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인
정윈만 지음, 김소희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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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만 작가의 국내 첫 출간작 [유심인]
우리가 사랑하는 ’장국영‘의 노래 타이틀을 표제로 한 13편의 단편집이다. 한 편 한편 읽다 보면 마치 홍콩 거리에 서 있는 듯한 생생한 감각에 휩싸이게 된다. 벌써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네이선 로드, 란타우 섬 등등 홍콩 특유의 분위기가 가득한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공간을 단편 속 인물들이 대화하고 움직이며 채워갔다.

현대인이 감각하는 역사 중 가장 큰 이슈는 ’코로나 팬데믹‘이 아닌가 싶다. 지구촌을 셧다운 시켜버린 전대미문의 경험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상흔을 남겼다.
[유심인]에서도 이런 흔적을 여러 단편에서 마주한다. 상실, 고립, 불안, 슬픔, 고독… 수많은 이름들의 감정과 상태들이 두텁게 가라앉은 일상을 홍콩의 한순간으로 포착해 내고 있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가라앉지 않게 적정한 균형으로 받쳐올려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정원만 작가의 섬세하고 탁월한 터치가 인상적이다.

2013년부터 2024년까지 긴 시간을 두고 발표된 단편들 짧은 글 안에 다양한 화자들이 밭은 숨 속에 살아온 여정이 묻어나 있다. 그리고 살아갈 내일을 비춰내고 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비슷하면서도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좋았다. 나름의 이유로 끈질기게 버티고 견디며 살아내는 생명의 존재들을 작가는 그저 바라보고 담아내며 우리 독자에게 삶이라는 보편성과 특이성을 선사하고 있다.

여러 이야기들이 손에 잡힐 듯 물적이면서도 복잡 미묘한 심리를 내포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연결된 혹은 호의를 품은 존재의 갑작스러운 죽음 뒤 그가 남기고 간 무언가(손수건, 새)로 기억을 이어나가고, 살아가는 담담한 결말에 만남과 이별, 탄생과 죽음 … 삶의 여정을 채우는 사건들이 오히려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당신이 너무 아름다웠던 탓에, 잠자리가 수면 위를 스쳐 지나가듯이)

살아간다는 자체가 우리가 부단히 노력하고 견디고 있다는 것임을 작가는 보여준다. 바라는 대로,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세상에서 어제를 보내고 오늘을 마주하여 내일을 지키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가라앉지 않기 위해 버티는, 평범한 인물의 목소리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우리가 지금을 살아내고 있다‘는 아름다운 사실을 노래한다.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지는‘, ’많은 걸 바라지 않아‘, ’해피 투게더‘처럼 다양한 자세와 마음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인물들을 보여주면서 부디 안녕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전해져 가슴이 먹먹했다.

모처럼 학창 시절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장국영을 추억하며 그의 노래를 배경 삼아 홍콩 거리 이곳저곳을 거닐어보았다. 거리의 소리가 다정하게 느껴지는 플레이리스트 [유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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