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에 투자하세요 - 제5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황이경 지음 / 비룡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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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에 투자하세요/ 황이경 장편소설/ 비룡소

비룡소 출판사에서 실시한 제5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멸망에 투자하세요]가 출간되었다. 개성 넘치고 색채 강렬한 그림체의 표지가 제목과 어울려 시선을 잡아끈다. '멸망'에 투자하라고? 과연 어떤 이야기일지 예측불가한 [멸망에 투자하세요]였다. 

황이경 작가의 소설 [멸망에 투자하세요]는 상상력의 힘을 실감하게 해준 이야기다. 미래, 꿈, 운명, 긍정, 투자 등 현대사회와 미래사회를 논하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화제들로 흥미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많이 소모된 소재로 실제가 없는 미래 사회를 그려내는 작업 뒤에는 작가의 통찰력이 있다. 현대 사회를 면밀히 관찰하여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였다. 십 대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받아 당당하게 수상작이 된 작품답게 매력적이며 유쾌하지만, 예리한 시선으로 우리의 사회를 관통한다. 가독성이 좋고 생각거리가 넘치는 소설로, 미래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2055년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회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극도의 창의성을 발휘하거나 인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극소수의 직업을 갖지 못하는 대부분의 많은 인간들은 단순직 노동자가 되었다. 인공지능이 총지휘하는 노동 생태계의 최하위에 있는 단순직 노동자들은 노동의 보람, 자부심 없이 지쳐만 갔다. 그래서 더욱더 투자에 집착하게 되었다. 


'미래 예측 테스트' 줄여서 미예테는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 중 졸업시험을 통과한 이들의 두뇌를 스캔해 미래의 가능성을 미리 내다보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과한 이는 전 국민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이야기는 열악한 가정환경에 반 꼴찌인 대폭등 고3 백소망이 투자대상자로 선정되어 미예테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일어나는 한바탕 소동을 그리고 있다. 단순직 노동자인 엄마 정안을 위한 단순한 마음이 나라 전체를 뒤흔드는 스캔들이 되고 말았다. 


투자청의 미예테는 '미래를 선도할 학생'을 선발할 뿐 아니라 '특별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를 발굴한다. 그렇게 '예언자' 최선과 '파멸자' 백소망이 세상에 소개된다. 테스트 전부터 자신을 '미래를 멸망시킬 아이'라 부른 최선과 함께 미예테와 투자청의 본모습을 파헤치게 된다. 


소망은 졸업하기 얼마 전 읽은 자기 계발서에 꽂혀 '긍정 스위치'를 켜는 데 진심이다. 이런 행동의 기저에는 매사 무기력하고 부정적인 엄마 정안에 대한 마음이 깔려있다. 세상이 자신을 '파멸자'라 불러도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린다. 자신은 절대 '파멸자'가 아니기에!




"예언은 그냥, 사람들이 각자의 자유의지로

뭘 선택할지 알고 있다는 말에 불과해. 

네 미래는 그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결정되는 게 아닐까?

그건 그러니까 그냥 …… 그렇지, 

세뇌 같은 거야."

- 써니가 소망에게




예언자 최선의 말을 통해 전달되는 '운명과 미래'에 관한 황이경 작가의 말은 곱씹어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쉽게 받아들이고 믿게 되는 순간 힘이 커지는 예언, 운명에 대해 온몸으로 부딪쳐 더 나은 방향으로 흐름을 바꾸려는 소망의 의지와 끈기는 더 경이롭다. 두렵고 무섭지만 옳고 그름을 알고 더 좋은 세상을 꿈꾸기에 다시 일어나 손을 잡고 달리는 소망, 선, 주연을 어느새 목청껏 응원하게 되었다. 



"난 운명을 믿지 않아! 사람에겐 자유의지가 있다고. 

만약 운명을 믿게 된다면, 

그럼 난 아무런 희망도 남지 않아."

- 소망이가 써니에게




엄마 정안은 타인을 함부로 '실패작'이라 부르는 나 박사 면전에서 따끔하게 쏟아붓고는 아들 소망에게 굳은 믿음을 보여주었다. 그 당당함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 삶의 주체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선택은 애가 하는 거니까, 

잔소리는 집어치우시죠."

- 정안이 나 박사에게


"생존보다 중요한 건 존엄이야. 

당당하게 살지 못할 거라면 

멸망하는 게 나아. 그러니까 너 지켜."

"굶어 죽게 만드는 것도 

허황한 생각이지만, 

인간답게 살게 해 주는 것도 

허황한 생각인걸."

- 정안이 소망에게





소망의 친구 태슬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내비친다. 그 두려움이 지나쳐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며 나라에서 정해주면 얼마나 좋냐고 한다.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불안이 아닌가 싶다. 막막함에 기대보다는 불안이 커진 우리 아이들이 오버랩되어 가슴 아렸다. 하지만, 자기 길은 스스로 찾아가는 거다. 그 하나하나의 선택이 모여 미래가 되는 거다. 미래는 운명처럼 정해진 길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 중 스스로 찾은 길 그 하나이다.




"실패가 어때서!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어! 

실패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고!"

- 소망이가 써니에게




'인간이 끝없이 실패한다는 말은, 끝없이 도전하는 존재'라는 소망이의 연설에 무릎을 탁 쳤다. 

단 한 번의 좌절로 넘어지는 것이 진짜 멸망입니다. 






[멸망에 투자하세요]는 우리가 가진 가능성을 힘껏 열어준 작품이다. 스스로에게 언제든 기회를 줄 수 우리가 되자. 최첨단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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