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115 마음속 치열한 전쟁 끝에 나는 결국 푸보를 요양기관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공동 간병 방식을 택한 것이다. 평소에는 요양기관의 보호를 받고 응급 상황이나 입원이 필요한 때는 내가 책임지는 형태다. 나는 의지할 곳이 생겨서 좋고 푸보 역시 양질의 간병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p 147 엄마, 엄마가 그동안 아빠를 얼마나 정성스레 보살펴 왔는지 잘 알아요. 아빠를 보내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도요. 하지만 이대로는 얼마 못갈거예요! 엄마가 건강해야 아빠도 안심하고 계속 엄마한테 의지하죠.
p 152 용변을 최대한 손으로 받아내곤 했다. 그런데 그날은 내가 미처 손을 뻗기도 전에 이런 일을 겪어본 적도 없는 란란이 먼저 아무 망설임없이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받아내는 것이었다. 그 순간 울음이 터졌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 와중에도 아빠를 향한 딸의 사랑이 보였다.
배우자가 상대방이 아파가는 것을 지켜보며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못내 마음 쓰인다. 아버지 병상에서도 밤을 지새며 화장실 수발하며 이런 저런 심부름을 하던 모습을 엄마가 애잔하게 보시던 그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