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의 만남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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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서울과의 만남/ 강인숙 지음/ 열림원



영인문학관 강인숙 관장의 신작 [서울과의 만남]이 출간되었다. 전작 [성안집 사람들]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년기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 [성안집 사람들]을 이어 [서울과의 만남]은 해방 후 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선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오는 1945년 11월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952년 3월까지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을 맞이한 우리나라는 짧은 시기에 작은 영토에 발을 딛고 수많은 갈등과 대립을 겪게 된다. 한번 선이 그어진 한반도는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분단국가이다. 저자 강인숙 관장은 해방 후 혼란기와 6ㆍ25 전쟁이라는 현대사의 풍파가 평범한 가정을 어떻게 뒤흔드는지를 담백한 문체로 써내려나간다.

이제 93세의 고령자가 된 그가 80여 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 그 시절을 회상하며 들려주는 이야기는 묵직한 무게감으로 마음을 깊숙이 파고든다. 피란 열차의 꼭대기, 지붕에 올라타 떨어지지 않게 가족 모두 꽁꽁 묶은 채 남으로, 남으로 온갖 매연, 먼지와 함께 힘겹게 서울에 도착하였다. 가진 것을 모두 두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챙겨온 귀중품마저 도난당한 피란민의 눈에 비친 서울은 신기하기만 하였다. 낯선 서울의 환경에 익숙해져가고, 문화를 알아가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서울의 문화를 소화해야 하는 게 저자에게는 큰 과제였다.

[서울과의 만남]을 접하면서 현대사의 굴곡을 좀 더 미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이념 대립이 전쟁으로까지 번져 수많은 목숨이 전장에서 사라지고 가족끼리 함께 하지 못하고 분리되거나 납북, 실종되는 뼈아픈 고통을 절절하게 감각할 수 있었다. 피란민의 처지라 어쩔 수 없는 사정에 감내해야 했던 포기와 좌절 그리고 남동생의 죽음까지 숨돌릴 틈 없이 몰아붙이는 상황들이 야속하기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숨을 고르고 앞으로 나아가는 강인숙 관장과 가족 그리고 주변 이웃, 친구들의 삶은 먹먹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적이라 여겼던 일본인이지만 평범한 여인의 호의를 베풀었던 시메지마 부인 그리고 적산가옥, 평생 친구가 된 경기여고 동창과 선생님들과의 추억은 비상시를 훈훈하게 데워주는 온기이자 햇살이었다.

그 높은 향학열과 주도적 삶을 향한 열망 그리고 꿈꾸는 열정을 지닌 강인숙 관장의 생애의 불씨였을 소녀기는 '비상기'였다. 함경도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군산으로 다시 부산으로 향하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어찌 무겁지 않았겠냐만 글로 만나는 지금, 그 두려움과 떨림, 고통, 좌절, 슬픔 모든 감정이 밀물처럼 쏟아졌다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서울, 강인숙 관장이 만나고 살아온 그 서울이 그에게 그토록 모진 기억만 주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서울스럽게' 늙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책을 덮는다.

전쟁은 많은 것을 부수고 무너뜨렸지만, 인간은 또다시 삶을 이어나간다. 학교를 세우고 땅을 일구고 문화를 보존하고 아이를 양육한다. 비참함 속에서도 배움을 멈추지 않고 같이 성장해간 평범하고도 위대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서울과의 만남]에서 만났다. (나름) 풍요롭고 평안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반성하고 감사하며 오늘을 잘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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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뱀파이어 문학동네 청소년 80
최상희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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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뱀파이어/ 최상희 소설/ 문학동네




[B의 세상]으로 약자의 세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최상희 작가가 이번에는 기묘하면서도 몽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내성적인 뱀파이어』소설집은 여섯 개의 특이하지만 호기심이 피어오르는 세계로 이루어졌다.

공통적으로 고양이 혹은 개가 등장하고, 잘 알지 못했던 두 존재가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관계로 발전해나가는, 신비한 여정을 풀어내는 이야기들이다.






