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진의 자녀교육 베스트 컬렉션 - 현명한 부모들이 고른
신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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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가 태어난 후 다양한 육아서적을 접했다. 육아에 관해서는 백지에 가까울 도로 사전 지식이 없었던 내게 소위 괜찮은 육아관련 서적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거리낌없이 받아들였다. 그 중에서 가장 깊은 감명을 던져준 책이라 한다면 푸름이 아빠가 쓴 책들과 시치다 마코토라는 일본인이 쓴 '0세 교육의 비밀'이라는 책이었다. 특히나 '0세 교육의 비밀'은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켜줬고 그 책에 흠뻑 매료된 나는 거기서 주장하는 소위 재능 체감의 법칙(0세~8세까지 급격히 재능이 발달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발달속도가 느려진다는 법칙)을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엄마 아빠들에게 늘상 소개하고 다닐 정도였다.

 '아이는 누구나 천재로 태어난다'
'환경에 따라 아이의 재능은 꽃을 피울수도, 소멸될 수도 있다'
'8살 이후로는 새로운 재능이 계발되지 않는다'
'어릴적 교육이 아주 중요하다'

이처럼 조기교육 이론가들이 주장하는 바를 나름대로 합리적이라 생각하여 의심없이 받아들였기에 아이의 두뇌성장을 위해 어릴적부터 교구와 서적에 다소 분에 넘치는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다행히 나와 아내는 아이의 CAPA를 고려하지 않은, 부모의 밀어부치기식 교육방법은 택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준비해놓은 값비싼 '준비물'들에 아이가 별반 흥미를 느끼지 못할 때 약간 속상해했을 따름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신의진씨는 다소 과격한 제안을 한다. 이 땅에 시치다 교육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학술적인 이론으로서 그 뚜렷한 근거조차 희박한 시치다 교육과 그 아류들이 유별난 교육열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상업주의에 편승하여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해를 끼치는 교육 문화를 양산해내는 현실에 깊은 분노를 갖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시치다 학습법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모르기 문에 그녀가 갖고 있는 적대감에 무조건 동의할 수는 없었다. 부모의 적절한 통제하에서 아이에게 가해지는 적절한 자극은 아이의 성장에 많은 도움을 주리라는 것에는 의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조기교육 열풍을 비난하는 저자의 논조에는 공감이 갔다. 소아정신과 의사로서 그녀가 다뤘던 갖가지 사례들을 종합해볼 때 우리나라에서 조기교육의 폐해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준비되지 않은 사회'와 '준비되지 않은 부모'가 여전히 큰 흐름을 주도한다는데 있다. 저자는 정신적으로 '아픈' 아이들을 치료하다보면 그 근본적인 문제의 핵심에는 언제나 정신적으로 '아픈' 부모(특히 엄마)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또한 영리를 위해 미숙한 부모들에게 '아이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불필요한 학습법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아이들을 더욱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넣는다고 경고한다.  

로스실로가 쓴 '유태인의 천재교육'이란 책을 보면 유태인들은 자신의 자녀에게 '남보다 뛰어나라'가 아니라 '남과 다르게 되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남과 다르게 되는게 목표가 된다면 자녀 교육이 어떻게 달라질까? 남들이 모두 다닌다고 해서 똑같이 학원에 보낼 필요가 없다. 옆집 누구누구가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내 아이에게 괜한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없다. 궁극적으로는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와지고 대신 내 아이의 장점과 특성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남보다 앞서기 위해 어려서부터 선행학습에 길들여지는 아이들을 위해 저자는 '느림보 학습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느림보 학습법은 엄마가 아이를 너무 앞지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신경하게 뒤쳐지지도 않고 아이의 성장에 발맞춰가는 것이다. 못다 이룬 부모의 욕심을 자녀에게 투영하는 '짓'은 아이의 인생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아이가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부모의 도리라고 할 수 있다. 이 학습법에서는 질책보다는 관심이, 무관심보다는 참여가, 그리고 비교보다는 인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기 중심적이고 꽤나 당돌했던 한 여성이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스스로 겪는 변화의 이야기가 무척 실제적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저자처럼 똑똑할 순 없지만 저자가 자녀들에게 갖는 애정어린 관심만큼은 누구나 가질 수 있고 또 반드시 가져야만 하리라고 생각한다. 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들이지만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자녀 교육이라는 백년지대계에 있어서조차 상식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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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 2007-12-10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신의진교수... 굉장히 똑똑한 여자죠.. 정말..
카리스마의 여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의사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b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 - 세계화, 비판을 넘어 대안으로, 확대개정판
세계화국제포럼(IFG) 지음, 이주명 옮김 / 필맥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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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쓴 토마스 프리드먼은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국경의 장벽없이 금융자본의 이동을 부추기는 전자투자가 집단으로부터 배척당하지 않고 그들을 유용하게 끌어들이기 위해 국가가 갖춰야할 표준화된 시스템을 '황금구속복'이란 조어로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황금구속복을 입고 이를 계속 단정하게 유지하는 나라에는 전자투자가가 몰려들어 국부가 증진되지만 황금구속복을 제대로 갖춰입지 못한 채 전자투자가 집단에 노출된 나라는 소위 감전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특정 국가가 주체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전자투자가 집단에 연결되지 않으면 되지않느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에 대한 본보기가 바로 북한이다. 다시 말해 현재 세계를 움직이는 시스템은 단 두 가지 선택만을 강요한다. 동참하여 성장하느냐(물론 운이 좋으면) 아니면 고립되어 멸망하느냐...  

