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이야기 트리플 29
성혜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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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이야기/ 성혜령 소설/ 자음과모음/ 트리플29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트리플 시리즈> 29번째 출간작은 성혜령 작가님의 [산으로 가는 이야기]다.
세 편의 단편과 한 편의 에세이 그리고 해설로 구성된 하드커버의 작은 책은 앏은 두께와 작은 크기의 외모와는 결이 다르게 옹골지다. 그래서 트리플 시리즈를 마주할 때마다 기분이 설레나 보다.


[산으로 가는 이야기]는 작품 모두 '산'이 등장한다. 핵심 인물들이 '여성'이며, '산'으로 떠나게 되는, 산에서 무언가가 벌어진다. '산'으로 가는, 떠나는, 머무르는, 다양한 여성들의 삶이 펼쳐진다. 


'산'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사정은 기묘하면서도 아리었다. 
<귀환>은 결혼 전 실종된 남편의 여동생이 교통사고로 다친 아들이 혼수상태일 때 같이 놀아주었다는 설정이다. 결혼하기 위해 '어머니'는 요양원에, '여동생'은 더 이상 찾지 않는 것으로 가슴에 묻었다는 남편은 결국에는 아들의 인도로 산으로 향한다. 절벽 위 바위에 주르르 앉은 남편, 시어머니, 아들을 바라보는 수임의 속마음이 그려진다. 





<꿈속의 살인>은 바람나 이혼한 남편의 애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으로 떠나는 엄마와 말없이 떠난 엄마를 찾으러 산속으로 향하는 딸 이야기다. 남편은 없고 홀로 대를 이어 삼대째 민박집을 운영하는 전 남편의 애인을 앞에 두고 묘한 기싸움을 벌이는 엄마를 딸은 당최 이해할 수 없다. 





<원경>은 자신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신오가 결혼을 결심한 유일한 여자인 원경과 헤어진 이후, 건강검진에서 암 진단을 받고 원경을 찾아 산으로 향하는 이야기다. 원경의 유전병 이야기에 지레 겁을 먹고 이별을 감행했던 신오는 자신이 벌을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소설집의 기반이 되는 '산'이라는 존재는 성혜령 작가의 에세이 <산으로 가는 이야기>를 거쳐 우리 독자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어린 시절 산으로 둘러싸인 동네가 생활의 터전이었던 작가는 자신의 병으로 그곳을 떠나왔다. 고통과 불안, 그리움이 점철된 자신의 속내가 이야기가 되어 어디론가 인물들을 떠나게 하는 듯하다. 이번에는 그 자체가 비밀이기도 하고 온갖 세상의 비밀을 묻고 품고 있는 산으로 가는 이야기다. 



결핍과 가부장적 요소에 억압과 불안을 안고 있는 여성들의 출구가 다각적으로 그려지는 점이 신선했다. 그리고 다들 그 발길이 산으로 향한다는 점 역시 흥미로웠다. 이야기는 끝만을 뜻하는 게 아니고 변화의 시작이거나 현실의 자각이자 미래의 발현으로 이어진다. 


수임은 자신 대신 실종된 시누이를 가족으로 끌어앉는 다른 가족들을 향해 살의를 느끼기도 하고, 딸은 꿈속의 살인이 현실이 되지 않았으나 사라진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마음을 정리한다. 신오는 원경과 이모와 보살과는 다르게 구덩이 속으로 침잠되는 자신을 자각하게 된다. 자신의 신념이 뒤흔드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결국 구덩이 밖에 살아남은 이는 여자들이다.


성혜령 작가의 [산으로 가는 이야기]
작가의 이야기에 대한 방향과 고민을 들을 수 있는 자리까지 더해진 <트리플 시리즈>의 감각적인 소설집을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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