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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6년 7월
평점 :
저자가 어떤 강연회에서 여러 연자 중의 한 분으로 나오셨는데, 그 연륜과 어우러진 잔잔하고 온화하면서 울림을 주시는 분위기라 호기심이 갔다. 철학자보다는 수필가로 더 잘 알려지셨다던 김형석 선생님.
책 속에서 곧 100세 되시는데 일평생 조용히 자기 일을 하면서 성실, 사랑, 믿음의 삶의 태도를 일관되게 견지하며 살아온 분이란 게 느껴졌다. 본인 자신도 뭔가 큰 인물이 된다거나 큰 업적을 이루겠다 그런 목표없이 지금 주어진 삶에서 성실히 사셨다는데, 책에서 흔히 보던 영웅적이거나 화려한 삶이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작은 데서부터 지속적으로 실천하여 겸허히 일구는 모습이 더 인상에 남았다.
그리고 고령에도 불구하고 꼰대스럽지 않고 열려 있는 시각,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면서 교조적이지 않고 타종교에 대해서도 이해하는 모습, 개신교내에서의 문제점에 대한 솔직한 인식과 발언(이건 유튜브에서), 민족의 시대적 굴곡 속에 이념이 달라 남과 북으로 갈라진 친구들을 회상하는 모습도 참 담담하고 잔잔하게 녹아 있었다. 책이 고루하지 않고 잔잔한 유머도 있다. 아마 삶의 쓴 맛, 단 맛, 희로애락을 다 겪어내 뒤의 어떤 통찰과 관조겠지.
그리고 인생의 황금기는 60ㅡ75세이고 그때까지는 늙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더 성장하는 시기다, 자기도 80이후에 철들었다... 그런 말도 다시 생각해 보게끔 만들었다.
김형석 선생님에게서 배울 점은 큰 욕심도 그에 수반하는 스트레스도 없이 하루하루 작은 것에 감사하고 사랑하고 세상에 대한 열려 있는 마음이라 생각된다. 이 연세에 이 정도로 온전히 삶을 누리는 데에는 치매에 걸리지 않은 축복도 한몫했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인생 장기전이니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사랑으로 살면 행복할 수 있다 그런 느낌이다.
지금 주관적으로 본인의 나이가 많아 앞으로 뭔가 이루기에는 힘들 거 같고 제한이 있을 거 같다,... 그런 분들이 읽으면 특히 더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