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화이트맨
모신 하미드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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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라스트 화이트맨/ 모신 하미드 저/ 문학수첩




모신 하미드 작가의 신작 [라스트 화이트맨]은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꼭꼭 씹어야 소화시킬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무언가 크게 터질 듯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침잠하여 혼란스럽고 놀라운 상황을 마주하게 한다.

갑자기 백인에서 유색인이 되어버린 남자, 앤더스가 여기 있다. 분명 자신의 몸이건만 자신이 아닌 듯한 아니 부정하고픈 생경한 남자를 마주하고 인생이 흔들린다. 백인으로 살아온 내내 유색인에게 예의 바르게 대했다 생각했던 그는 적잖이 당황한다. 자신이 보인 적당한 친절에 담긴 진짜 의미 혹은 의도와 함께 유색인을 향한 백인의 불편한 시선이 이제는 자신을 향하고 있기에 깜깜하고 좁은 집 안으로 들어가 나올 수 없었다. 쉽게 털어놓을 수 없던 이 비밀은 다른 백인들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공동체를 무너뜨렸다.

이야기는 갈색 피부로 변해버린 앤더스를 중심으로 아버지와 연인 우나 그리고 우나의 어머니의 시선과 그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아주 도발적이고 참신한 설정으로 던진다. '피부색이 변하는' 원인 모를 변이는 폭력과 광기를 부르고 세상은 무질서해졌다. 인물들 또한 극도의 불안과 긴장 속에서 일상을 보내며 몸을 사리는 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감정이입이 되면서 그들의 심리 변화와 관계를 더 면밀히 집중하게 되었다.

앤더스가 기존의 자신은 사라지고 새로이 자신을 인지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생각과 감정이 인상적이었다. 자아개념은 '나 스스로 생각하는 나'에 한정되지 않고 '나에게 중요한 타인이 생각하는 나' 그리고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나'까지 모든 지각을 통합하여 나타난 결과이다. 앤더스는 피부색 변이로 이를 명확하게 인식하게 된다.





모신 하마드 작가는 온 세상이 뒤바뀐 이야기 속에서 그럼에도 살아갈 희망을 노래한다. 어제까지의 삶이 사라진 절망적인 상황에서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서먹했던 부자가, 소원해졌던 연인이, 버거운 관계였던 모녀가 이 변이를 계기로 그들을 감싸고 있던, 짓누르고 있던 상실을 딛고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게 된다.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에 가슴이 저릿해졌다.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고 가족을 이루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평범하지만 진지한 사랑과 단단한 유대로 이어진 앤더스와 우나의 이야기는 어떤 명언보다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강인하고 두려웠던 아버지가 변한 자신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지켜주고자 애쓰며 병에 소멸되어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앤더스. 아버지의 부재를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형제를 그리워하며 어머니의 어머니가 되어 살아내야만 했던 우나. 그 둘은 피부색이 변하면서 오히려 삶, 자신, 가족, 사랑을 사유하며 닫힌 문이 아닌 다른 문을 열 수 있었다.




백인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못했던 우나의 어머니에게 손녀인 앤더스와 우나의 딸이 "그만"이라고 나지막이 한마디를 건네며 그리는 시간의 흐름과 세대의 이해가. 저자가 전하고픈 주제와 맞닿아 있지 않을까.

표면적, 부수적, 피상적인 것에서 벗어나 본질에 다가가고픈, 삶에 열정적인 이들에게 권한다. [라스트 화이트맨]과 함께 고민해 보기를.




그 시간, 그 장소에서 평온함을 느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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