토마스 프리드먼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그 기원조차 불명확한 세계화라는 조류는 싫든 좋든 지구상의 모든 국가, 그리고 그 국가를 지탱하는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게임의 룰에 적응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따르자니 너무 피곤하고 무시하자니 외톨이로 전락할 것 같은 진퇴양난에 빠진 건 세계 20여 개에 불과한 선진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도대체 불과 몇 십년 전만해도 존재하지 않던 '게임의 룰'을 누가 만든 것이며 모두를 피곤케하는 룰을 반드시 따라야만 할 이유가 있는가?  

이 책은 바로 이와같은 근원적인 질문을 유도할 목적으로 쓰여졌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은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는 책은 결코 아니다. 물론 해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는 지역공동체, 국가 공동체의 예를 중간중간에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대한 고찰일 뿐 일반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해법이라 말할 수는 없다.  

시스템이 복잡하고 거대해질수록 시스템 내의 역학관계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중심 세력을 한눈에 발견해내기란 여간 쉽지 않지만 이 책의 공동저자들은 세계화의 선두에 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르는 집단의 정체를 초반부터 콕 집어서 공격한다. 소위 말하는 '브레튼우즈 삼인방'이 바로 그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44년, 미국 뉴햄프셔 주의 브레튼우즈라는 지역에 세계의 주요 기업인, 경제학자, 정치가, 은행가들이 모여 미래의 전쟁을 예방하고 빈곤을 줄이고 세계를 재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세계 체제를 만들기로 합의하는데 이때 탄생한 기구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고 그 후에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를 거쳐 '세계무역기구(WTO)'가 탄생했다.  

이들 브레튼우즈 삼인방이 주창한 세계화 모형의 핵심 이데올로기는 다름아닌 자유무역을 통한 부의 증진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염려하는 것이 세계 모든 나라의 부를 증진시키는 것이고 빈국에서의 인권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면 더할나위없이 행복하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어느 시스템이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비슷한 논리를 지향하는 엘리트 그룹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세계은행, WTO, IMF 를 움직이는 리더십은 가난한 나라의 대표로 이루어진 것이 결코 아니다. 거대한 글로벌기업의 후원을 등에 업은 선진자본주의 국가(특히 미국)의 핵심 인력으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글로벌기업은 그 역시 자본주의 체제의 위대한 산물인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피하다. 한 국가 내에서 글로벌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과점상태에 접어들면 어쩔 수 없이 시장을 넓혀 다른 나라로 진출해야만 한다. 글로벌 기업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제한 없이 세계 모든 나라의 시장에 참여하고 싶겠지만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수입쿼터나 관세등의 무역장벽을 쳐놓은 나라들이 많기 때문에 손쉽게 열매을 따먹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만일 외부의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무역장벽을 걷어내야 할 운명에 놓인다면 어떻게 될까? 98년 아시아 위기때 그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IMF 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그들이 제시한 '위기 탈출 공식'중의 하나가 바로 불필요한 무역장벽의 제거이고 이는 글로벌 기업이 아무런 제한없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비단 경제적인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유무역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송오염문제, 기후변화를 야기시키고 있는 온실가스문제, 국가간 동질화로 인한 문화 다양성의 훼손, 공공자산의 사유화로 인한 불평등 심화.... 저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노라면 지금껏 내가 세상을 바라본 방식이 얼마나 지엽적이고 이기적이었는지에 대해 새삼 놀라게 된다. 때문에 나처럼 다소 세계화에 우편향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좌편향의 맛을 보여준 뒤 정신차리고 중심을 잡고 세계를 바라볼 것을 종용한다.  

