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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ㅣ 트리플 26
단요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8월
평점 :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단요/ 트리플시리즈26/ 자음과모음
단요 작가와의 세 번째 만남,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다이브'와 '수능 해킹'에 이어 접한 단요 작가의 또 다른 세계는 기묘하고도 경탄스러웠다. 현실을 마주하고 그 책임을 통감하고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길을 만들고 다지는 여정들이 이토록 다채로운 빛깔을 띨 수 있을까!
단요 작가가 이번 이야기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트리플 시리즈답게 파격적이고 난해하다. 활자와 문맥 사이에 깃든 작가의 진심 어린 뜻을 짚어나가는 길 위에 재미와 사유가 함께 한다.
트리플 시리즈는 3가지 이야기와 작가 에세이로 구성된다. 소설 1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소설 2 [제발!], 소설 3 [Called or Uncalled], 에세이 [토끼-오리가 있는 테마파크]로, 소설 세 작품 모두 SF와 판타지 그리고 제도권 문학의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기묘함을 자아내는 장르인 '슬립스트림'로 구분된다.
표제작인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은 뇌 상태로 존재하는 제약회사 건록 그리고 그와 몸을 공유하는 목향, 건록의 대리인 서장경이 등장한다.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미워서도 아니고, 그냥, 그냥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판단할 능력이 부족해서, 재미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인 건록이 벌이는 일련의 사건들이 흥미롭다. 정신을, 뇌 데이터를 업데이트한다는 설정은 익숙하지만, 머리만 존재하는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접속하여 삶을 영위한다는 발상은 독특하다. 재미로 자신을 '하느님'으로 속이고 목향에게 말을 거는 건록과 그의 존재를 어느 정도 눈치챘으나 괘념치 않는 아이 목향, 건록에 의해 죽을 뻔했으나 그의 곁에 남은 서장경의 관계가 복잡 미묘하다.
"슬슬 재밌어지려는데 벌써 포기하는 거야?"
소설 [제발!]은 구원과 죄 그리고 종교와 과학을 소재로 현실의 인류를 미래의 어디 시대에서 그려내고 있다.
"구원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죄가 필요했다.
그러니까 제발……"
가족을 떠나 '별의 안내자'라는 종교에 심취한 누나가 보내온 수표와 편지를 태워버리던 '나'는 어느 날 편지를 뜯어보게 된다. 누나의 죽음 그리고 남겨진 유산은 그를 연방을 떠나 별의 안내자 본부가 있는 브루클린으로 향하게 한다. '나'가 누나를, 아버지를, 어머니를 이해하고자 떠나간 여정의 끝에서 현실이 마술과 같다는 걸 깨닫는다. 속임수를 알아내려고 애쓰지 않으리라.
소설 [Called or Uncalled], 이 작품이 제일 난해했다. '나'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진실인지 환상인지 경계가 모호했다. 검은 머리 소녀, 누나, 검은 꽃들의 이미지가 교차하면서 도시를 바라보는 '나'가 떠오른다.
'재건을 위해서는 파괴가 필요하지만 최소한의 형체는 남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나는 기꺼이 끝까지 밀어붙이고자 마음먹었다. 망가진 세계를 어디까지 재건할 수 있을지는 어려움을 부단히 마주하려는 이들에게 달렸으리라.
단요적 슬립스트림이 보여주는 세계는 파괴적이면서도 내일을 바라보고, 거짓말 같으면서도 고통을 수반한다. 모두 떠나고 어둠에 잠긴 방에서 한 개의 머리는 그늘을 연습한다. 세상의 위기를 바라보는, 마주하는 더 나아가 오늘을 넘은 내일을 희망하는 단요의 문제적 이야기는 힘차게 퍼져나갈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