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가족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이귤희 지음, 이경석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짜 가족/ 이귤희 글 이경석 그림/ 우리학교


일도, 걱정도, 생각도 없이 살아가는 게 '행복'일까?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 게 '삶'일까? 

<가짜 가족>은 짧은 글이지만 묵직한 한 방을 날리는, 힘 있는 이야기다.


출판사 우리 학교에서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인 이귤희 작가의 <가짜 가족>은 남 탓만 하고 책임질 줄 모르는 가족이 이사 전문 업체 '야반도주'의 도움으로 정말 야반도주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우당탕탕 성장기를 담고 있다. 찬영이네 가족이 기이한 일을 겪으면서 자신의 선택과 결과에 스스로 책임지고자 하는 변화가 그려진다. 작가가 이를 위해 구상한 플롯이 실로 매력적이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다.

- 소포클레스





소설이 시작되기 전 적혀있는 이 글귀를 소름 끼치도록 선명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고통과 시련 혹은 노력 없이 얻은 결과와 기쁨은 진짜 행복이 아니다. 간절하고 절박하고 진실한 땀과 눈물로 채울 수 있는 소중하고 평범한 일상의 오롯한 기쁨을 전하고 있다. 








찬영이네는 각자 감당하지 못하는? 인정하기 싫은? 문제들을 거짓말로 덮고 있다. 남 탓만 하고 책임지지 않은 채 위기에서 벗어날 궁리만 하는 이들 앞에 갑자기 손톱만 한 작은 스티커가 반짝반짝 나타났다. 그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야반도주'를 선택했다. 





아무도 모르게 이사해서 새 인생을 설계해 드립니다.







'자식은 부모를 비추는 거울'이라 했던가. 엄마 아빠를 똑 닮은 찬영이를 보니 부모로서의 마음가짐을, 행동거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자기가 두고 온, 떠나온 삶을 그리워하고 누구보다 되찾고 싶어 하는 모습에서 시련 속에서 단단하게 여물어 훌쩍 성장한 찬영이를 만날 수 있었다. 참혹한 현실에 주저앉아 벗어날 생각도, 의지도 없이 체념한 부모들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싸워 앞으로 나아가려 발버둥 치는 찬영이는 반짝거렸다. 







<가짜 가족>은 찬영이 가족 모두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책임지기 싫어서, 그저 편하고 싶어서, 쉽게 살아가려 도망친 '현실'을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게 원하는 '삶'으로 그려내면서 '삶의 태도'를 묻는다. 

영화 '비바리움'이 떠오르는 새집과 마을이 서늘함을 선사한다. 힘들게 일하기 싫어서 도망쳤는데, 주어진 일을 주어진 시간 내 끝내야 하는 새 인생은 돈이 넘쳐나도 행복하기는커녕 생각을 앗아가는 잠자고 먹고 일하는 단순 반복적인 삶이었다.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 중요한 게 무엇인지 살피게 한다. 편한 게 행복이 아니라, 행복은 생각하고 선택해서 행동하고,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받아들이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돈을 갚지 못하고, 드론을 망가뜨려 도망친 찬영이네가 가짜 가족에게 이후 생활을 물었을 때 들은 답변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주식하다 망한 거 들켜서 사람들이 많이 괴롭혔죠? 난 그게 제일 무섭던데."

"별로 그렇지도 않았어요. 처음엔 어떻게 돈 갚을 거냐고 몰아붙이더니 나중엔 나쁜 마음먹지 말라고 걱정해 주더라고요."

"사람들이 우리 걱정을 했다고요? 그럴 리가."

"믿기 싫으면 말아요. 그러니까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도망갔겠지."



그저 들키지 않고 넘어갈 방법만 찾던 비겁했던 찬영이네는 기상천외한 경험을 하고 따끔하게 혼이 났다. 정신이 번쩍 든 이 가족이 어떤 인생을 설계할지 무척 기대된다. 



힘들게 얻어야 만족을 느끼고, 

몸이 아파봐야 건강이 귀중한 걸 깨닫고, 

슬픔을 느껴야 기쁨도 느끼지. … 

최악의 고난을 극복하면 

최고의 만족을 느낄 수 있으니까.




"잘 살게요." 찬영이네 다짐처럼 우리 모두 잘 살았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