서두에 얘기한대로 저자들이 제시한 대안은 여전히 미완성이고 어찌보면 다소 세련되지 못한 과격함이 엿보인다. 허나 그들의 말마따나 지속가능한 생태의 보존을 위해 다시 말해 급속도로 허리띠 둘레가 늘어나는 것을 건강의 신호로 삼고 있는 현 체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과격함조차도, 깊이 잠들어있는 대중의 눈을 뜨게 만드는데는 역부족이란 생각이 든다. 제 앞가림에 목매고 살아가는데 그쳐 내가 가는 길이 절벽을 향한건지 평원을 향한건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범부에게 들려주는 그들의 생명의 메시지는 분명 귀 기울여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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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으로 세상을 바꾼 구글 스토리
존 바텔 지음, 신윤조.이진원 옮김, 전병국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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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The Search' 이다.

책의 제목만 봐서는 한창 잘 나가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검색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구글의 이야기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구글이 탄생하기까지 검색의 주도권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야후, 알타비스타, 라이코스, 익사이트 그리고 구글의 실질적 수익사업에 소중한 영감을 안겨준 고투닷컴의 흥망성쇠가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전 세계인이 인터넷이라는 신천지에 매료되었을 때 기업공개로 떼돈을 긁어모은 막강한 IT 기업들이 막대한 자산으로 스토리지 용량에 아낌없는 돈을 쏟아부으며 포털의 왕좌를 놓고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을 때 수많은 IT 귀재들조차 그 존재의 보석같은 의미를 깨닫지 못한 '검색'이라는 키워드 하나에 집중하여, 의미없는 검색결과를 클릭하는 일에 지진 사람들이 결국엔 찾을 수밖에 없는 세계 최고의 검색시스템을 구축한 구글의 스토리는 수많은 실리콘 밸리의 천재들이 그랬듯이 차고에서 조그만 사업을 시작하여 결국엔 멋진 펀치를 한 방 날리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무림의 고수로 등극한 짜릿한 스토리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신생기업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성장할 때 창업자가 직면하게 되는 고민들을 구글의 똑똑한 젊은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풀어 헤쳐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기업의 정체성을 규명하고 속속들이 입사하는 새로운 멤버들에게 정신적인 규범 노릇을 할 단순 명쾌한 슬로건을 찾던 중 한 직원의 입을 통해 나온 'Don't be Evil(악해지지 말자)' 라는 문장이 두 창업자의 가슴에 내리꽂는 순간엔 참으로 흐뭇한 미소가 나오게 되지만 기업의 성장과 성공에 대한 욕구와 'Don't be Evil' 이라는 고상한 원칙이 상충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구글이 선택한 다소 '야비한' 제스추어로 인해 구글이라는 기업 역시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면 다소 우울해지는 건 비단 나만의 느낌을 아닐 것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일어선 기업이 성장과 성공이라는 무지개를 찾아다니며 그간 쌓아올린 신뢰의 벽돌을 하나씩 깨뜨릴 때조차 그 기업이 영속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야후와 구글의 재미있는 비교도 흥미롭다. 야후와 구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한다면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야후는 밑바닥까지 추락해봤지만 구글은 실패다운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한 거인이라는 것이다. 뼛속까지 아파오는 실패를 경험해봤다는 사실은 그 기업에게 더없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야후가 고객사를 대하는 태도, 회의를 주도하는 기업문화 등이 구글과 비교해서 더욱 합리적이고 '덜 악하다'는 평을 받는 것은 비단 기술자 출신의 창업자들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전문 경영인의 손에 기업의 운전대를 맡겼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추락해본 기업은 기업 내부에서 위기의식을 공유하게 된다. 그 위기의식은 자칫 교만으로 자랄 수 있는 엘리트의식에 적절한 제동을 걸어주는 장치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구글에게 아무리 'Don't be Evil'을 외쳐댄들 조직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정신을 차릴만한 어려움에 직면해 본 경험이 없다면 그러한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로 울릴 가능성이 크다.

