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로그인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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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로그인/ 우샤오러 장편소설/ 위즈덤하우스




대만 작가 '우샤오러'의 신작 [죽음의 로그인]을 읽었다. 읽는 내내 불편하고 가슴이 얹힌 듯 답답했다. 이야기 마지막 장에 가서야 '그래도 다행이다'라고 다독일 수 있었다. 이어진 <작가의 말> 또한 작품이 몰고 온 감정의 진폭을 서서히 가라앉혀 주었다.


우샤오러 작가는 이 작품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고, 발표 이후 밝혀진 대만 사회의 사건과 그 이후 정세를 통해 인간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토로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고 성토한다. 아름다움과 추악함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인간의 모순을 뛰어넘는, 선한 본성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지닌 그는 창작 활동을 통해 그 믿음을 강화시키고 있다. 그 힘이 전해지는 작품이 바로 [죽음의 로그인]이다.







이야기는 자기방 안에 틀어박혀 세상과 단절된 채 인터넷 게임만 몰두하던 '천신한'이 삶을 정리하려다 우연히 노숙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생각을 바꾸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 상승기류를 타고 날아오르던 천신한은 교통사고를 겪은 후, 이상한 능력이 생기게 되어 자기 안으로 침잠하고 있었다. 유일한 낙인 온라인 게임 '위그드라실' 길드원 '시리'의 간절한 부탁으로 만나면서 기이한 사건에 엮이게 된다.



검은 안개에 휩싸인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



둥촨 천신한과 유일한 친구 허칭옌, 시리 루이안과 유일한 친구 양양, 양양의 외삼촌 왕전샹, 기자 우수옌, 궈리눙, 다아시 등 등장인물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궤적은 진한 고통과 상처로 얼룩져있다. 가혹한 이 이야기 속에서 안전한 이는 누구도 없었다.






평범한 우리가 영위하는 일상 속에서 타인에게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의도했든, 안 했든 우리는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본 세상은, 현실은 그렇게 단편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말과 행동이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올 때서야 깨닫는다.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말이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돌아보는 자세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또 사랑하는 이들이, 주위의 어른들이 더 쉽게, 강하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절절히 느꼈다. 그래서 루이안과 비슷한 처지의 다른 아이들이 그토록 쉽게 악인의 먹잇감이 되었으리라.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타인의 사랑도 받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외로움을 악랄하게 이용하는 '악'을 우샤오러 작가는 날카롭게 그려냈다.




어떻게 하면

타인을 괴롭히고 고통을 줄 수 있느냐.

인간이 타인을 괴롭히려는 의지는

얼마나 심오한가?




'폭력' 아래 꿈틀거리는 욕망은 '권력'이었다. 타인을 인형처럼 조정하며 자신의 일그러진 욕구를 충족시키는 악인들의 행태는 우수옌의 말처럼 이해불가다. 아니, 이해할 필요조차 없다. 오로지 이런 악을 이기기 위해, 그들의 민낯을 속속들이 파헤쳐 나가는 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은 금방 들끓고 금세 사그라드는 세상의 관심과 의지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만하다. 이런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지고 연대하여, 결국에는 세상이 바뀌고 더 좋아질 것이다. 고통스럽고 고독하더라도 자신의 능력 아니 저주 같은 힘을 이용해서라도 주변을 돕고자 나서는 우수옌과 천신한이 계속 눈에 아른거린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자기를 용서하는 일이 제일 힘들어요.

당신도 알잖아요. 정상인이 제일 행복하다는 거."




[죽음의 로그인]은 단편적이고 단면적인 접근이 아니라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인간 군상을 내세워 인간의 심오한 내면과 심리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는 문제작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진심으로 관계 맺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하지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천신한과 허칭옌, 루이안과 양양, 이 친구들의 이야기로 증명하고 있다. 나를 이해해 주는 한 사람을 찾으려는 아이들이 피리 부는 사나이의 상냥하고 위험한 멜로디에 취해 스스로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가지 않게 지켜내야 한다. 그들이 보내는 간절한 호소에 귀 기울이고 놓치지 않는 우리를 비추는 [죽음의 로그인]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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