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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와 사라 1
송송이 지음 / 클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해오와 사라 1/ 송송이 지음/ 클
만화가 송송이가 그려내는 가슴 뜨거운 각성과 변화 그리고 아름다운 연대를 담은 <해오와 사라>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를 보았다. 총 3권인데 1권만 읽으니 애가 탔다. 해오와 사라는 물론 자신의 앞날을 능동적으로 헤쳐나가는 우도의 여성 캐릭터들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하기 그지없다.

제주도의 작은 섬 우도에서 세상을 단단히 받치고 있던 틀을 깨는 변화의 물질이 시작되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묵묵히 받아들여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해녀들. 이제 그들의 손에 테왁 대신 무엇을 들지는 오롯이 그들의 선택에 달렸다. 이렇게 가슴 터지는 이야기의 시작인 <해오와 사라 1>에서는 등장인물들과 배경을 설명하고, 그들이 변화를 꿈꾸는 태동의 기운이 싹 틔웠다.

<해오와 사라 1>>은 판타지 문학으로 여성의 연대와 분투를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광활한 바다에 둘러싸인 작디작은 섬에서 물질을 천직으로 여기고 가족을 뒷바라지하면서 평생을 다 보내는 여인의 뒷모습만을 비추지 않고, 배우고 깨우쳐 우도를 벗어나 더 큰 세상에서 더 다양한 일로 역량을 발휘하기를 꿈꾸는 여성의 앞모습을 조명하였다.

엄마가 해오를 버리고 떠나버린 건 다섯 살 때 일이다. 인어를 봤다는 말을 했을 뿐인데, 그다음 날 엄마가 갑자기 사라졌다. 엄마 옥련을 닮아 상군 해녀만큼 물질을 해내는 해오의 뒤에는 알게 모르게 엄마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엄마 닮아 수영을 잘 한다, 똑똑하고 멋지다, 글을 배우고 항일운동을 했다. 자신은 알지 못했던 엄마의 또 다른 얼굴에 궁금증이, 그리움이 커져만 가는 해오였다.

해오 앞에 나타난 인어 사라. '반쪽짜리'라 불리며 따돌림당하는 인어 사라는 인간을 싫어하면서도 동경한다. 자신들과 닮았지만 두 다리로 뚜벅뚜벅 걸어 앞으로 가서 어느새 사라지는 인간이, 바다 밖 세상이 궁금하다.


해오와 사라의 서로에 대한 이끌림은 당연하게 느껴졌다. 이유 없이 미워하지 않고 새로운 존재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 친구가 되었다. 진심을 다하는 관계가 된 해오와 사라. 하지만 인어에 관한 나쁜 소문이 돌고, 사람들은 인어를 잡고자 한다. 과연 인간 해오와 인어 사라는 우정을 지켜낼 수 있을까.

신비로운 상상의 생물체, 인어. 수많은 이야기의 소재로 활용된다. 인어공주, 세이렌 등등 미지의 존재에 제각각 의미를 부여하여 원하는 이미지로 투사하고 있다. <해오와 사라 1>에서 인어는 인간을 노래로 유혹해 죽이는, 사악한 존재로 그려진다. 그리고 단순히 '인간과 인어의 대립'이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갈등, 인간과 인어의 우정, 인어와 인어의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이야기가 한층 풍성하다.

종을 초월한 여성 캐릭터들의 매력이 시선을 잡아끈다. 사라진 엄마, 다른 세상을 꿈꾸는 해녀 연지, 우도로 다시 돌아온 의사 여희. 그리고 다른 세상을 꿈꾸는 여성 주변의 현실에 순응하면서도 지금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들의 도전과 분투를 함께 하고 싶다. 멋진 풍경과 함께 성장하는 <해오와 사라>, 후편을 얼른 만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