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
윤채근 지음 / 북레시피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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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 윤채근 지음/ 북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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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환담]으로 우리네 역사에 상상력을 더해 맛깔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윤채근 작가가 [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으로 찾아왔다.



"나의 삶은 놀랍고 훌륭했지만

치욕적이기도 했다."



'페이퍼 체이스'는 종잇조각을 떨어뜨리며 도망가는 자를 술래가 쫓는 게임으로, 숨바꼭질과 비슷하다.

저자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쫓고 쫓기는, 숨 가쁘면서도 치밀한 페이퍼 체이스를 시작한다. [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은 특색 있는 캐릭터들로 이야기의 짜임새를 더 견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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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과 조선인, 경찰과 독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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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이 명확한 관계들의 갈등과 추적뿐 아니라 각자의 신념과 상황에 따른 모호한 연대가 더해져 시대적 각성, 민족의식, 애국심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공감대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독립운동가 김혁은 정확한 정보 없이 떨어진 종이를 주우며 목표에 접근해나가야 하는 비밀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고자 중경에서 경성으로 오게 된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경무국 경부와 헌병대였다. 스무 살 김혁과 정의감 넘치는 무도인 야마시타 경부와의 강렬한 첫 만남 이후 흩어진 정보들을 찾아 조각을 제자리로 배치해가며 큰 그림을 파악해나가는 전개는 몰입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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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둘러싼 이권 싸움에 휘둘린 인물들은 일제에 의해 암흑에 끌려들어간 조선인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박제당했다. 페이퍼 체이스에 동참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마주한 현실은 참혹했다. 팩션이지만 나라 잃은 백성이 겪는 설움에 울컥 가슴에 치미는 뜨거운 무엇을 여러 번 삼켜야 했다. 조선인으로 태어났지만 일본인으로 키워진 다나카 코코 시즈코가 '최혜심'으로 각성해가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독립운동가였지만 사랑하는 이를 위해 변절한 불곰 박판출, 어린 나이에 부모를 다 잃고 아나키스트가 된 광복대원 김혁, 경찰 조직에서 배제된 우직한 무도가 야마시타 경부, 가난한 조선 민초들을 치료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란뽀 노사…



시대의 격랑에 부딪치며 생존 혹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인물들이 그려낸 오늘은 먹먹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어머니 최혜심의 유서로 시작된 이야기는 피비린내 나는 과거를 돌고 돌아 남북이 분단된 현재로 회귀한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사실을 가슴에 묻고 아들 김욱은 살아남았다. "살아남는다는 건 대단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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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근 작가는 우리를 1942년 경성으로 초대했다.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한다. '점'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흔적을 쫓아 기록하고 있다.


"모든 건 1942년 가을 운명처럼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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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의 만남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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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서울과의 만남/ 강인숙 지음/ 열림원



