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 이야기
임정희 지음 / 더픽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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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사냥꾼 이야기/ 임정희 장편소설/ 더픽션




"…물건이 오랜 시간 사람 손을 타면

기묘한 어떤 것이 된다고 합니다."



신기하게도 [사냥꾼 이야기]를 읽은 날, 비가 왔다. 임정희 작가의 바람처럼 봄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도깨비 사냥꾼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홀렸다. 사냥꾼과 도깨비와 사람. 술 한 잔 걸치며 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운 자리에 모인 색다른 조합이 마음을 훑고 지나갔다. 부디 아프지 말기를… 살아내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마지막 책장을 덮는 손길에 스며들었다.


우리나라만의 특이하고도 특별한 존재인 '도깨비'. 어린 시절부터 여러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여 친숙하다. 도깨비는 한 가지 정형적 모습이 아니다. 내기를 좋아하는 장난꾸러기였다가 인간을 가여워여겨 돕는 신이었다가 욕망에 사로잡힌 탐욕가이기도 한 도깨비는 매혹적인 소재이다. 임정희 작가의 소설 [사냥꾼 이야기]에서도 우리는 다채로운 도깨비를 마주한다. 두려우면서도 정겨운, 이 기이한 존재인 도깨비와 도깨비를 쫓는 사냥꾼의 처절한 사투가 비 오는 봄날을 어둡게 물들였다.


임정희 작가가 일군 세계 속 캐릭터들은 다 사연이 있다. 작가는 차갑고 폭력적인 세상 속에서도 상처 입은 이들끼리 곁을 내어주어 고단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듬는다. 우정과 연민은 세대를, 정체를 뛰어넘는다. 빨갛게 변하는 눈동자를 가진 괴력의 사냥꾼 김 선생, 철수는 괴이한 존재들을 상대하면서 주변을 돌본다. 그의 손에 들린 물건에 얽힌 이야기는 어린 시절 전래동화처럼 마음을 뒤흔든다. 오랜 시간 인간의 온갖 마음이 닿아 기묘한 어떤 것으로 변해버린 물건들이 벌이는 괴이한 일들의 기저에는 인간의 탐욕이 켜켜이 쌓여있다. 먹어도 먹어도, 가져도 가져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극한의 공포를 선사한다. 하지만 김 서방조차 인정한 절절한 마음도 있다.


"말도 안 돼.

제깟 게 진짜 사람처럼….

도깨비 눈빛이 간절해서 그랬다는 것 같은데."



'오랜 시간 인간의 손을 타 기묘한 존재가 된' 물건이 인간과 섞여 살아가는 세상에서 비뚤어진 욕망은 피를 부른다. 욕망의 주인이 인간이든, 도깨비든 누군가는 이를 막기 위해 몸을 내던진다. 두려움을 누르며 목숨을 걸고 탐욕으로 '괴물'이 된 그것과 힘을 겨룬다. 그 길 끝에서 철수는 과연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직은 답을 구하는 길 위에 서 있는 철수. 그의 기구한 운명에 마음이 쓰이는 건 나뿐만 아니었다. 그래도 가슴 깊숙이 뿌리박힌 외로움은 오롯이 그의 몫이리라.






헌책방 홍 사장, 술집 주인 고씨, 예인당 큰무당 선화, 세습무 연희 그리고 사냥꾼 김철수. [사냥꾼 이야기]는 그들의 사연을 곳간에서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들려준다. 마지막까지 숨 졸이며 귀 기울여야 보이는 그들의 인연과 우정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는 알고 있다. 사는 게 어디 뜻대로 되던가."



기괴하고 얄궂은 세상사라지만, 지독히도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철수와 주변 이야기에 요동치는 마음을 빗소리가 다독여주었다. 서글프면서도 사냥꾼 철수가 들려주는 두 번째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와 당최 어떤 물건이 어떤 사유를 품고 도깨비가 되어 인간과 섞여 살아가는지, 임정희 작가의 노련한 입담이 속 시원하게 풀어줬으면 좋겠다. 그전에 사냥꾼 김 선생을 다시 만나야겠다.

우리네 정서가 잘 녹아있는 추적물, k-오컬트, 한국형 미스터리, 기이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라면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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