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운하우스
전지영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평점 :

타운하우스/ 전지영 소설집/ 창비
전지영 작가의 첫 소설집 <타운하우스>
작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진작가인 그는 8편의 단편을 모아 소설집을 출간하였다.
'일상의 균열을 파헤치는 능란한 필치'
'소설 쓰기의 새로운 전범'
범상치 않은 수식어를 단 전지영 작가의 <타운하우스>를 펼쳤다.

소재와 배경이 다르지만, 작품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감추고픈 혹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밑바닥의 감정을 긁어냈다. 죄책감, 수치심, 모멸감, 질투, 불안 등 삶의 거리에 눅진하게 들러붙어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실체를 지닌, 물성을 띤 개체처럼 감각하게 만들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느껴야 하나? 싶을 정도까지 예리하게 독자들을 인도하는 전지영 작가의 능수능란한 필치에 이끌려 어느새 방어막 없이 민낯으로 공격당하는 듯하다.

쥐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들 속에서 우리 인간이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를 여러 이야기로 전 작가는 그려내고 있다. 옳고 그름의 선이 아니라 각자의 사정과 입장에서 그려지는 개개인의 이야기들은 명확하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이 없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물들의 행동이, 감정이, 긴장이 묘사된다. 어찌할지 모르겠다는 인물들에 어느새 이입되어 상황이 주는 압박을 같이 느끼게 되니 흥미로웠다. 기묘한 이야기야, 하면서도 다음이 궁금해 숨을 죽인 채 책장을 넘기게 된다. 아마 그가 건들어서 그럴 것이다. 애써 뒤돌아서서 외면하는 감정을 미묘하게 들쑤시고 있다.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
말의 눈에 비친 얼굴을,
곧 부서질지 모르는 플라스틱 쪼가리가 의지할 전부인 싱크대 속 쥐를,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죄책감과 수치심을 그리고 결코 그 마음에 지고 싶지 않은 자신을,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무언가가 왜 필요한지를 모르겠는 이유를,
소문이 공격하는 이의 무고함을 믿는, 실력 없는 이의 두려움을,
알 수도 닿을 수도 없는 세계를 향해 걸어나가는 지인에 대한 질투를,
아들의 미래가 무너진 그날의 진실을 알고픈 간절함을 받아들이게 된다.

남은 아이
끝이 나지 않은 이야기들은 또다시 이어질 것이다. 현실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다는 것을 전지영 작가는 알고 있다. 씁쓸하지만, 버티거나 잊거나 혹은 같이 견디어간다. 불안의 기저에 깔린 본디 마음을 안다는 건 아니 인정한다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 아닌가. 전지영 작가가 들려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친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