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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인연 추리단
연하어 지음 / 서랍의날씨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천재 인연 추리단/ 연하어 장편소설/ 서랍의날씨
연하어 작가의 [천재 인연 추리단]은 동화 같은 이야기다.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서로의 인연을 찾아가는 사랑 이야기다. 소중한 이에 대한 마음이 커서 타인을 아프게 하는 인물들도 종국에는 자신을 돌아본다. '뭔가 몽글몽글할 거 같으면서 풋풋한 사과 향기 느낌'이 나는 이 소설은 세상의 먼지 한 톨마저 털어내는 듯하다. '저러면 안 되지.' 생각 들게 하던 인물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다정한 기운이 가득하다.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할머니의 일기장'이다. 하준은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자신에게 남긴 일기장을 읽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비상한 두뇌와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로 이른 나이에 대학까지 마치고 아이돌로 데뷔하여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지만, 돌연 활동을 중단하고 절친 돌석과 문화 콘텐츠 사업을 시작한 그였다. 할머니의 일기장 속 '정혼녀', '증표'라는 흔치않은 이야기에 마음을 뺏긴 그는 결국 추리를 하기 시작한다. 할머니 일기장에 등장하는 또래의 여성 4명을 후보로 두고 조사를 시작하는데~
이성에 무심했던 잘 생기고 똑똑한 하준과 곰 같지만 친화력 좋은 돌석은 '정혼녀 찾기' 작전에 돌입하면서 봄바람같이 마음을 들뜨게 하는 인연을 만나게 된다. 소설의 큰 줄기는 '추리'지만 뻗어나가는 가지에서 피어나는 '사랑'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할머니께서 길목마다 놓아둔 나침반 덕분에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주변 도움과 정면돌파로 승부수를 던지며 꿋꿋이 헤쳐나가는 하준이었다. 퍼즐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진실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나가는 하준은 그 무엇보다 '정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지켜주고자 애쓴다. 하준과 분이, 돌석과 홍 두 커플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속으로만 품고 있다가 고백을 통해 사랑을 키워나가는 풋풋하고 설레는 시간이 진실의 추리와 균형을 이루며 이야기를 채워나가고 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서투르지만 진심을 다해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그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더 오래 얘기를 나누고 싶고, 얼굴을 보면 볼수록 더 오래 보고 싶고, 눈앞에 없으면 궁금하고 그리워지는, 모든 생각의 끝이 닿아 있는 존재'를 향한 이들의 마음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천재 인연 추리단]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은 인물은 '할머니'다. 선생님으로서,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할머니로서 자신이 서 있는 그 모든 공간에서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보살피고 품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 사람의 선의가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자식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할 상황에서도 수정·새인 모녀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굳은 심지와 다정함에 감복하였다. 그리고 하준이가 좋아할 '증표'가 무척 궁금했다. 밝혀진 '증표'는 하준이 뿐만 아니라 읽는 나까지 울컥하게 만들었다. 아, 할머니!
부족함 없이 살아왔지만 무감각하고 열정 없이 살아온 하준이 꿈을 찾고 사랑하는 이를 찾는 여정이 펼쳐지는 [천재 인연 추리단]. 특별한 인연의 운명을 만나 상상하지 않았던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마음을 따스히 감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