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를 마주하기란 이토록 힘겨운 일이다 - 두 번째 달에게

두 번째 달에게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2
박미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1월

두 번째 달에게/ 박미연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SF 환경 동화 <시간 고양이>로 어린이를 사로잡은 박미연 작가가 청소년을 위한 SF 성장소설 [두 번째 달에게]로 찾아왔다.

[두 번째 달에게]는 '평행 우주'를 현실 세계로 끌어당겨 '현실'과 그 현실 속 '자신'을 마주 보게 하는 이야기다. 두 개의 달이 뜨는 세계에서 기억을 잃은 채 아빠가 원하는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시은의 분투기가 펼쳐진다.

박미연 작가는 '기억 상실' 장치를 영리하게 활용하여 시은과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사고로 어긋난 기억의 파편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여 '진실'을 마주했을 때 충격을 배가시켰다. 왜 그토록 시은이 과거의 자신을 어색헤 했는지 이해가 되면서 시은의 자리에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평행 우주'를 배경으로 또 다른 차별이 그려지는 이야기들은 많이 접해왔다. [두 번째 달에게]와 기존 이야기와의 차별점은 본인이 인지하거나 스스로 선택했느냐 여부에 있다. 기억나지 않는 내가 되어야 하는 이 세계에서 시은은 하루하루 애쓰며 살아가고 있다. 두 개의 달이 뜨는 이 세계가 자신의 것이 아닌 줄도 모른 채 아빠의 자랑이 되기 위해 자신을 담금질하기에 바빴다.

이 소설은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보고 사유해 보기에 좋다. '삶'과 '나'를 마주 보기에 적당한 이야기다. 시은이로, 아빠로, 엄마와 오빠로, 해준이로 제 각자 위치에서 현실을 마주하고 선택하기에 독자인 우리 역시 그들이 되어서 느껴보고 고민할 여지가 있다.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 치는 시은이, 반해버려 시은을 제 일처럼 도와주는 해준이, 죄책감에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는 엄마와 시후. 모두 안쓰럽고 용감하고 단단한 사람들이다. 나라면 어떡할까?

시은이가 선택한 결과를 들여다본다.

예전 세계로 되돌아가려는 시은에게 오빠 시후는 당황하며 이렇게 말한다. "뭐? 그 지옥 같은 곳으로 돌아가겠다고?"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시은은 말한다. "진짜 내 삶을 살고 싶어. 그게 지옥 같다면, 그것도 감수할래. 이제야 알았어.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세계를 바꿀 게 아니라 날 바꿔야 한다는 걸."

현실 부정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려는 시은이가 대견하고 멋지다.

똑같은 일이 벌어진 시후와 시은이지만, 선택은 달랐다. 시은의 용감한 선택 끝에 어떤 결말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시후의 새로운 적응과 노력 끝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두 아이 모두 주어진 상황에서 살아가고자 기꺼이 최선을 다해 변하고 성장하고 있다. 힘겨운 현실 앞에서 숨 쉬게 해주는, 꿈꾸게 해주는, 웃게 해주는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며 '진짜 나'로 살아가려는 시은에게 다정한 응원을 보낸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