 어쨌건 구글은 '구글 경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만큼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 인터넷'이 빙산의 몸체처럼 그 위용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조차 구글이 끼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데스크탑과 기타 저장 매체에 잠자고 있는 UCC(User Created Contents)가 인터넷에 연결이 됐을 때 구글이 행사할 수 있는 힘이 과연 어느정도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

 짧은 기간동안 구글이 제공하는 검색결과의 순위에 의해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 신발업자 닐 몬크리프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다가올 구글 경제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구글이 좋은 의도로 검색 결과를 제공한다 할지라도 그 곳에 엄청난 기회가 숨어있다면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검은 돈'이 몰리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선한 의도를 가진 제휴업자와 사용자를 위해 불순한 의도를 가진 불량배를 가려내는 미묘한 줄다리기 싸움 때문에 세상의 수많은 닐 몬크리프는 천당과 지옥 사이를 오락가락하게 될 것이다.

 구글은 과연 우리에게 어떠한 세상을 선사할 것인지....  책장을 덮고나니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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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안 하는 여자
한경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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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할 때마다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다시 일어나는 데에 인간의 참된 영광이 있다.' - G.스미스 

여느 남자들과 달리 '가사'가 취미(?)인 나는 스팀청소기 열풍이 일기 전부터 모회사 제품의 묵직한 스팀 청소기를 써오고 있었다. 돌이 갓 지난 아이에게 아토피 조짐이 보였던 터라, 우리 부부는 수십 년간 몸에 밴 걸레질을 포기하고 대신 '살균력'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장점을 보유한 스팀 청소기의 매력에 빠졌던 것이다. 여러모로 많은 장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걸레를 갈아끼우는 불편함이라든지, 청소기 자체의 무게 때문에 쇼파나 침대 청소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낄 즈음 매스컴을 통해 '한경희 스팀 청소기'란 이름을 듣게 되었다.  

이 책은 스팀 청소기 하나로 가전 제품 시장에 새 바람을 몰고 온 화제의 주인공 한경희씨의 자전적 성공기이다. 맨 처음 매스컴을 통해 '한경희 스팀 청소기'란 제품을 접했을 때 몇 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왜 가전제품명에 하필 사람 이름을 넣었을까? 한경희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왜 여타 스팀 청소기를 제치고 한경희 스팀 청소기가 주부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을까?  

잘 나가는 제품에는 그만한 스토리가 숨어있는 법! 한경희 스팀 청소기 역시 여느 평범한 제품과는 차별되는 스토리를 갖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역시 한경희씨 자신의 스토리가 자리하고 있다. 그간 읽었던 창업 스토리가 주로 남자들의 성공스토리(his story)에 무게가 쏠려있었던 탓에 한경희라는 한 여자의 성공스토리(her story) 는 성공이라는 상징기호에 숨어 있는 또다른 일면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약력에 나타난 그녀의 과거는 화려하다. 대학졸업과 함께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 본부에서 근무했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MBA 과정을 이수했으며 귀국 후에는 교육행정 사무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 그녀가 공무원 생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99년 한영전기를 설립, 2004년에는 연 매출 150억을 달성한 튼실한 중소기업을 일구어냈다. 여기까지가 이야기의 전말이라면 이런 류의 자전적 성공스토리를 읽는 독자는 내심 씁쓸한 입맛만을 다셔야 할 것이다. '원래 잘난 여자가 자신의 타고난 재능 덕택에 성공했다는데 그게 도대체 어쨌다는거야?'  

그러나 그녀의 IOC 생활이 우울증에 걸릴 만큼 외로웠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미국에서의 직장 생활이 소수민족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발버둥의 연속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지독히도 독선적인 아버지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어린 시절의 고통을 알고나서 그녀를 바라보는 눈길이 조금씩 바뀌어갔다. 누군가의 '화려한 이력'은 자칫 그 사람의 진실을 알기까지 무의식적인 편견속에 그 사람을 가둬놓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내내 '프로'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결코 완벽할 순 없지만 완벽을 향해 한발 한발 최선을 다해 다가서는 모습, 좌절하고 낙심해야 할 이유는 많지만 끝간데 모를 심연의 고통 속에서도 어느새 그 무시무시한 아픔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서는 초인의 모습... 처음으로 '스팀 청소기'란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나서 5천만원이면 개발할 수 있다는 엔지니어의 말만 믿고 시작한 사업이 결국 10억 가까운 돈을 쏟아부으면서 마무리되기까지 그녀가 겪어야 했던 고통의 무게를 상상해보라. 친정과 시댁의 집문서를 담보로 잡히면서까지 근근히 '연명'해야 했던 창업의 과정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의 연속이었으리라..  

