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E. 커밍스 시 선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34
E. E. 커밍스 지음, 박선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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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영미희곡, 영미시를 수강한 적이 있었다. 영미희곡은 그런대로 재미있었고 학점도 꽤 나왔었는데 시는 수업때 듣는 것조차 정말 힘들었다. 차라리 모르는 단어가 많아도 찾아서 해석하는 고전이 훨씬 나았다. 그런데도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을유에서 출판한 책이라 읽고 싶은 욕심이 났다. 그래 한 번 읽어보자.


작가 E. E. 커밍스



작가 에드워드 에스틀린 커밍스는 20세기 미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시인, 화가, 소설가, 극작가이다. 1894년 메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난다. 어릴 적 그의 재능을 알아챈 어머니 덕분에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꽤 자유로운 유년기를 보낸다. 특히 아버지는 하버드대학 정치학 교수이자 목사로 유명한 분이었다.

작가는 하버드대에서 석서학위까지 취득한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에 자원입대하고 이런 경험을 통해 〈거대한 방〉을 집필한다. 1926년 그에게 큰 영향을 끼쳤던 아버지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간 이후로는 그의 작품의 큰 전기를 맞는다. 많은 작품과 회화작품집도 발간하고 강연과 여행으로 그는 말년을 보내다 뇌졸중으로 타계한다.


바람에 날아다니는 음소들


예전 테트리스라는 게임에 한 때 푹 빠져 있었다. 떨어지는 조각들이 어떤 모양이냐에 따라 바닥에 깔린 벽돌들이 없어지는 게임이다. 시간안에 벽돌들을 없애지 못하면 스테이지는 끝이 난다.

작가 E. E. 커밍스는 난해한 실험성과 형식미로 이미 유명한 시인이다. 특히 잎이라는 시를 읽으며 읽는 것인지 아님 보는 것인지 아님 바람에 글자 조각들이 날리는 건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마치 테트리스 조각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작가는 생전에 300편에 가까운 시를 썼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림도 그렸고 시 낭송까지 했다고 하니 그의 재능 하나하나가 탁월했다고 봐야 할 듯하다.

p 512〈잎〉이라는 시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그건 떨어지는 잎사귀 한 장의 고독감일 것이다. 잎사귀 한장과 그 한장의 고독한 낙하를 전달하기 위해 그는 각각의 음소를 분절하녀 행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배치하였고 그 결과 문장 구조를 부수어 잎사귀 한장이 떨어지는 모습을 시각화했다.-박선아 교수


그의 작은 순수


p 22 사방치기를 하다 줄넘기를 하다 그러면

이다

그리고

염소발의

풍선장수는 휘파람은 분다

멀리

휘이

그의 순수하고 자유롭고 따듯한 유년 시절을 보는 듯한 영상이 눈앞에 그려진다. 작가는 그의 부모와 여동생, 두 할머니, 그리고 가족처럼 여긴 두 하인과 흑인 잡부와 넓은 주택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특히 하버드대 교수였던 아버지는 그를 박람회, 서커스에 데리고 가기도 하고 친구들과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또한 어머니는 당대의 유명한 시인인 찰스 디킨스, 로버트 루이스와 같은 시인이 되기를 바라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조이팜을 돌봐주던 가족과 같은 잡부 샘 워드에 대한 작가의 슬픔이 가슴으로 전해지는 듯한 시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시이다.


p 182 비든 우박이든

샘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요

그의 무덤을 팔 때까지

:샘은 진정한 남자였어요

다리만큼 튼튼하고 곰만큼 강인하고

복제비만큼 매끈 했습니다.

어떻게 지내요

...

샘은 진정한 남자였어요

활짝 웃음을 웃었고

자신의 일을 마치곤

자신을 눕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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