기묘한 설정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서서히 마음을 파고들어 고통, 외로움, 상실을 어루만져 준다. 깊숙이 박힌 가시 같은 상처가 아물 수 있게 하는 것은 특별하지 않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이다. 같이 산책하거나 맛있는 것을 나눠 먹거나 내성적인 먹방을 찍거나 모래 뺏기 놀이를 하거나 곁에서 지켜봐 주거나. 이 평범한 일상을 하루 이틀 공유하며 쌓여가는 감정이, 유대가 닫혔던, 무너졌던 마음을 추스르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만들어준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온도로 잔잔한 파도처럼 찰랑찰랑 감겨오는 감정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친구는 숫자보다 깊이가 중요하다. 나를 알아주는, 바라봐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내성적인 뱀파이어]에서는 그 존재가 꼭 사람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 관계의 소중함을 잘 그려내고 있다. 사람이 아닌 무언가는 각자에게 소중한 의미가 있는 어떤 것이든 다 괜찮으리라. 그 속에 품은 다정함을 지금 이 순간 나눌 수만 있다면.





최상희 작가가 건네는 기묘한 세계의 초대장, 『내성적인 뱀파이어』으로 이상하지만 따뜻한 소통과 위로의 문을 두드려 보자. 그래야 주문 많은 고양이를, 그림자 개를, 내성적인 뱀파이어를, 고양이 목도리를, 반려묘가 환생한 어느 행성 주민을, 수다쟁이 앵무새를 만나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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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라와 블루
마테오 부솔라 지음, 이현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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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라와 블루/ 마테오 부솔라 글ㆍ그림/ 청어람미디어



가제본으로 먼저 인사한 비올라와 다시 만났다.

<비올라와 블루>책이 정식 출간되어 만난 비올라. 역시나 마음에 쿵! 닿는다. 비올라의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들이 과녁을 관통하듯 예리하게 핵심을 파고들었다.





 이 책은 비올라와 아빠가 나누는 대화가 주를 이룬다. 아이의 질문에 아빠가 상냥하고 진실되게 답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른이고 남자이며 아버지. 어쩌면 대답하기 꺼려지거나 인정하기 어려운 순간일지라도 기꺼이 비올라의 호기심과 의문에 진지하게 답을 해준다.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비올라가 주변의 시선에 본인을 억누르고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실히 전해졌다. "삐뚤어진 사람을 제일 좋아한다"며 비올라를 힘껏 응원하고 지지하는 아빠 덕분에 비올라의 내면은 점점 단단해져 갔다.





이해하기 쉽도록 예시를 들어가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구조는 비올라뿐 아니라 독자인 우리 역시 대화의 한복판으로 초대한다. 현실에서 체감하는 여러 불공평하고 불쾌한 상황들을 연출하는 사회의 온갖 시선, 공간의 제약을 순수한 의문으로 접근해나가는 흐름이 색다르다. "왜 그런 거예요?" 스테레오타입에 얽매이지 않고 본인의 생각과 의지, 감정을 존중하며 자신답게 살아가는 태도에 관해 깊이 있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여러 이유로 세상을 이분론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중간에 존재하는, 수많은 것들을 받아들이는 수고를 기꺼이 할 수 있는 용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너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를 응원한다. 그로 인해 얼마나 우리의 삶이 풍부해지고 찬란해질 것인가. 이쪽저쪽에 속하지 못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너라서 괜찮은 거라 응원해 주는, 멋진 이야기다.




<비올라와 블루>는 우리가 우리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하고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마워!"

 어서 책을 펼치고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며 자신을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비올라와의 의미 있는 대화가 가져올, 아름다운 변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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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책깃클래식
이디스 워튼 지음, 김가원 옮김 / 책깃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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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디스 워튼 소설/ 책깃



[순수의 시대], [이선 프롬]의 작가 이디스 워튼의 『여름』이 감각적인 표지로 책깃에서 출간되었다. 제목 'Summer'처럼 강렬한 마음이 담긴 두 남녀의 연애와 그다음을 기록하고 있다.


주변의 모든 것이 언제나 그대로인 정체된 곳, 노스도머에 새로운 인물, 루셔스 하니가 등장한다. 다섯 살 이후 죽 마을에서 지내온 채리티 로열은 오래된 집을 관찰하고 조사하는 하니에게 흥미를 느낀다. 넓은 세상인 도시를 향한 갈망과 얕은 지식에 관한 부끄러움과 함께. 그만큼 채리티에게 하니는 익숙한 존재가 아닌, 새롭고 특별하면서도 다정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6월에 시작되어 8월에 끝난, 여름과 함께 찾아왔다 가버린 찰나의 사랑이었다. 폭풍처럼 헤어 나올 수 없었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니는 떠났고, 채리티는 떠나고자 했으나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각자 자리로 돌아갔으나 두 사람 모두 달라졌다. 앞날을 내다보지 않았다는 채리티.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오로지 '사랑'에, 함께 있는 그 '순간'에 집중한, 이 순수하고도 다부진 아가씨에게 무한한 애정과 연민을 품었다.





