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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걸작선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37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0월
평점 :
H.P. 러브크래프트
에드가 앨런 포와 더불어 현대 공포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러브크래프트의 대표 걸작 모음집이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러브크래프트 걸작선/ H.P. 러브크래프트/ 을유문화사
옮긴이 이동신 교수는 '러브크래프트의 세계를 움직이는 힘에 관한 다섯 작품'으로 칭하고 있다. '러브크래프티안'라 불리는 추종자를 둔 그의 작품 세계에서 모음집으로 엮을만한 작품들을 선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들어는 봤지만, 처음 그의 작품을 접하는 입문자로서 다섯 편 모두 독특하고 기이한 세계관을 지닌 작품들이었다.
작품을 즐기고 이해하려면 러브크래프트에 관한 배경지식을 갖춘 다음에 읽기 시작하면 좋을 듯싶다. 그가 살았던 시대와 그의 성장 배경을 알면 그가 그려낸, 초자연적인 공포를 품은 작품 세계를 더 밀도 있게 살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걸작선에 수록된 작품은 다음과 같다.
외부자(1921년작)
벽 속의 쥐들(19235년작)
크툴루의 부름(1926년작)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자(1930년작)
우주로부터의 색(1927년작)
러브크래프트 하면 '크툴루 신화'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크툴루의 부름>을 더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호러/위어드 픽션의 대가답게 '크툴루'라는 고대 신을 등장시켜 깊은 바닷물 속에 가라앉은 석조 도시를 다시 떠오르게 했다. 거대한 힘을 지닌 신적인 존재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과 두려움 그리고 광기를 그만의 문체로 풀어나가고 있다.
'기이한 이야기' 시리즈나 '에일리언' 등의 호러/위어드 픽션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대항할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거대한 힘 앞에서 특별한 능력이 없는 범인들의 정신과 육신은 온전하기가 힘들었다.
대부분 화자의 호기심으로 시작된 조사나 인터뷰들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공포보다 암흑 속에서 조여오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들이 인간의 상상력에 불을 지펴 소름이 돋고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기조차 무섭게 만드는 감각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벽 속의 쥐들>과 <우주로부터의 색>이 더 찌릿하고 오싹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벽 속의 쥐들>은 개인적으로 '쥐'가 가장 싫어하고 무서운 동물이라 감정이입이 더 잘 되었던 것 같다. 러브크래프트가 선사하는, 몇 세기가 지나도 피를 타고 흐르는 광기(?)를 다룬 서늘한 공포가 입맛을 씁쓸하게 하였다. 활자를 읽는 데도 소리로 전환되어 소름이 돋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게 만들었다.
<우주로부터의 색>은 활자를 시각적인 공포로 전환한 작품이었다. 아미의 시선을 쫓다 보니 어느새 그를 무너뜨린 공포에 압도되었다. 상상력 부족하지만, 친절하고 선량한 그가 이웃 네이엄 가족에게 닥친 불행을 감당해나갔던 그 짧은 시간으로 그의 인생은 무너져 내렸다. 운석 하나로 우주에 대한 공포를 퍼트린 러브크래프트의 상상력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광활하고 무한한 공간에 무엇이든 존재할 수 있으니까.
서브 컬처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러브크래프트를 이렇게 만나보았다.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공포를 선사한 그의 독특한 세계관에 이제 입문했다. 아직도 조여든 채로 펴지지 않는 심장이 열심히 뛰고 있다. 이 아찔한 공포가 옅어지는 날에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다시 펼쳐볼 것이다. 공포는 이런 것이다. 공포의 맛을 제대로 선사한 [러브크래프트 걸작선]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