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날다
기쿠치 치키 지음, 황진희 옮김 / 초록귤(우리학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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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치 치키의 그림은 마음을 요동치게 합니다. 거친 그림체는 심장을 움직여 온몸에 따스한 기운을 돌게 하네요. 어느새 손끝, 발끝까지 전해진 온기가 입가에 머무릅니다, 오랫동안.








기쿠치 치키 작가의 [산을 날다]는 한 아이의 하루를 담고 있습니다. 아침 햇살로 시작한 이야기는 해 질 녘 노을로 끝을 맺어요. 오롯이 아이와 함께 하루를 보내며 덩달아 인사하고 바람처럼 달리고 산에 사는 많은 생명들을 만나 어울리는 사이 그 넘치는 생명력에 짜릿해진답니다.







오늘날 우리 아이들의 생활 반경을 떠올려보면, 가슴이 저릿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변 모든 곳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며 놀고 참견하며, 친구들과 자연을 흠뻑 취하던 우리 시절과는 너무나 달라졌어요. 시대가 달라졌다는 건 아이뿐 아니라 어른을 보고도 쉽게 실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래서인지 자연 속에서 사람과 다양한 생명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고 그들을 면밀히 관찰하며 동화되는 아이의 모습은 먹먹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동물 친구들을 걱정하는 귀하디귀한 마음은 순수한 동심을 상기시키네요.



"다 함께 배부르게 먹고

뒹굴뒹굴하면 좋겠어."






흑백과 컬러를 반복적으로 오가며, 시각적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감각이 놀랍습니다. 선과 색의 강약 조절과 빨려 들어갈 듯한 구도가 이야기의 맛과 결을 한껏 돋우네요. 내가 바람이었다가, 비둘기였다가, 솔개이었다가, 까망이었기도 한 기분입니다. 너와 나, 우리. 별개가 아닌 하나의 존재처럼 어우러진 모습을 정성껏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다 함께 행복하길 바라는 그 마음의 빛이 온세상에 닿길 바랍니다.





"우리 집 주위에는 여러 생명이 살고 있어.

산은 커다랗고 하늘은 넓어."







넘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손과 어깨가 들썩이는,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그림책 [산을 날다]입니다. 겨우내 웅크렸던 생명들이 움트기 시작하는, 봄꽃이 주변을 밝히는 이맘때, 아이 손, 어른 손, 사랑하는 이 모두 모두의 손을 잡고 바깥으로 어여 나가자고 서두르게 만드는 책입니다.

책 읽고 외출하기, 외출해서 책 읽기, 다 어울리는 그림책 [산을 날다], 우리 함께 읽어요. 아이의 빛나는 까만 눈동자와 함박웃음 띤 입이 계속 아른거리게 될 거예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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