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
기윤슬 지음 / 한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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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미필적 고의/ 기윤슬 장편소설/ 한끼




"그냥… 우리가 지나온 일들에는

우리가 모르는 우연들이 끼어 있었던 것뿐이야. "



일생일대의 기회로 인생역전을 바라는 예비신부 박현주. 이제는 찬란한 꽃길만이 펼쳐질 거라 생각했건만, 결혼을 앞둔 시점에서 뜻밖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동생을 죽인 살인자'


<미필적 고의>는 설레는 현재에 충격적인 과거가 돌진해 꿈꾸던 미래를 산산이 부서질 것 같은 두려움에 떠는 강렬한 시작으로 초반부터 흡인력 강한 소설이다.


'타인의 불행 위에 세운 행복은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 자기 행복을 위해 타인의 인생을 기꺼이 버릴 수 있는 사람의 인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기윤슬 작가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작가가 그려낸 주인공 '박현주'의 인생은 자기 행복을 위해 노력한 결과 '완벽한 삶'에 닿았다고 행복에 취한 순간 비웃기라도 하듯 균열을 일으켰다. 자신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생각했으나, 그 발이 딛고 서 있던 땅은 단단하지 않았다. 타인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틀렸으며, 자신이 이용하거나 무시했다고 생각했으나 어쩌면 그 반대였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현주는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기윤슬 작가는 현주 캐릭터를 표면에 내세워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고 있다. 일상은 우연의 연속, 하지만 그 우연은 사람의 선택에 의해 전혀 다른 양상을 띨 수 있다. 각기 다른 욕망이 어떤 조합으로 만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게 바로 인생이다. 현실을 바꾸고 싶은 후회, 아쉬움, 공허 등을 곱씹게 하는 것이 바로 '만약에'이다. 과거의 '나'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 없이 그저 순간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하고자 했던 현주가 진실 앞에서 아연실색하는 장면은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가엾지만 가여워할 수 없는, 비난하고 싶지만 찝찝한 양가적 감정을 느꼈다.


'미필적 고의', 의도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자기의 행동으로 일어난 비극이 부메랑처럼 자기에게 되돌아오면서 더 무참한 진실이 속도감 있게 낱낱이 밝혀진다.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충격 속에서 현주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또 이를 지켜보는 작가의 다정한 위로까지 인간 존재의 다면성을 목도했다. '또 다른 결말'로 깜깜한 어둠 대신 아직은 어둡지 않은 지금을 인지하는 주인공처럼 살아가는 길에서 마주하는 고통을 가라앉힐 수 있는 우연 혹은 선의를 떠올려보았다. <미필적 고의>는 반전에 반전을 더해 허를 찌르는 긴장감으로 결말까지 집중시키는 작품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 우연을 모르는 채 살아가지만,

우리는 그 지독한 우연의 정체가 악연인 것까지

알아버리게 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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