누구나 성공을 바라지만 성공의 과실을 누리기 위해 마땅히 겪어야 하는 '인내력 테스트'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고난의 시간을 받아들이기로 태도를 바꾸는 순간 그 고난과 함께 '기회'가 눈 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아무런 리스크도 감수하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기회의 문도 쉽게 열리지 않는 법이다. 그녀의 이야기 (her story)가 알 수 없는 미래 앞에서 내심 주저하고 있는 나에게 던지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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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소가 온다 2 - 보랏빛 소를 만드는 방법
세스 고딘 지음, 안진환 옮김 / 재인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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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특출난 아이디어로 일을 저지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 두가지는? 

1. 아이디어를 찾는 것

2.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것

책의 저자는 1번 보다는 2번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즉,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찮은 아이디어라도 그 아이디어를 조직 내에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 더 쉽게 표현하자면 일을 '저지르는 사람'(저자가 '챔피언'이라 칭하는...)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편의 핵심 키워드가 '리마커블'이었다면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챔피언'과 '공짜선물(freeprize)', 그리고 '작은혁신'이다. 작은 혁신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큰 혁신(고비용, 장기간, 많은 인력 소요)보다 훨씬 쉽고 누구나 할 수 있고 리스크도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잘 만들어진 작은 혁신 하나가 큰 혁신으로도 하기 힘든 엄청난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저자가 사례 연구의 예로 든 '페덱스의 조(Joe)'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조 페론은 페덱스 지역 영업소 관리 직원이었다. 그는 모든 페덱스 트럭에 우편물 투입구를 뚫도록 하여 트럭을 굴러다니는 사무실로 만들었다. 지나가다가 페덱스 트럭을 만나면 봉투를 투입구에 집어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이 조그만 혁신이 사람들에게는 편리성을, 회사에게는 '고객만족을 추구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가져다 준 것이다.  

공짜선물은 우리나라 말로 번역해봐도 좀처럼 그 의미가 와닿지 않는다. (옮긴이도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그 고충을 토로했을 정도니까... ) 아마 '따조'라고 생각하면 그 의미가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예전에 오리온에서 과자 봉지 안에 '따조'라는 조그만 딱지를 넣어서 판매한 적이 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과자는 엄청난 매출을 올리게 된다. 아이들이 과자보다도 따조를 모으는 재미로 엄마를 졸랐으니까... 따조는 거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공짜선물과도 같지만 소비자(여기서는 어린애들..)는 오히려 공짜선물에 열광하여 과자를 구입하기에 이른 것이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형편없는 기내식을 없애는 대신 항공료를 더욱 낮췄다. 그리고 그들은 '친절과 재미'로 무장했다. 친절과 재미는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자산이다. 고객들이 조금의 불편함은 감수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친절한 서비스로 무장된 회사를 너나없이 찾게 된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우스웨스트는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챔피언은 공짜선물 혹은 작은 혁신이 단순히 머릿속에만 머무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사람이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챔피언이 조직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을 제시해준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가장 큰 깨달음을 얻었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1. 챔피언으로서의 명성을 쌓아간다.

2. 당신의 아이디어를 내놓기에 앞서 현 상황의 문제점을 부각시킨다.

3. 관객들이 안심하고 당신의 아이디어를 신뢰하도록 만드는 데 필요한 수단을 찾는다.

 누구나 더 나은 세계를 동경하지만 우리가 그 길로 들어서는데 가장 큰 방해가 되는 것은 바로 우리 안에 숨어있는 두려움이다. 챔피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그 두려움을 깨뜨리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세스 고딘은 우리가 내딛는 그 걸음이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가를 일깨워주고 있다. 그리고 더불어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길을 제시해준다. 바로 이것이 내가 세스 고딘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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