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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읽는 동남아 - 동남아시아의 어제와 오늘을 이끈 16인의 발자취
강희정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평점 :
인물로 읽는 동남아/ 서강대 동아연구소/ 한겨레출판사
가까운 동남아의 낯선 인물들을 통해 동남아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가 보는 [인물로 읽는 동남아]이다.
열강의 제국주의 앞에 식민지로 전락하여 착취당한 지난한 시간을 이겨내고 독특한 문화와 민족주의를 간직한 동남아를 읽어볼 시간이다.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의 동남아 연작, 그 두 번째 이야기다. 자국에서는 유명하나 우리에게는 낯선, 자기 나라는 물론 주변 국가에까지 영향을 끼친 16명의 인물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파란만장한 시기의 인물들답게 굴곡진 삶을 살았다. 인물의 선정 기준은 선과 악도, 위대한 업적도 아니다. 어떤 의미로든 자신들이 처한 사회적ㆍ역사적 상황에서 작은 파장이라도 남기려 했던 사람들을 선정하였다고 한다.
폴 포트, 틱낫한, 아웅산.
16명 중 3명만 들어본 터라 저자들이 머리말에서 언급한, 서양에 치우친 인식과 사고의 불균형에 깊이 통감했다. 빈약한 배경지식이 민망하지만, 이번 기회에 가까운 동남아 인물들을 알게 되어 뜻깊은 경험이었다. 물리적 거리만큼 정서적ㆍ역사적 거리를 가깝게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열강의 제국주의에 맞서 독립과 근대화를 꿈꾸던 우리나라의 역사가 투영되어 울컥하기도 하였다.
인질이자 외교관이었던 '다라랏사미'의 전통을 기반으로 한 근대화 개혁,
EIDF2024 '폴 포트 댄싱'을 통해 알게 된 '폴 포트'의 그릇된, 광기 어린 이데올로기가 불러온 참극,
반전 평화의 표상이지만 정작 남북으로 갈라진 고국 베트남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틱낫한,
리콴유와 함께 강소도시 국가 싱가포르를 설계한 고켕스위의 경제적 생존, 자주국방, 실용적 교육을 추구한 철학,
한국전쟁의 참상을 담담하지만 연민 어린 시선으로 기록해나간 종군기자 목타르 루비스,
베트남의 영원한 장군으로 기억되는 보응우옌잡,
아시아 최초의 민족주의자, 첫 번째 필리피노인 호세 리잘.
여러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있었다. 서양의 사상으로 근대화에 눈을 뜨고, 독립을 향한 강한 투지를 불태우며, 민족이 온당한 대우를 받기를 바라는 염원을 지닌 인물들이 사회적ㆍ정치적 상황에 의해 비슷한 길을 혹은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기도 하였다. 순수한 이상을 좇던 인물이 급진적으로 변모하기도 하고, 민족을 위한 활동가였지만 폭력은 취하지 않았던, 마지막 순간까지 당당한 면모를 잃지 않기도 하였다.
격동의 시기를 온몸으로 부딪친 16명의 인물들의 삶이 동남아를 향하는 또 다른 문을 열어주었다.
한겨레출판사 하니포터9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