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으로 세상을 바꾼 구글 스토리
존 바텔 지음, 신윤조.이진원 옮김, 전병국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원제는 'The Search' 이다.

책의 제목만 봐서는 한창 잘 나가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검색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구글의 이야기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구글이 탄생하기까지 검색의 주도권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야후, 알타비스타, 라이코스, 익사이트 그리고 구글의 실질적 수익사업에 소중한 영감을 안겨준 고투닷컴의 흥망성쇠가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전 세계인이 인터넷이라는 신천지에 매료되었을 때 기업공개로 떼돈을 긁어모은 막강한 IT 기업들이 막대한 자산으로 스토리지 용량에 아낌없는 돈을 쏟아부으며 포털의 왕좌를 놓고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을 때 수많은 IT 귀재들조차 그 존재의 보석같은 의미를 깨닫지 못한 '검색'이라는 키워드 하나에 집중하여, 의미없는 검색결과를 클릭하는 일에 지진 사람들이 결국엔 찾을 수밖에 없는 세계 최고의 검색시스템을 구축한 구글의 스토리는 수많은 실리콘 밸리의 천재들이 그랬듯이 차고에서 조그만 사업을 시작하여 결국엔 멋진 펀치를 한 방 날리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무림의 고수로 등극한 짜릿한 스토리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신생기업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성장할 때 창업자가 직면하게 되는 고민들을 구글의 똑똑한 젊은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풀어 헤쳐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기업의 정체성을 규명하고 속속들이 입사하는 새로운 멤버들에게 정신적인 규범 노릇을 할 단순 명쾌한 슬로건을 찾던 중 한 직원의 입을 통해 나온 'Don't be Evil(악해지지 말자)' 라는 문장이 두 창업자의 가슴에 내리꽂는 순간엔 참으로 흐뭇한 미소가 나오게 되지만 기업의 성장과 성공에 대한 욕구와 'Don't be Evil' 이라는 고상한 원칙이 상충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구글이 선택한 다소 '야비한' 제스추어로 인해 구글이라는 기업 역시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면 다소 우울해지는 건 비단 나만의 느낌을 아닐 것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일어선 기업이 성장과 성공이라는 무지개를 찾아다니며 그간 쌓아올린 신뢰의 벽돌을 하나씩 깨뜨릴 때조차 그 기업이 영속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야후와 구글의 재미있는 비교도 흥미롭다. 야후와 구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한다면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야후는 밑바닥까지 추락해봤지만 구글은 실패다운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한 거인이라는 것이다. 뼛속까지 아파오는 실패를 경험해봤다는 사실은 그 기업에게 더없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야후가 고객사를 대하는 태도, 회의를 주도하는 기업문화 등이 구글과 비교해서 더욱 합리적이고 '덜 악하다'는 평을 받는 것은 비단 기술자 출신의 창업자들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전문 경영인의 손에 기업의 운전대를 맡겼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추락해본 기업은 기업 내부에서 위기의식을 공유하게 된다. 그 위기의식은 자칫 교만으로 자랄 수 있는 엘리트의식에 적절한 제동을 걸어주는 장치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구글에게 아무리 'Don't be Evil'을 외쳐댄들 조직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정신을 차릴만한 어려움에 직면해 본 경험이 없다면 그러한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로 울릴 가능성이 크다.

 어쨌건 구글은 '구글 경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만큼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 인터넷'이 빙산의 몸체처럼 그 위용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조차 구글이 끼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데스크탑과 기타 저장 매체에 잠자고 있는 UCC(User Created Contents)가 인터넷에 연결이 됐을 때 구글이 행사할 수 있는 힘이 과연 어느정도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

 짧은 기간동안 구글이 제공하는 검색결과의 순위에 의해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 신발업자 닐 몬크리프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다가올 구글 경제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구글이 좋은 의도로 검색 결과를 제공한다 할지라도 그 곳에 엄청난 기회가 숨어있다면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검은 돈'이 몰리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선한 의도를 가진 제휴업자와 사용자를 위해 불순한 의도를 가진 불량배를 가려내는 미묘한 줄다리기 싸움 때문에 세상의 수많은 닐 몬크리프는 천당과 지옥 사이를 오락가락하게 될 것이다.

 구글은 과연 우리에게 어떠한 세상을 선사할 것인지....  책장을 덮고나니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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