들게 된 것이지.

책의 요지는 굳이 독자가 머리 쓰지 않아도 작가가 책 말미에 요약을 해 놓았지만, 내가 이해한 것도 비슷하다.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고 성취감의 본질은 의미, 몰입, 자유의 존재다. 직업에서 사회적 지위보다는 존경을 얻는 것이 중요하며, 돈보다는 의미가 중요할 수 있다. 천직은 성취감을 주는 직업일 뿐 아니라, 명확한 목표나 목적이 들어있는 직업이다. 천직은 어디서 뚝딱 찾는 게 아니라, 처음에 의사가 되려고 했다가 과학의 길로 들어서면서 서서히 구체적인 목적이 삶에 스며들게 되고 여기에 매일 매일 열중하던 퀴리 부인처럼 키워가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여러 직업을 경험하면서 여러 개의 자아를 활짝 펼치고 싶다면 '르네상스 제너럴리스트'와 '연속 스페셜리스트' (재능과 열정을 병렬식으로 펼칠지 직렬식으로 펼칠지에 대한 문제라고 이해하면 되겠다)의 두 가지 방법이 있으며, 은퇴 후 수명이 길어지는 요즘 세상에서 빛을 발한다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쉽고 재미있게 읽었다. 직업에 대해 막연히 갖던 관념을 작가의 구체적이고 명료한 정리로 치환해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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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 더 이상 내가 나를 닦달하지 않겠다. 자존감 높은 사람들의 17가지 생각습관
제임스 다운톤 주니어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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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 속의 설정이 독특한데, 상상속 심리상담가 닥터 밥을 설정해 놓았다. ; 닥터 밥은 젊었을 때 직장을 다니다 안 맞아 곧 때려치우고 자기가 좋아하던 코메디언으로 산다. 스탠딩 코메디언으로 살았던 거 같은데, 흡연자들로 인해 공기가 안 좋아 폐가 나빠졌고 이후 그만 두었다. 우울감에 빠지다 소피라는 멘토를 만나 변화하게 되었고 이후로 카운셀러의 길로 들어서서 이 책이 나올 때는 80대로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상담가로 등장한다.

이 책은 총 17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첫 장을 빼면 나머지 16장은 내담자와의 대화와 관련 조언들로 이뤄져 있다. 지난 번 보았던 백세희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내담자 입장에서 심리 상담(정확하게는 정신과 상담)을 기록한 것이라면, 이 책에는 상담자 입장에서 심리 상담 대화를 기록한 후 성찰을 주는 메세지를 넣은 것이다.

각 장의 대화에서도 주옥같은 조언들이 많이 나오며 상담 이후의 내담자들의 기록이나 저자의 메세지에도 지혜롭고 따스한 이야기기가 풍성하게 나온다. 특히 저자가 브리트니 스피러스처럼(누가 원조인지는 모르겠지만) 옷의 양면에 좋은 메세지를 새겨 입고 있는 모습이 재밌었다.

저자가 미국에 살기에 내담자들도 다 미국인이겠는데, 내가 상상하던 easygoing하는 미국인의 모습과 달리 현재 한국인들이 많이 겪고 있을 문제들을 함께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어 새삼스러우면서도 공감이 갔다. 하기야 사람사는 데는 어디나 같겠지.

개인적으로 특히 더 좋았던 구절들은 다음과 같다.

1장에서 "인생을 다시 살고 싶다면, 밝은 기운을 항상 느낄 수 있도록 마음을 활짝 열어놓으십시오." "장담하건대, 누구나 단 일주일이면 '지금보다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4장 '세상 탓은 이제 그만'에서

"스스로를 인생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하지 말기 바랍니다" "자신의 불행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기로 결심할 때 그런 힘을 되찾을 수 있답니다."

5장 '비극의 주인공을 자처하지 마라'에서

"'나는 비극의 주인공이다!'라는 선언을 그만두면, 그 순간 고통을 받기 위해 일부러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던지게 됩니다." "오늘부터 당장 자신을 즐겁고 행복한 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드라마의 제목은 '해피 바이러스 퍼뜨리기 여왕'입니다"

7장 '바보야, 문제는 자기 비하야'에서

"당신에 관한 세 가지 긍정적인 생각을 만들어 보세요."

13장 '이웃의 성공을 부러워하지 마라'에서

"당신의 마음을 햇살로 가득 채워라!" (스웨터에 새겨진 말)

이 중에서 7장의 좋은 말은 실천해 보려고 한다.

저자의 또 다른 책 목록 중에 <신성한 여행>이 눈에 띄어 다음 기회에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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