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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셋 (THE 3ET)
오준석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더셋/ 오준석 장편소설/ 황금가지
활자가 눈앞에서 영상으로 재현되는, 생생한 추격전에 압도되었다. 오준석 작가가 선사하는 찌릿한 고통과 서늘한 공포와 굶주린 욕망은 강렬하다 못해 불타올랐다.
[더셋]
위트 넘치는 제목부터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향연까지 우주급 스케일에 걸맞은 환상적인 소설이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경험하지 못할 세계를 우리에게 열어준 그 담대한 상상력에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현상금 사냥꾼 하푼과 마쉬 그리고 그들이 쫓는 사냥감 테이저맨(테스)은 멸망 직전의 행성에 불시착하고 만다. K-4, 버려진 무법지대에서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싸워 이겨야만 한다. 환각과 환청 그리고 죽은 자들을 되살려 조종하는 괴이하고도 탐욕스러운 존재와의 처절하고 지독한 싸움을 이기고, 3인방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오준석 작가는 인물들의 과거를 현재에 잘 녹여내어 설득력 있는 서사를 그려낸다. 배경과 형식은 광활한 우주의 버려진 행성과 SF 지만, 이야기의 주된 줄기는 세상의 탐욕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그들이 나누는 우정, 사랑 그리고 희생이다. 친구와 가족, 서로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존재들이 있다는 게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지 잘 보여준다.
끔찍한 곳에서 살고자 친구들과 함께 떠났지만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자책에 시달려온 하푼(헌트)도, 풍요롭던 행성에 갑자기 닥친 위험으로 여동생을 잃은 테스도 불시착한 행성에서 뜻밖의 조우로 삶의 방향을 바로 세울 수 있었다. 상실을 메워준 짧은 만남은 환상일지라도 그들에게 삶의 온기를, 희망을 심어주었다.
"누군가는 죽지만 남은 사람은 계속 살아가야 해.
삶이란 그런 거야. … 계속 살아가줘.
우리 몫까지, 여기 희생된 다른 사람들의 몫까지."
모래 폭풍, 모래 인간, 시체…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일들이 벌어지는 무법천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힘을 합칠 수밖에 없었던 하푼과 테스. 쫓고 쫓기는 관계에서 목숨을 맡기는 사이가 된 그들의 우정은 숨 가쁜 혼란 속에서 유일한 빛이었다. 그들이 새로 써 내려갈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더셋]이다.
[더셋]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수 있지만, 결국에는 믿어줬기에 살 수 있었던 착한 사람들의 아찔한 생존기다. 적당히 선을 지키며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이 끔찍한 현실에서 장렬한 승리를 거두고 계속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글 자체로도 몰입감이 크기에 영상으로 만나도 재밌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