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사는 여행
Little Blossom 지음 / 디디북스(디디컴퍼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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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여행에세이나 포토에세이가 주는 안온함, 그리고 대리만족은 다른 쟝르의 책이 주지 못하는 것들이다. 특히 〈지금을 사는 여행〉은 중간 중간에 나오는 이국적인 사진과 페이지 마다의 여백들이 여유와 안정감을 더해준다.

지금을 사는 여행, 여행에세이, 신간도서, 바로 지금

지은이 Little Blossom

4살때부터 피아노를 배워 작곡을 전공한 작가이다. 현재는 블라썸 피아노 대표로 나를 더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여행지에서 기록한 일기를 모아서 글쓰기에 도전한 책이다. "과거의 나보다 지금의 나에게 더 집중하며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 낯선 곳에서도 특히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록을 즐기며 인생 사진을 건질 줄 아는 사람이다."

여행 메이트-가족

작가는 어릴 적부터 여행을 좋아하고 삶을 즐길 줄 아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여행을 갈때 토끼 애착인형을 챙겨주시는 아빠의 자상함이 있었고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 들려오는 90년대 음악들을 들으며 우리나라 구석구석이 그려져있는 큰 지도책을 펼쳐 여행을 시작했다. 때론 빙빙 돌아갈 때도 있었지만 이런 에피소드들이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는 안목이 생기게 했다.

나 어릴 적에는 보자기에 도시락을 싸고 지금 생각해봐도 불편할 때로 불편한 치마를 입고 엄마는 우리를 데리고 여행을 다녔다. 버스를 타야할 때도 있었고 기차를 타야할 때도 있었다. 우린 삼형제라 한 손엔 짐을 들고 한 명은 아빠 손, 한 명은 엄마 손, 나머지 한 명인 나는 알아서 따라 다녀야만했다. '왜 이렇게 고생하면서 여행을 다녀야할까?' 라고 늘 생각했다. 아버지가 승용차를 사고도 우리의 여행은 계속 되었다. 그때도 나는 여행을 즐기지 못했다. 멀미를 할 때도 있었고 그냥 뒷자리에서 푹 잤다. 일어나라 그러면 그 곳이 어딘지도 몰랐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죄송스럽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아버지가 뒷자리에서 푹 주무신다. 어릴 적 생각이 나서 주무시는 아버지께 그냥 벨트만 확인 잘하시라고만 한다.


반가워, 코타키나발루& 부여

작가는 엄마와의 첫 해외여행지를 코타키나발루로 정한다. K 장녀라고 했던가. 보통 모녀여행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다녀온 사람들의 속내를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딸은 엄마가 이때만큼은 좀 즐겼으면 하는데 정작 이건 얼마냐 너무 비싸다. 이거 볼려고 여기까지 왔느냐등 불평들을 쏟을 때 딸은 자존감마저 내려 앉는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아예 하루 자유여행이 포함된 패키지 여행을 선택한다. 물론 ATM기를 찾아 삼만리하기도 했지만 석양과 반딧불이를 쫓아기는 프로그램은 글을 읽는 모든이들이 체험해 보고 싶은 코타에서의 플랜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늘 부모님이나 친구들 가족들과 여행을 했다. 7년전쯤 엄마와의 여행을 한번도 다녀오지 않은 듯해서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엄마, 부여여행어때? 이번에는 아버지 빼고 다녀오는 걸로?" 정말 좋아하셨다. 진작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좋아하셨다. 내 차로 가는 여행이었지만 숙소를 호텔이 아닌 게스트하우스로 잡았다. 아침에는 같은 숙소 사람들과 에그 앤 토스트를 먹으며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는 생전 경험해 보질 못한 것들을 해 보았다고 친구들에게도 자랑을 하셨다.

작가는 남자 친구와의 헤어짐과 그녀에게 닥친 여러 어려웠던 상황들을 가진 그 모습 그대로 호주로 떠난다.

p 98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 여행을 간다. 여행을 통해서 만나는 나와의 관계는 이전보다 더 돈독해진다.

p 104 인간관계와 여러 가지 상황들에 힘들었지만 결국 그런 나를 치유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p 105 깊숙이 숨겨온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가고 나를 사랑하려는 새살이 돋아가고 있었다.

25년전 즈음 호주 브리즈번에 다녀온 적이 있다. 기온이나 불어오는 바람이 부드러움 그 자체였던 도시였다. 물론 본다이 비치나 세 자매봉등의 유명 관광지에는 그 때도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3~4시 이후에는 지나가는 사람조차 없는 횅한 도시로 바뀐다.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그 때의 아련한 여행 추억이 떠오른다.

p 172 주저하지 마라. 용기를 내라, 그리고 도전하라. 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경험들은 소중하니까

주말마다 그리고 짬을 내서 미친 듯이 여행을 다녔다. 나를 발견하고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해서 다니는 여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현실도피라는 결론을 내리고 여행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여행에세이나 포토 에세이를 보면 과연 나의 여행이 도피라고만 정의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심도 해본다.

정리하며

p 208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 이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일들 때문에 걱정을 사서 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그런 구렁텅이에 있는 나를 회복하는 방법은 나를 사랑하고 돌보는 것이었다.

p 213 모든 것은 흘러간다. 내가 머물러 있는 지금이, 내개 존재하는 곳이, 따뜻한 세상이길 바란다. 그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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