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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윤지현 지음, 박지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윤지현 저/ 휴머니스트
윤지현. 한국계 미국 작가의 펜 끝에서 시작된 슬프고도 매혹적인 이야기가 우리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는 여러 작품에 영감을 준 <장화홍련전>를 모티브로 한 감각적인 스릴러다.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표지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물결치듯 움직이는 저 검고 풍성한 머리카락이 이토록 시린 슬픔과 처절한 고독을 그려낼지 첫 장을 넘길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저 자매의 이야기가 궁금할 뿐이었다.

한미래와 한수진. 제이드 에이커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부모를 둔 이민 2세 자매다. 가문의 여성 혈통에게 전해지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이 능력이 비극의 불씨였을지도. 삶과 죽음. 불가결하고도 통제 불가능한 영역을 침범한 능력은 처음에는 구원이자 축복이었을지도 모르나 어느새 저주가 되어버렸다. 이 능력 탓에 자매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고, 너무 커다란 슬픔을 겪었다.

이야기는 7년 전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후, 언니 미래마저 익사체로 발견된 지 열 달이 지난 어느 날로 시작된다. 아버지와 수진이만 덩그러니 남은 집에서 부녀는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생을 나아가지 못하고, 단절된 채 표면적인 관계로 지내고 있다. 둘 다 연달아 겪은 상실에 마음이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로 삶을 뒤흔들기 마련이다. 제대로 애도해야 깊은 슬픔의 늪에 빠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과연 수진과 아버지의 선택은 무엇이고 어떤 시간으로 그들을 이끌 것인지 숨죽이며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행복해지고 싶었어. 두 사람 다 날 용서해 줘."
- 한수진
윤지현 작가는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 <장화 홍련>, 별자리 처녀자리 신화, 물귀신 민담 등 옛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가 정조준한 화살은 날카롭게 잘 다듬어져 있었다. 과녁을 꿰뚫듯 심장을 관통했다. 하나의 진한 슬픔과 집착이 이끌어낸 또 하나의 복수와 분노에 전율이 일었다. 기꺼이 슬픔을, 분노를, 두려움을 그리고 사랑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의 서사가 펼쳐진다.
미래와 수진은 어머니를 잃은 순간 부모 전부를 잃었다. 고작 열한 살이었던 미래가 자각한 현실은 가혹했다. '완벽한 아이'가 되어야 했던,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던 미래가 안쓰러워 가슴이 미어졌다.


그 옛날 닭이 결코 갖지 못했던 '장수'라는 이름처럼 강이 삼켜버린 이름, '미래'.
미래가 사라진 '미래'가 다시 살아나 '진실'을 알고 차근차근 복수를 해나가는 사이 자신을 잃어버렸다. 원초적 폭력에 사로잡힌 미래를 지켜보는 일은 힘겨웠다. 미래가 살고 싶은 삶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가족에게는 가면을 쓰고 자신을 통제한 채 한없이 희생하고 다정했던 가여운 아이가 꿈꾸는 내일은 그냥 평범했는데…

미래와 수진, 벤틀리. 상실 앞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위로받지 못한 작은 영혼들은 지독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상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갉아먹어갔다. 뒤늦게라도 서로의 마음을 치유하고자 내미는 손은 따뜻했다. 서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며 슬픔을 품은 채 소소한 행복으로 채워나가는 수진과 아버지가 상실을 겪은 모두에게 묵직한 위로를 전한다.
"사랑해. 사랑하니까 이제 놓아줄게."
- 한수진
미래와 벤틀리, 수진과 마크. 가족에게 치유받지 못한 고통을 기꺼이 나누고 서로를 품어준 친구. 한동안은 이들과 함께 한 제이드 에이커에서 사랑, 우정, 가족, 어른, 부모 그리고 상실과 삶에 관한 질문을 집어삼키는 블랙파인 강을 바라보고 서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