'산에서 데려온' 아이, 속박이나 굴레가 아니라 생각했건만 채리티가 스스로를 책임지고자 산으로 올라가 목격한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당당했던 그녀는 자신의 태생, 신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어쩌면 비참한 그곳에서 그녀의 앞날은 정해져 있었을지 모르겠다.

채리티와 하니, 채리티와 로열 씨. '자비심'을 뜻하는 채리티의 이름처럼 채리티는 하니에게, 로열 씨는 채리티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결코 원치 않았던 결합이 운명의 장난처럼 아니 시대의 규범과 신분의 차이로 허락되었다. 채리티와 로열 씨는 붉은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벗어나고자 했으나 현실의 벽 앞에 무너져버린 사랑 혹은 열망을 섬세한 문체로 묘사해나간 『여름』

폐쇄되고 정체된 공간에 찾아온 새로운 인물이 만들어낸 물결을 고스란히 받아낸 채리티는 염원처럼 그 사랑을 영원히 추억할 수 있을까. 여름 열병처럼 확 타오른 열정 혹은 사랑에 관한 하나의 이야기 『여름』은 큰 상흔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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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성 책깃클래식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김재용 옮김 / 책깃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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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성/ 루시 모드 몽고메리 소설/ 책깃




[빨간머리 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선보인 '진정한 삶'의 이정표.

『푸른 성』은 밸런시 스털링의 성장 서사시다. 억압적이고 엄격한 가문 분위기에 억눌린 채 살아온 밸런시가 '죽음'을 선고받아 각성하면서 현실에 직접 부딪치며 살아나가는 이야기다.

"두려움은 인간의 원죄다."

"세상의 거의 모든 악은 누군가가

무언가를 두려워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세상 모든 것들을 다 두려워했다. 그저 숨을 쉬었을 뿐인 수동적인 삶을 끝낸 순간부터 '스물아홉 살 노처녀'라는 가문과 세상의 낙인은 벗어던져버렸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자연에 대한 동경을 가슴에 품은 밸런시는 특별했다. 자신이 하고픈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그녀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무언가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 무언가는 각기 다른 형태로 다가왔다. 누군가에게는 경탄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두려움 혹은 경멸로 다가온 무언가로 밸런시는 살아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감각하였다.



"난 한 번도 나만의 모래성을 가진 적이 없었어."



현실의 붉은 벽돌집은 그녀를 억누르고 무시하며 순종을 강요하였다. 그 녹록지 않은 일상에서 존 포스터의 책은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다만 공상의 '푸른 성'에서 그녀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밸런시는 현실에서 죽기 전에 자신만의 모래성을 꼭 가지길 간절히 원했다.





앤처럼 사랑스럽고 당차고 다정하고 아름다운 밸런시 스털링. 고전 속 인물이 이토록 생기있게 다가오는 경험이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기독교 공동체 마을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위선과 기만을 폭로하며 집을 떠나 스스로 행동하는 주체가 되어가는 밸런시에게 매료되어가는 이는 바니 스네이스만이 아니었다. 그녀만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사랑을 속삭이는 영광을 획득한 바니. 그와 밸런시의 충만한 사랑 이야기는 밸런시의 각성과 자유만큼 설렘을 주었다. 두 연인이 똑같은 감정으로 시작한 결혼 생활은 아니었다허나, 서로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며 진심을 다해 일상을 채워나가는 시간은 마법 같았다.

'스물아홉 살 노처녀'로 붉은 벽돌집에 박제될 뻔한 밸런시가 스스로 쟁취한 충만한 삶의 시간은 세대를 넘어 오늘의 우리에게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기쁨을 전한다. 누구에게나 있는 푸른 성, 하지만 그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밸런시가 내미는 손을 붙잡을 용기 있는 자에게 『푸른 성』을 추천한다. 출간 100주년 기념으로 새로이 찾아온 창비교육 책깃클래식 『푸른 성』으로 우리 모두 떠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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