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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동남아 - 24가지 요리로 배우는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현시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2월
평점 :
미식 동남아/ 현시내 지음/ 한겨레출판
서강대 동아연구소 연구원들이 출판하는 동남아 관련 도서들을 한겨레 하니포터 활동을 하며 접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특색 있는 음식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어 관광지로 각광받는 지역이라 여행을 가지만, 실제 그들의 일상을, 유구한 역사를 품은 유적지를 제대로 감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그래서 여행지에서의 기억이 겹쳐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 관련 도서를 읽는 재미가 있다.
최근에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고, <인물로 읽는 동남아> 도서를 읽어서 아는 정보들이 나오니 더 집중하게 되었다. 이번 [미식 동남아] 도서는 현시내 작가가 저술한 책으로, 음식과 본인의 이야기로 동남아시아를 한층 더 맛깔나게 그려내고 있다.
총 24가지 음식을 통해 동남아의 역사와 문화를 파악해가는 일련의 과정이 흥미로웠다. 향신료를 둘러싼 열강의 제국주의에 식민 지배를 받았던 역사와 중국인이 이주하여 현지 여인과 교혼하여 새로운 계층이 사회에 등장한 다문화 현상들, 여러 종족들이 한 나라 안에 혼재하는 독특한 동남아가 제각각 맛과 냄새를 풍기며 이야기를 걸어왔다.
알고 먹어본 음식과 들어본 음식 그리고 생소한 음식들의 향연은 반가움, 호기심과 함께 동남아 국가의 특수성과 음식으로 드러나는 시대와 사회의 모습과 결집하는 구성원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시내 작가 본인이 직접 먹어보고 만들어보는 등 익숙한 음식들이기에 더 진정성 있게 담아내어 우리에 닿는 지점이 더 넓고 깊어지지 않았나 싶다. 유학시절의 외로움을 달래준 친구들과 음식들에 관한 일화는 국적, 나이, 성별, 종교를 뛰어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순수한 우정과 교류를 전해준다. 다시 찾아갈 이유가 되고, 추억하고 나눌 수 있는 여유가 되고, 이어지기를 바라는 소망이 되기도 하는 음식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삶에 있어서 면은 일상과 축제에 엮인
역사의 한 가닥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식민 지배, 독립, 전쟁, 쿠데타 등 지난한 역사의 소용돌이 안에서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레시피로 전통음식을 만들어갔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음식문화와 재료가 융합하여 만들어낸 혼종 음식으로 한 사람, 한 세대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역사를 거듭하며 진화해온' 이야기 안에서 동남아의 오늘을 만날 수 있었다.
국가의 주도로 탄생한 태국식 볶음 쌀국수 '팟타이', 중국의 면에 스페인의 문화를 더한 필리핀의 국민 요리 '빤싯', 인도와 중국이라는 거대 문명과 교류하면서 자기 고유성을 지키려는 미얀마식 볶음밥 '터민쬬', 베트남 사람들의 생존과 삶을 향한 의지를 담고 있는, 부서진 쌀로 지은 밥을 뜻하는 '껌떰', 말레이 문화권을 연결하는 역사적 매개체가 된 인도네시아의 '른당', 일본의 빙수가 필리핀만의 '할루할로'가 되기까지 수많은 역사가 담겨 있었다.
식도락 여행을 통해서 이웃 동남아를 좀 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었다. 덕분에 좀 더 넓은 시야로 동남아를 다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즐거운 미식 역사 여행을 떠나고픈 이들에게 [미식 동남아]를 추천합니다.
한겨레 하니포터9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