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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스파
설재인 지음 / 한끼 / 2025년 2월
평점 :

레드불 스파/ 설재인 소설/ 한끼
소설 [레드불 스파]는 설재인 작가의 복싱 일상이 녹아있으면서 삶의 텁텁함을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표현한 좀비 코믹 스포츠 드라마이다. 좀비 + 스포츠에 코믹 + 드라마까지 골라 먹는 뷔페처럼 끌리는 포인트가 다들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이 멸망하는 한이 있어도 이겨야만 한다!"
생계형 연예인에서 생계형 복서로 탈바꿈한, "죽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사는 20대 현지현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한 영상으로 연예계에서 퇴출당한 지현은 아이돌 당시 팬이었던 강승유 관장의 권유에 프로 복서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돌이었을 때나 복서일 때나 자신의 의지라고는 한 스푼도 없는 삶은 데칼코마니라 나락으로 떨어진 자존감은 다시 채워지지 않았다. 화려한 복귀를 장담했던 승유는 아시아 타이틀을 들먹이며 태국 선수와의 경기를 권하는데…….

소설은 사운드가 꺼지지 않는 예능처럼 시종일관 시끌벅적하다. 세상 밖도 지현 속도 찬바람이 쌩 부는데 이야기는 소란스럽다. 신기하게 야단법석이다. 상대 선수인 태국의 쌈루타 선수는 기량이 뛰어나 이길 엄두가 안 나고, 좀비 떼가 출현하여 대 환장 파티인 이 시국에도 호황인 라이브 방송을 타고 지현과 쌈루타 경기는 판이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대한민국에서만 좀비 떼가 출현한 설정부터 현실과 상상을 경계 없이 넘나드는 현란한 필력에 빠져든다. 블랙코미디라는 틀 안에서 사회 내 존재하는 차별들을 예리하게 꼬집으면서 감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아이돌일 때는 소속사를, 복서일 때는 관장을 절대적으로 따르며 스스로 생각해서 선택하는 삶의 결정권을 빼앗긴 지현은 남 탓, 사회 탓을 하며 억울해한다. 매운맛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읊는 지현을 보면서 여러 감정들이 교차했다. 지현이와는 상반되게 쌈루타는 주관이 뚜렷하고 삶의 목표가 확실했다. 여론에 쉽게 휘둘리는 지현과는 다르게 자신에게 불리한 반응조차 '기회'로 보며 고마워했다.

이 소설 속에서 여자 아이돌, 여자 복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가해지는 차별과 무시, 폭력을 들여다보면 정형화된 틀에 기반을 둔 채 대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미지로 판단하여 좋아하고 싫어하는 세상에서 쏟아지는 댓글과 콘텐츠는 도가 지나쳤다. 감정을 토해내는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공간에서 자신을 알리고자, 성공하고자 애쓰는 이들은 라이브를 켜는 기이한 현상이 되풀이된다. 소설에서나 현실에서나 이해하기 버거운 씁쓸한 모습이다. 특히나 [레드불 스파]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이야기의 흐름과 분위기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오늘날의 소셜미디어에 관하여 되돌아볼 여지를 주었다.

[레드불 스파]는 고정관념을 비트는 소설로, 색다른 방식으로 독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B급 감성이 충만한 이야기는 좀비가 창궐하는 시점에서도 일상을 누리는 부와 권력을 가진 사회적 특권층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어 경제 시스템의 허점을 꼬집는다. 그리고 좀비가 저능하다는 편견을 뒤집어 지능적이고 지략적인 좀비를 그려내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점은 현지현과 쌈루타의 경기이다. 일상이 무너진 세상에서 인간 대 좀비 아니 좀비 대 좀비 경기를 벌이고자 한마음 한뜻으로 분투하다니 경이롭다. 살기 위해 운동을 하였다. 무에타이든 복싱이든 강한 체력 그보다 더 강인한 정신력을 요구한다. 한바탕 소동 후 드디어 마주한 두 선수가 서로를 향해 달려든다. 짜릿하면서도 울컥한 경기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해프닝이라 하기에는 지현 선수에게도, 쌈루타 선수에게도 또 방청객 혹은 방청 좀비에게도 큰 의미가 되어버렸다. 열심히 살면서도 행복하지 못했던 현지현이 시대의 승부를 치르고 어떻게 변할지 기대된다.
부조리한 세상사에 지친 이들에게, 크게 주먹 휘두르며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리는 진정한 경기가 보고픈 이들에게 [레드불 스파]를 추천합니다.

* 책표지가 포스터로 경기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니 꼭 안표지를 보시길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