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층 너머로 꿈꾸는돌 44
은이결 지음 / 돌베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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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2.5층 너머로/ 은이결 장편소설/ 돌베개



은이결 작가의 신작 [2.5층 너머로]는 무더운 여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삶의 생기를 되찾아가는 단단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초록. 생기 넘치는 그 색감이 먼 곳을 응시하는 누군가에게 에너지를 전해주는 듯한 표지부터 시선을 잡아끈다. 큰 아이가 '표지가 참 예쁘다' 하였다. 이야기는 더 어여쁘니 읽어보라 권했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사람과 사람 사이, 그 간격을 무엇으로 채우느냐를 고심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떠나간 이와 남겨진 이.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후에야 그 존재가 절절히 각인되어 자신의 시간을, 공간을 다 차지해버려 힘겨워하는 아진을 보면서 안쓰러웠다. 주변 사람들의 벌어진 틈을 알게 되어 모른척할 수 없어 머릿속이 복잡한 아진을 보면서 다행이라 느꼈다. 안 보고 안 듣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아진이는, 현주 씨는, 아저씨는, 진규는, 은제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해 주고 필요한 관심을 기울여주었다. 자신에게 필요하고 중요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도록 힘을 주었다. 그 다정한 빛이 온기가 되고 희망이 되어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해 여름, 교실은 자리 하나가 빈 채로

장마를 보내고 방학을 맞았다. 




사람의 속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진은 친구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세나가 사라지고 나서야 친구로 받아들였다. 해미 언니를 딸처럼 생각한다면서도 금성각 할머니는 둘째 아들에게서 지켜주지 못했다. 고모 현주 씨는 그냥 조카들과 사는 것뿐이라고 했지만 점차 달라졌다. 진규는 별로 친하지 않았는데도 아진의 슬픔을 알게 된 후에는 마음을 써주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했지만 바라보지 않으면 어떤 상처를, 슬픔을 줄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 하지만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관심을 가지면 어떤 변화가 시작되는 지도 알려주었다. 



"애들이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해낼 때가 있더라고. 

도망칠 데가 없을 것 같은 막막한 상황을

훌쩍 뛰어넘기도 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아픔을, 슬픔을 남에게 잘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엄마의 죽음에 이은 가족의 해체로 마음이 어긋난 아진. 또 다른 상실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고 마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고 가면을 쓴 채 감추었다. 드러나지 않은 아픔은 새벽녘 거리에, 2.5층 계단참에 달라붙었다. 자신이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세나와의 마지막. 그 마지막 순간 속 자신에게 실망하고 자책하는 아진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불현듯 떠오르는 세나와의 기억의 무게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홀로 감당하며 힘겨워하는 아진 때문에 목이 멨다. 그렇게 동굴 같은 깜깜한 2.5층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세상과 연결되면서 아진은 행동하기 시작했다, 마치 거북 등에 붙은 따개비를 떼어내려는 듯. 



"혼자서, 힘들었겠네."

나를 짓누르는 기억을

이제 겨우 한 사람과 나누었다. 

그런다고 해서 사라지지도, 줄어들지도 않지만 

그 무게를 알아주는 사람이 생겼다. 





[2.5층 너머로]에 나오는 인물들은 아픔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 은이결 작가는 누가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 평가하지 않고 무던하게 그려낸다. 적당한 거리에서 인물 하나하나 덤덤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독자들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적절한 빛으로 감싸안아준, 다정한 이야기다. 








혼자 살아갈 수 없다. 해미 언니의 탈출을 함께 해낸 것처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함께 하다 보면 상처를 입고 슬프기도 하고 또 상실을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상실의 늪을 건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도 사람이다. 아진의 슬픔을 발견하고 관심을 기울여준 진규처럼, 흔들리는 아진을 계속 기다려주고 지켜봐 준 은제처럼 또 해미 언니 팔의 멍을 모른 척하지 않은 아진처럼. 현주 씨처럼, 아저씨처럼 말이다. 상실의 고통을 겪고 있는 아진이 기꺼이 해미 언니에게 손을 내미는, 단단한 용기에 가슴이 저릿했다. 서로를 보듬아주는 빛이 온기가 되고 희망이 되어 당당히 내일을 향해 걸어나가게 했다. 아진이 '너'를 보내줄 어떤 날을 떠올리며 책장을 덮었다. 



언니가 좋아했으면 해요. 

예전처럼 아끼길, 지키길 바라요. 

분명 둘 곳이 있을 거예요. 


나를 둘 곳, 지킬 곳으로 가려고 해. 

아진이도 소중한 것들을 지켰으면 좋겠어. 

꼭꼭 그랬으면 해.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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