영인문학관 강인숙 관장의 신작 [서울과의 만남]이 출간되었다. 전작 [성안집 사람들]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년기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 [성안집 사람들]을 이어 [서울과의 만남]은 해방 후 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선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오는 1945년 11월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952년 3월까지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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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을 맞이한 우리나라는 짧은 시기에 작은 영토에 발을 딛고 수많은 갈등과 대립을 겪게 된다. 한번 선이 그어진 한반도는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분단국가이다. 저자 강인숙 관장은 해방 후 혼란기와 6ㆍ25 전쟁이라는 현대사의 풍파가 평범한 가정을 어떻게 뒤흔드는지를 담백한 문체로 써내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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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93세의 고령자가 된 그가 80여 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 그 시절을 회상하며 들려주는 이야기는 묵직한 무게감으로 마음을 깊숙이 파고든다. 피란 열차의 꼭대기, 지붕에 올라타 떨어지지 않게 가족 모두 꽁꽁 묶은 채 남으로, 남으로 온갖 매연, 먼지와 함께 힘겹게 서울에 도착하였다. 가진 것을 모두 두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챙겨온 귀중품마저 도난당한 피란민의 눈에 비친 서울은 신기하기만 하였다. 낯선 서울의 환경에 익숙해져가고, 문화를 알아가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서울의 문화를 소화해야 하는 게 저자에게는 큰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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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의 만남]을 접하면서 현대사의 굴곡을 좀 더 미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이념 대립이 전쟁으로까지 번져 수많은 목숨이 전장에서 사라지고 가족끼리 함께 하지 못하고 분리되거나 납북, 실종되는 뼈아픈 고통을 절절하게 감각할 수 있었다. 피란민의 처지라 어쩔 수 없는 사정에 감내해야 했던 포기와 좌절 그리고 남동생의 죽음까지 숨돌릴 틈 없이 몰아붙이는 상황들이 야속하기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숨을 고르고 앞으로 나아가는 강인숙 관장과 가족 그리고 주변 이웃, 친구들의 삶은 먹먹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적이라 여겼던 일본인이지만 평범한 여인의 호의를 베풀었던 시메지마 부인 그리고 적산가옥, 평생 친구가 된 경기여고 동창과 선생님들과의 추억은 비상시를 훈훈하게 데워주는 온기이자 햇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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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높은 향학열과 주도적 삶을 향한 열망 그리고 꿈꾸는 열정을 지닌 강인숙 관장의 생애의 불씨였을 소녀기는 '비상기'였다. 함경도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군산으로 다시 부산으로 향하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어찌 무겁지 않았겠냐만 글로 만나는 지금, 그 두려움과 떨림, 고통, 좌절, 슬픔 모든 감정이 밀물처럼 쏟아졌다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서울, 강인숙 관장이 만나고 살아온 그 서울이 그에게 그토록 모진 기억만 주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서울스럽게' 늙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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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많은 것을 부수고 무너뜨렸지만, 인간은 또다시 삶을 이어나간다. 학교를 세우고 땅을 일구고 문화를 보존하고 아이를 양육한다. 비참함 속에서도 배움을 멈추지 않고 같이 성장해간 평범하고도 위대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서울과의 만남]에서 만났다. (나름) 풍요롭고 평안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반성하고 감사하며 오늘을 잘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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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뱀파이어 ㅣ 문학동네 청소년 80
최상희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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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뱀파이어/ 최상희 소설/ 문학동네




[B의 세상]으로 약자의 세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최상희 작가가 이번에는 기묘하면서도 몽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내성적인 뱀파이어』소설집은 여섯 개의 특이하지만 호기심이 피어오르는 세계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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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적으로 고양이 혹은 개가 등장하고, 잘 알지 못했던 두 존재가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관계로 발전해나가는, 신비한 여정을 풀어내는 이야기들이다.






기묘한 설정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서서히 마음을 파고들어 고통, 외로움, 상실을 어루만져 준다. 깊숙이 박힌 가시 같은 상처가 아물 수 있게 하는 것은 특별하지 않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이다. 같이 산책하거나 맛있는 것을 나눠 먹거나 내성적인 먹방을 찍거나 모래 뺏기 놀이를 하거나 곁에서 지켜봐 주거나. 이 평범한 일상을 하루 이틀 공유하며 쌓여가는 감정이, 유대가 닫혔던, 무너졌던 마음을 추스르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만들어준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온도로 잔잔한 파도처럼 찰랑찰랑 감겨오는 감정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친구는 숫자보다 깊이가 중요하다. 나를 알아주는, 바라봐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내성적인 뱀파이어]에서는 그 존재가 꼭 사람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 관계의 소중함을 잘 그려내고 있다. 사람이 아닌 무언가는 각자에게 소중한 의미가 있는 어떤 것이든 다 괜찮으리라. 그 속에 품은 다정함을 지금 이 순간 나눌 수만 있다면.





최상희 작가가 건네는 기묘한 세계의 초대장, 『내성적인 뱀파이어』으로 이상하지만 따뜻한 소통과 위로의 문을 두드려 보자. 그래야 주문 많은 고양이를, 그림자 개를, 내성적인 뱀파이어를, 고양이 목도리를, 반려묘가 환생한 어느 행성 주민을, 수다쟁이 앵무새를 만나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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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라와 블루
마테오 부솔라 지음, 이현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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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라와 블루/ 마테오 부솔라 글ㆍ그림/ 청어람미디어



가제본으로 먼저 인사한 비올라와 다시 만났다.

