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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페페페
짐리원 지음 / 아작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펫페페페/ 짐리원 소설집/ 아작
PET, PE, PP, PS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종류다.
이를 이용한 독특한 제목 『펫페페페』는 짐리원 작가 신작 표제이다.
공상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그대로 뽑아낸 듯한
파아란 색감의 표지 속 씩씩하게 걸어가는 소녀와 오리 펫페와 페페가
눈에 쏙 들어오는, 귀여운 책이다.
총 10편의 단편으로 채워진 『펫페페페』
다 같은 작가의 글인가 싶다가도 세상을 바라보는 결이 비슷하여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참신하다. 아니 이 단어로는 부족할 정도로
짐리원 작가의 뇌가 궁금해지는 이야기들이다.
한 편을 읽고 '아, 귀엽고 다정한 이야기네.' 감동하며
또 한 편을 읽으면 '이럴 수가!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한 거지?'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10편 모두 신선한 상상력으로
작가와 나, 우리가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맞나
의심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
그가 풀어내는 서사가 마음에 스며들어
차가우면서도 부드럽고 낯설면서도 따뜻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소설의 배경을 생각하면 그래도 되나 싶지만,
짐리원 작가가 멸망해가는 지구의 미래에서 찾아낸
다정한 조각들이, 아름다운 흔적들이 마냥 사랑스럽고 소중했다.
심각한 기후 위기, 급변하는 첨단 기술…
이런저런 이유로 세계는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펫페페페』 소설집에서 그리는 세계는 이렇다.
끝나가는 세계에서 색다른 사건·설정과 인물들의 분투가 벌어진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오늘을 단단히 살아가려는 이들의 움직임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보통의 믿음이 부서진 순간 인물들은 선택을 해야만 했고,
그 선택들은 다정했다.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두려운 상황에서
따뜻하고 선한 마음을 우선으로 용기를 냈다.
옳냐 그르냐가 아니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지켜내고자
애쓰는 그들이 아름다웠다.
짐리원 작가가 그리는 미래는 밝지 않다. 그리고 기묘하다.
기후우울증, 증강손, 빌려 간 동물들을 돌려주려는 외계인,
미래에서 온 여행객, 투명동네이무기,
기사자 등록을 하고 생활하는 죽은 사람,
영혼이라 불리는 계절성 공기 결정,
생명의 본래적 목표가 된 수면,
악성날개 다발성증후군 등등.
이 기이한 말들은 『펫페페페』를 읽어본 자만이 이해할 수 있다.
특권을 획득한 자로서 감히 말하는데
어떠한 세계라도 아름답게 바라보기를 원한다면
『펫페페페』를 읽어야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몇 편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느껴져 전율을 느끼며 읽었다.
그 마음이 절실해서 또 진짜여서 소리 내어 읽을 정도였다.
[기억과 사회], [목도리와 우주적 불행의 이야기],
[올림픽공원 산책지침], [모든 코끼리가 아스팔트 길을 건너고 나서],
[무기여 안녕].
다른 이야기들도 좋지만 특히나 인상적으로 다가온 순으로 적어본다.

대부분 두 존재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
관계와 신념과 가치 그리고 기억 등
우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점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주요한 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짐리원 작가는 온기 있는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다시 오지 않을 아니 아직 오지 않은 여름을
기다리는 소설 속 인물처럼
나는 그의 다음 행보를 기다린다.
짐. 리.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