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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ㅣ 탐 그래픽노블 17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박재연 옮김, 장 지오노 원작, 플로랑스 르봉발레 각색 / 탐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 플로랑스 르봉발레 각색·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박재연 번역| 탐 그래픽노블| 토토북
이야기는 본연의 힘을 지니고 있다. 세상에 나온 이야기는 한곳에 뿌리내리지 않고 세계 곳곳을 여행한다. 만나는 이들의 마음 따라, 소리 따라, 글 따라 여기저기 퍼지게 된다. 그렇게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이야기, 장 지오노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이 그래픽노블로 다시 태어났다. 플로랑스 르봉발레의 각색과 다니엘 카사나브의 그림으로 원작의 묵직한 울림을 고요하게 먹먹하게 담아냈다.

토토북 출판사에서 출간된 한국어판 그래픽노블 <나무를 심은 사람>은 박재연 교수가 번역하였다. 원작과 원본이 있는 작품을 번역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일 듯 싶다. 박재연 교수는 '번역은 원작과 독자 사이에 나무를 심는 일과 닮았다'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이 심은 씨앗의 내일을 궁금해했다. 그 몫은 온전히 독자 우리에게 맡겨졌다.
활자만이 아니라 글과 그림, 구성의 조화로 주제를 전달하는 그래픽노블의 옷은 <나무를 심은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이 놀라운 이야기의 주인공은 3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엘제아르 부피에'다.
이 사람이 궁금해졌고, 더 알고 싶었다.
1913년 6월 황야를 걷고 또 걸었던 여행자 '장'은 양치기를 만난다. 그를 만나기 전 거쳐온 황량한 땅과 무너진 마을의 흔적 그리고 거친 바람은 희망을 말라 가게 했다. 그런 그 앞에 나타난 양치기는 고독한 삶 안에서 죽어가는 땅을 위해 나무를 심기 시작한 이었다.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조차 모르지만, 묵묵히 고르고 고른 좋은 도토리를 심었다.

화자 '장'의 시선과 독자 '나'의 시선이 얽히면서 양치기가 불러온 변화를 마주하는 순간 먹먹한 울림이 전해져 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땅의 변화. 오롯이 한 사람이 가능케한 자연의 응답으로 황량하고 퍽퍽했던 마을이 생동감 넘치고 활력이 도는 마을로 달라졌다. 30여 년의 긴 시간을 들여 일궈낸 이 서사는 인간의 손끝에서 피어난 마법 같은 기적을 들려준다. 숭고한 목표를 향한 한 인간의 의지와 끈기는 생기 잃은 땅을, 온기 잃은 사람을 다시금 되살아나게 한 것이다.

장 지오노 원작의 위대함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애쓴 그래픽노블 <나무를 심은 사람>은 삶이 허락하는 한 나무를 심은, 가장 놀라운 한 사람을 완벽하게 재현해놓았다. 아무도 몰라도, 나무가 다 죽어도 흔들리지 않고 그저 매일 나무를 심은 그는 고요와 침묵 속에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 사람의 의지가 이끌어낸 부활 앞에 절로 숙연해진다.
모든 것이 바뀌어 있었다.
심지어 공기마저도.
'의심할 여지 없이, 오래도록 기억될 한 사람 앞'에 설 수 있는, 경이로운 경험이 시작된다, <나무를 심은 사람>을 펼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