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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우체부 배달희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9
부연정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저승 우체부 배달희/ 부연정 장편소설/ 다산책방
자신을 존재감 없는 조연 혹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기억 속에도 남지 않는 엑스트라라고 생각하는 중학생 '배달희'를 만났다.
[저승 우체부 배달희]는
'재미없는' 하루를 보내는 '평범한' 중학생 배달희가 불가사의한 일을 겪게 되면서 변하게 되는 성장소설이다. <소리를 삼킨 소년>, <피망이세요>, <악마의 비밀 레시피> 등 청소년들의 일상을 판타지 세계와 엮어서 공감 어린 시선으로 풀어내는 부연정 작가의 신작이다.
부연정 작가는 세상과 세상을 연결하는 능력이 남다르다.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살아가는 장애 소년을 밖으로 나오게 하기도 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존재를 보는 능력 때문에 힘겨운 소녀에게 능력의 중요성을 알려주기도 하고, 인간을 괴롭히기 싫은 악마에게 영혼을 달래주기도 한다. 이렇게 닫힌 세상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 열린 세상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에는 저승으로 떠난 이들의 미련을 풀어주는 우체부를 소환하였다. 평범하다 못해 남의 시선을 의식해 자신의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중학생인 달희는 아주 특별하고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는다. 달희는 안된다는 거절의 말조차 하지 못해 일을 시작하게 된다. 소심하고 자존감 낮은 달희는 차사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내심 믿고 싶어진다.
"배달희 씨는 81억 인구 중에서
저승과 이승을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그만큼 특별하단 뜻이죠."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정교하게 짜인 구성에, 촘촘하게 이어진 관계에, 우연 같으면서도 현실에 있음 직한 인연에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먹먹한 감동의 파도가 출렁거렸다.

한순간의 선택! 옳고 그름을 떠나 선악을 벗어나 자신의 선택에 죄책감과 후회를 느끼게 되는 경우는 많다. 달희는 용기가 부족해 마음과는 다르게 외면하였던 선택들이 몰고 온 감정 덩어리를 버거워한다. 물 머금은 솜뭉치처럼 죄책감과 후회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는지, 달라질 수 있을는지…
저승 우체부로서 처음으로 전한 편지, 그로부터 서서히 변화의 씨앗이 꿈틀거렸다. 용기가 없어 하루와 세희 언니의 편이 되어주지 못했던 달희는 진심으로 닿기를 간절히 바라며 하루의 마음을 세희에게 전했다. 하루도, 세희도 그리고 달희도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새로운 시작이 펼쳐진다.

하루의 편지에 이어진 편지 배달 임무로 달희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는다. 갑자기 찾아온 이별로 힘겨워하고 안타까워하는 이들의 진심을 전해주고, 그 마음을 받은 이들이 용서와 위로를 느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달희기에 절실히 다가왔을 것이다.
"지금 진심을 전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용기를 내보자."
자신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시선으로 자기를 바라보게 된 주인공 '배달희'는 눈부시게 찬란했다. 후회하고 자책하고 미안해하는 존재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면서 한층 더 성숙해진 달희는 저승 우체부다.
[저승 우체부 배달희]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지금' 전하는 하루의 소중함을 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마음 한편에 망설임이 있는 모두가 읽고 용기 얻고 위로받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