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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골동품점
범유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호랑골동품점/ 범유진 장편소설/ 한겨레
범유진 작가의 [호랑골동품점]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으로는 답할 수 없는 기이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기담을 좋아해 미야베 미유키 님과 오윤희 님 작품을 즐겨있는지라 하니포터10기 4월 활동 도서로 주저 없이 선택한 도서가 바로 [호랑골동품점]이었다.

산의 주인 백호를 도와 영생을 얻은 '호미'가 주인인 '호랑골동품점'은 늦은 밤에서야 문을 여는 가게이다. 들어오는 것은 막지 않으나 밖으로 나가려는 것은 막아야 하는 존재들이 있는 곳이다. 바로 가게에서 '청소'라 불리는 정화를 받아야 하는 물건들이다.
일상 속 물건들에는 기억이 스며든다. 가까운 이나 주인의 기억이 스며든 물건들은 복을 주기도, 화를 부르기도 한다. 한이 서린 물건들은 풀어줄 만한 인간을 끌어당긴다. 밖으로 나가 사고를 치려는 물건과 이에 휘말린 인간이 벌이는 엎치락뒤치락 한바탕 난리가 펼쳐진다.

기억이 깃든 물건들의 사연과 인간의 사정은 과거와 현재를 가로질러 고통과 분노와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그리움과 사랑과 연민 등 수많은 감정들을 관통한다. 물건을 정화하는 청소 작업은 평범한 우리 인간사의 곪은 상처를 터트려 진물을 짜내 낫게 하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표지 속 물건 다섯 가지에 얽힌 이야기들은 동서양의 물리적 공간과 과거 현재의 시간적 공간을 뛰어넘는, 기이하고도 슬프고 애틋한 이야기였다.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어.
그 아이가 매일 나를 불러. 춥다고."
[호랑골동품점]에서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으로 물건을 훔치거나 산 이들은 죄책감, 자괴감, 외로움에 빠져있다. 물건들은 그 그늘진 마음을 엿보고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사람의 속을 헤집고 파헤쳐 기어이 밑바닥까지 보고야 마는 이 집요한 추적을 지켜보는 내내 지릿지릿 말초신경까지 반응하였다. 자기 기만, 자기 합리화 혹은 미처 깨닫지 못한 심연의 자아를 마주하게 만드는 기이한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 하지만 작은 베풂이, 작은 손길이 끔찍한 비극의 칼날을 비껴가게 만드는 찰나 서걱거리던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호랑골동품점]은 기담의 기저에 깔린 인간의 본성에 대한 연민을 잘 살린, 맛있는 책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사랑을 주면,
그것만으로 세상이 참 아름답더라.
네가 나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유일한 사람이었어."

특별한 존재인 호미 이유요와 동이가 미숙하고 부족한 점이 많은 생명에게 느끼는 미련이 새삼 고맙다. 부질없다지만 사랑스러운 그 감정은 세상의 한곳을 따스하게 보듬어주고 있다. 이유요와 동이와 소하연 그리고 화까지 남은 페이지가 많은 책을 서둘러 덮는 기분이다. 물건에 깃든 기억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도 다시 들을 수 있기를 기다려본다.
"달이 그림자에 가려졌다고, 사라진 게 아니구나."
한겨레 하니포터 10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