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문항 킬러 킬러
이기호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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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문항 킬러 킬러/ 장강명 외 13인/ 한겨레출판




14인의 문인들이 뭉쳤다. 오늘의 교육 현실을 소설로 써 내려가기 위해. 이제껏 읽은 앤솔로지 중 가장 많은 작품과 작가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우리네 교육 현실을 다각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바로 [킬러 문항 킬러 킬러]이다.


유독 이 책이 스며들었다. 아마 예비 고3 학부모라는 위치 때문인 것 같다. '수능날은 학교 쉬는 날'이라며 마냥 좋아했던 작년과는 다르게 울적해하는 큰아이였다. "이제 너희 고3이야."라는 말을 수업 들어오시는 선생님마다 하셨단다. 장도식 때 선배들을 배웅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했다고. "그랬구나." 꼭 안아주었던 기억이 책을 읽는 내내 따라다녔다. 


그래서일까? 책 속에 수많은 '나'와 '너'가 있었다. 

양육자로서의 '나'와 학부모로서의 '나'와

아들딸로서의 '너'와 학생으로서의 '너' 그리고 너로서의 '너'가 있었다. '그래, 그래…….' 안도하고, '다 그렇지, 뭐.' 변명해 보기도 하고, '미안해, 사랑해.' 사과하면서 '너'의 이야기를 듣고 읽었다. 



올해 '수능'이 뜨거운 감자였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수능을 몇 달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능을 치렀다, 우리 아이들이. 

뭐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이지만 무엇보다 미안한 마음이 크다.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인 우리 아이들을 위한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책 속에는 그런 사회와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이 그려져 있다.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나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어느새 내년의 내 모습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킬러 문항 킬러 킬러] 작품들은 대부분 '성공'이라는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교육 현실의 치열한 경쟁과 그로 인해 망가져가는 아이들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살짝 결이 다른 작품들도 있어서 눈에 띈다.




킬러 문항 킬러 킬러

표제작인 장강명 작가님의 [킬러 문항 킬러 킬러]에서 우리 아이들에 향한 믿음과 희망을 읽었다. 소년은 '기만'이라 표현했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한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결승점을 한곳으로 정한 사회라 가능한 해프닝이겠지만, 씁쓸하고 웃픈 이야기였다. 

그리고 개성 넘치는 문체로 학생 인권에 관한 에피소드를 풀어낸 김현 작가님의 [김남숙]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지나간 일


정아은 작가님의 [그날 아침 나는 왜 만 원짜리들 앞에 서 있었는가]의 '나'와 서윤빈 작가님의 [소나기]의 '윤아'는 애처롭고 안쓰러운 캐릭터들이다. 아이들은 입시 경쟁에서 자기를 소모해가면서 오로지 '결과'에 집착한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 끝이 있을는지 답답하고 화가 났다. 



구슬에 비치는


박서련 작가님의 [다른 아이]와 지영 작가님의 [민수의 손을 잡아요] 담고 있는 메시지에 감탄한 작품이다. 짧은 분량의 글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그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러면 아이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이가 되나요?" 

"…… 다시 하면 되죠."





행복을 뒤로 미루지 마. 

지금 행복하고 싶으면 지금 행복해지는 일을 해.

- '김남숙' 중





이 말의 무게가 내 안에서 가벼워져 떠오르고 떠올라 입술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날, 그런 날을 기다려보련다. 


* 오늘날 교육 현실을 예리한 시선으로 그려낸 [킬러 문항 킬러 킬러]를 추천합니다. 



한겨레출판사 하니포터 9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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