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미스터 타이거>
근대 문물에 하나, 둘 눈을 떠가던 시절의 조선 땅에서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파란 눈의 사내와 검은 눈의 여인이 나라와 언어를 뛰어넘어 마음으로 정을 쌓아가는 짧지만 강렬한 순간과 그 추억을 품은 채 시절을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머나먼 땅 미리견에서 온 '푸른 눈의 호랑이'는 낯선 나라 조선에서 만난 기생 '계손향'에게 마음이 머문다. 나혜림 작가는 사진 한 장에 아니 사진 속 인물에 사로잡혀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와 상상력으로 풍성해진 노월과 소냐의 이야기는 개인사를 넘어 근대사를, 여성사를 비추고 있다.
100여 년 전의 만남과 기록이 현대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 우리를 그 시대로 이끈다. 외부 정세에 휘둘리는 극박한 상황에서 외빈과 기생의 만남은 우리나라 전체를 비췄다. 황실 인사와 영빈관부터 백성과 주막, 도성 밖까지 그 시절 곳곳을 거닐며 대화 나누는 두 사람 뒤를 따르다 보면 여러 마음을 마주치게 된다. 양인을 저어하는 마음, 신문물에 대한 호기심, 신분의 차이, 문화의 차이 그리고 남녀의 차이 등등 각자 보이지는 않지만 가로막는 무언가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그 시절 인물들의 치열한 삶이 보였다.
넉넉지 않은 집의 쌍둥이 남매 그것도 여자로 태어나 남동생이 죽자 관에 팔려온 일곱 살 아이, 란. 그 아이가 '골짜기에 핀 향초' 계손향이 되어 걷는 길에서 만나는 인연들 하나하나의 사연이 뛰어들어 가슴에 쿵~ 부딪쳤다. 동기 영월이 그랬고, 이복동생이 그랬고, 향원당이 그랬다. 그리고 매일 그리던 노월이 그랬다.

열여덟, 찬란하게 빛나던 찰나에 드넓은 세상의 가능성을 심어준 '푸른 눈의 호랑이'를 만나 '소냐'가 되어 세상을 종단한다, 마치 범처럼. 소냐가 꺼내든 카메라에 담긴 세상은 우리네 가슴 아픈 근대사를 들려준다. 그 시절을 온몸으로 부딪쳐 살아낸 인물들, 여자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기억해야 할 아프지만 단단하고 아름다운 그런 역사를 기록한다.
나혜림 작가는 이야기 곳곳에서 우리네 전래동화, 전설, 민담, 노래 등을 펼쳐놓는다. 입으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그 이야기가 인물들의 속을 헤아려주기도 하고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리고 노월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어울려 인생의 의미를 곰곰이 살피게 한다.

호랑이라 불렀지만 토끼였던 별을 좋아하는 파란 눈의 사내와 여인이라 억압받았지만 이야기를 좋아하는 범 같은 여인의 짧고도 긴 사랑 이야기, <안녕, 미스터 타이거>가 방금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