<비올라와 블루>책이 정식 출간되어 만난 비올라. 역시나 마음에 쿵! 닿는다. 비올라의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들이 과녁을 관통하듯 예리하게 핵심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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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비올라와 아빠가 나누는 대화가 주를 이룬다. 아이의 질문에 아빠가 상냥하고 진실되게 답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른이고 남자이며 아버지. 어쩌면 대답하기 꺼려지거나 인정하기 어려운 순간일지라도 기꺼이 비올라의 호기심과 의문에 진지하게 답을 해준다.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비올라가 주변의 시선에 본인을 억누르고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실히 전해졌다. "삐뚤어진 사람을 제일 좋아한다"며 비올라를 힘껏 응원하고 지지하는 아빠 덕분에 비올라의 내면은 점점 단단해져 갔다.





이해하기 쉽도록 예시를 들어가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구조는 비올라뿐 아니라 독자인 우리 역시 대화의 한복판으로 초대한다. 현실에서 체감하는 여러 불공평하고 불쾌한 상황들을 연출하는 사회의 온갖 시선, 공간의 제약을 순수한 의문으로 접근해나가는 흐름이 색다르다. "왜 그런 거예요?" 스테레오타입에 얽매이지 않고 본인의 생각과 의지, 감정을 존중하며 자신답게 살아가는 태도에 관해 깊이 있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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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이유로 세상을 이분론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중간에 존재하는, 수많은 것들을 받아들이는 수고를 기꺼이 할 수 있는 용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너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를 응원한다. 그로 인해 얼마나 우리의 삶이 풍부해지고 찬란해질 것인가. 이쪽저쪽에 속하지 못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너라서 괜찮은 거라 응원해 주는, 멋진 이야기다.




<비올라와 블루>는 우리가 우리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하고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마워!"

 어서 책을 펼치고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며 자신을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비올라와의 의미 있는 대화가 가져올, 아름다운 변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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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ㅣ 책깃클래식
이디스 워튼 지음, 김가원 옮김 / 책깃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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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디스 워튼 소설/ 책깃



[순수의 시대], [이선 프롬]의 작가 이디스 워튼의 『여름』이 감각적인 표지로 책깃에서 출간되었다. 제목 'Summer'처럼 강렬한 마음이 담긴 두 남녀의 연애와 그다음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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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모든 것이 언제나 그대로인 정체된 곳, 노스도머에 새로운 인물, 루셔스 하니가 등장한다. 다섯 살 이후 죽 마을에서 지내온 채리티 로열은 오래된 집을 관찰하고 조사하는 하니에게 흥미를 느낀다. 넓은 세상인 도시를 향한 갈망과 얕은 지식에 관한 부끄러움과 함께. 그만큼 채리티에게 하니는 익숙한 존재가 아닌, 새롭고 특별하면서도 다정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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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시작되어 8월에 끝난, 여름과 함께 찾아왔다 가버린 찰나의 사랑이었다. 폭풍처럼 헤어 나올 수 없었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니는 떠났고, 채리티는 떠나고자 했으나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각자 자리로 돌아갔으나 두 사람 모두 달라졌다. 앞날을 내다보지 않았다는 채리티.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오로지 '사랑'에, 함께 있는 그 '순간'에 집중한, 이 순수하고도 다부진 아가씨에게 무한한 애정과 연민을 품었다.





'산에서 데려온' 아이, 속박이나 굴레가 아니라 생각했건만 채리티가 스스로를 책임지고자 산으로 올라가 목격한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당당했던 그녀는 자신의 태생, 신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어쩌면 비참한 그곳에서 그녀의 앞날은 정해져 있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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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리티와 하니, 채리티와 로열 씨. '자비심'을 뜻하는 채리티의 이름처럼 채리티는 하니에게, 로열 씨는 채리티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결코 원치 않았던 결합이 운명의 장난처럼 아니 시대의 규범과 신분의 차이로 허락되었다. 채리티와 로열 씨는 붉은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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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나고자 했으나 현실의 벽 앞에 무너져버린 사랑 혹은 열망을 섬세한 문체로 묘사해나간 『여름』

폐쇄되고 정체된 공간에 찾아온 새로운 인물이 만들어낸 물결을 고스란히 받아낸 채리티는 염원처럼 그 사랑을 영원히 추억할 수 있을까. 여름 열병처럼 확 타오른 열정 혹은 사랑에 관한 하나의 이야기 『여름』은 큰 상흔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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