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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와 사람 ㅣ 사계절 민주인권그림책
조원희 지음 / 사계절 / 2024년 10월
평점 :
"모든 순간에 사람이 있었어."
호두와 사람/ 조원희 글·그림/ 사계절/ 민주인권그림책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시리즈로 알게 된 조원희 작가가 쓰고 그린 민주인권 그림책 [호두와 사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고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여전히 학대받고 버려지는 고통 받는 동물들이 존재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각박해져가는 세상에서 동물권의 무게를 절실히 실감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호두와 사람]은 조원희 작가에게 개 호두가 오기까지 대략 1년 4개월의 여정을 담고 있다. 사람에게 고통받은 상처가 서서히 사람에게 치유받아 아물어가 딱지 앉는 시간이라고 한다면 긴 걸까? 짧은 걸까? 그보다 그 길을 호두와 기꺼이 같이 걸어간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고 소중할 것이다. 호두의 고통을 아파하고 돌보아주려고 애쓰는 손길이, 마음이 가슴 저리게 고마웠다. 다행이구나. 가슴을 쓸어내렸다.
[호두와 사람] 그림책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힘을, 여백의 미를 새삼 되새겼다. 한 페이지에 그림과 글 몇 문장이나 그림과 몇 단어 혹은 그림만 있을 뿐인데 호두가 이겨낸 시간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단순하고 깔끔한 그림 속 호두와 사람들이 살아 숨 쉬듯이 상처와 불안, 두려움 그리고 사랑과 평온이 전해졌다.
한 사람이 아닌 많은 이들의 눈길과 손길이 닿은 덕분에 호두가 건강하게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이들이 어루만져 주었던 그 마음들이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녹이는 다채로운 온기가 되어주었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호두가 조원희 작가에게 스스로 다가갈 수 있었고, 배를 드러내고 누울 수 있고, 사람을 보고 반가이 뛰어갈 수 있었으리라.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을 이 기적 같은 아름다운 광경을 보게 해준 사람들의 연대에 고개 수그려 감사 인사를 전한다.
[호두와 사람]은 한 생명을 구하는 일에 다양한 도움이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입양'만이 아니라 수술한 다리가 나을 때까지 맡아주는 임시 보호, 수술비나 호텔비 등을 지원해 주는 의료비 후원, 직접 데리러 가기 힘든 보호자에게 데려다주는 이동 봉사 등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한 힘을 보태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망설이는 이들에게 좋은 정보이다.
호두의 이야기로 눈물을 쏟았지만, 마지막 눈물 끝에 미소를 지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아직도 세상에는 호두가 많이 있다. 호두가 호두가 되기 이전의 그들이 말이다. 생명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귀한 마음을 우리 모두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지금 우리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숨 쉬며 살아가고 있는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민주인권 그림책 시리즈는 우리가 사는 사회를 익숙한 시선이 아닌 다양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창구이다. 미처 닿지 않았던 사회의 사각지대를 마주하게 해주고,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져 다 같이 연대하여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이야기이다. 계속 좋은 의제로 우리를 자극해 주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