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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학교 백서 ㅣ 청어람 청소년 1
심너울 외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25년 1월
평점 :
미래 학교 백서/ 심너울 이선주 탁경은 하유지/ 청어람주니어
청어람주니어 출판사에서 '청어람 청소년' 시리즈가 출간되었습니다. 어른과 아이의 중간, 언제나 '경계'에 서 있는 청소년에게 미지의 세계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아낌없는 위로와 힘찬 응원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만들어진 청소년 문학 시리즈입니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은 SF 앤솔로지 《미래 학교 백서》입니다. 뜻깊은 시작을 역량 있는 4명의 작가님들이 힘차게 열어주셨네요. 최근에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로 감각적인 SF 세계관을 선보인 심너울 작가님과 재밌게 읽은 [맹탐정 고민 상담소] 시리즈의 이선주 작가님, [싸이퍼]와 [러닝 하이]로 친숙한 탁경은 작가님, 그리고 [3모둠의 용의자들]과 [너의 우주는 곧 나의 우주]로 즐거움을 선사한 하유지 작가님입니다.
청소년은 아직 사회에 나가기 전이라 '학교'라는 공간과 가장 밀접한 시기죠. 《미래 학교 백서》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청소년을 담기에는 학교라는 장소는 너무 일상적이고 작은 공간이 아닐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서 SF를 통한 시공간 확장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고 합니다.
오늘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 폴리스' 봉사를 했습니다. 점심시간에 교내 순회를 하는 활동을 하는데, 많은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농구와 축구를 하더군요. 저와 눈이 마주치면 반갑게, 공손하게, 해맑게 인사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활기차게 움직이는 아이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계속 미소를 짓게 됩니다.
암울했던 코로나 팬데믹으로 학교 문이 굳게 닫혔던, 불과 몇 년 전을 떠올려 보면, 친구와 선후배 그리고 선생님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을 체화하는 아이들의 오늘이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은 물리적인 공간의 학교를 벗어나고자 애를 쓰기도 하지만요. 청소년 시기의 '학교'는 무척 중요하고 소중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4분의 작가님이 생각하는 미래의 학교는 어떤 곳일까? 호기심과 기대감을 안고 읽어보았습니다.
《미래 학교 백서》는 인공 지능, 냉동 수면, 바이러스, 테라포밍이라는 소재로 네 가지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아줌마인 저는 '기술'의 발달이 마냥 반갑지는 않은데요. 첫 번째 이야기기 탁경은 작가님의 ''해커와 찰리'는 인공 지능 '찰리'로 통제되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로봇 교사로 구성된 교사진과 탁한 공기로부터 안전한 시스템을 갖춘 학교 건물이 인상적입니다.
"난 불편한 걸 좋아해.
사람들이 편한 것만 추구하다가 지금처럼 된 거잖아.
최악의 공기, 로봇 교사, 사람보다 인공 지능을 더 믿는 세상."
인공 지능이 사람을 대신하는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틈을 찾아 아찔하고 무서운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네요. '불편한 걸 좋아하고, 쓸모없기에 쓸모 있는 것도 세상엔 있다' 믿는 석범이와 자신의 능력을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고자 노력하는 세은이 덕분에 초현이는 성장하게 됩니다. 그들처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궁금해하고, 의심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고자 하죠.
두 번째 이야기는 하유지 작가님의 '냉동 이모 고은비'입니다. '냉동 수면'을 소재로 하는 작품으로 족보가 꼬이는, 재밌는 발상을 의미 깊은 주제로 풀어내어 흡인력 넘치는 작품입니다.
심장병 때문에 냉동 수면 상태였던 이모가 30년 만에 해동되었는데, 갑자기 같은 방을 쓰고 같은 반이 된다면 여러분은 어떨까요? 놀랍고 기쁜 일이지만,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죠. 조카 예나가 눈앞에 닥친 시련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이모 은비가 30년 후의 일상을 어떻게 수용하는지를 공감할 수 있도록 풀어낸 하유지 작가의 필력이 돋보입니다.
사회 나이는 마흔다섯이지만, 열다섯 살에 멈춘 은비가 미래 사회에 적응하게 해주는 요소로 '최애'를 활용하여 청소년의 감성과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이선주 작가님의 '미끼'입니다. '바이러스'를 소재로 하는 SF물이지만, 그들이 꿈꾸는 것은 현실적이고 평범한 일상이라 먹먹함을 안겨준 작품이었습니다. 우리가 겪은 팬데믹의 공포가 지속된 미래는 세상을 두 구역으로 구분하여 삶을 박제해버렸네요. 시스템 밖 Z구역의 아이들은 시스템 안에서 보호받으며 살아가는 A구역으로 넘어가기를 꿈꿉니다. 그들이 학교에서 벌이는 '보물 찾기'는 그 꿈을 이뤄줄 수 있는 희망이자 믿음 그 자체였습니다.
연슬, 채아, 재욱, 현성. 네 명의 아이들이 처음 만나 처음 가본 학교에서 찾은 보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학교'라는 공간의 보편적인 의미를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마지막 작품은 '테라포밍'을 소재로 한 심너울 작가님의 '불법의 존재'입니다. '학교'를 물리적인 공간에서 그리지 않고 확장시켜 미래사회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실존 인물의 이름을 사용하여 등장인물들을 구체화한 점이 흥미로웠어요. 선각자인 테온과 히파티아 부녀의 자비롭고 균형 잡힌 사고와 프로그램에 입각한 로봇 아리의 판단이 대립하다가 끝끝내 아리가 감화되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매 소설마다 작가노트로 집필 의도를 가늠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글에 대한 감상과 작가의 의도를 비교해 보고 비슷하면 비슷한 대로, 다르면 다른 대로 글을 되새겨보는 여유를 가졌네요.
네 명의 작가가 그려낸 미래의 학교에 잘 다녀왔습니다. 꿈을 키우는 오늘로 찬란한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청소년이 친구와 선생님과 함께 하는 '학교'에 다들 놀러 오세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