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같이 살아가는 사람을 다정하게 품어주는 ‘녹색 광선‘

녹색 광선 ㅣ 꿈꾸는돌 43
강석희 지음 / 돌베개 / 2025년 9월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녹색 광선/ 강석희 장편소설/ 돌베개

강석희 작가의 신작인 녹색 광선은 조카와 이모의 이야기입니다. 똑똑한 아이였던 연주는 원하던 고등학교 입시에 실패한 이후 섭식장애를 앓게 되어 점점 자신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체장애와 청각장애를 지닌 이모 윤재는 사회의 차별과 편견 속에서도 스스로를 돌보고자 애쓰지만, 결국 무너지게 됩니다. 같은 회사 동료였다가 사랑하는 이가 된 산영 씨를 사고로 잃고 맙니다.

그렇게 자기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이들은 스스로를 가두기 시작했지만 그들을 잊지 않은 존재들이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줍니다. 그렇게 안에서 밖으로 나아가게 된 그들은 주변과 서로에게 위안을 얻습니다. 그렇게 온기를 나눠가면서 이를 악물고 버텨내야 했던 순간들을 하나둘 풀어냅니다. 너무나 먹먹한 슬픔이라 쉬어 읽기를 해야 했습니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제 마음속의 파편들로 사람을 찔러야

속이 시원한 사람들이 있어."

설명 없이 그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 읽으면서 처음에는 연유도 모른 채 근원적 슬픔에 울음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왜 이들은 이토록 아프고 이토록 상처 내는가? 알 수는 없지만 흘러넘치는 슬픔과 고통으로 활자 하나하나에 날카롭게 베이는 듯했습니다. 힘겹지만 읽어나가게 만드는, 궁금하게 만드는 힘 있는 소설입니다.

"내가 지키지 못한 것들이 꿈에 나왔어.

처음이 아니야. 이런 꿈을 자주 꿔.

네가 사랑하는 것들이 찾아오는구나."

약자의 고통을, 범인의 상처를 헤집지 않고 말없이 치료해 주고 품어주는 채운사 스님처럼 그런 다정한 손길이 온기를 전해줍니다. 연주와 윤재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듯, 생활 트래핑 친구(혜영, 다해, 정연)들, 묵묵, 밤이까지 이유 없이 좋아해 주고 힘이 되어주는 존재들이 생겨났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모의 뒷모습을

제대로 본 날이었다.

이모와 내가 서로를 돌보지 않아도 되는 곳.

강석희 작가는 오늘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어두움을 아니 가리고 싶어 하는 사회의 면면을 예리하게 발견하여 밝은 곳으로 꺼내어 펼쳐놓습니다. 남들이 가리고 싶어 하는, 외면하고 싶어 하는 주제들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지니고 있는, 지닐 수 있는 것들이라 더더욱 쓰립니다. 그리고 다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아니라 지금 같이 들여다보자는 공감과 연대를 노래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검은 돌이었다.

내가 갖고 싶었던.

"찾았어."

다들 가지고 있는 각자의 사정, 이를 그대로 바라봐주고 이해해주는 다정한 눈빛. 녹색 광선, 그 빛이 닿는 곳에 서서 온몸을 쐬고 싶네요. 연주와 윤재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함께 하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