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 도시로 숨 쉬던 모던걸이 '스위트 홈'으로 돌아가기까지
김명임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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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한겨레출판



'신여성'에 대한 선망 그리고 <신여성> 잡지 자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는 예상을 초월하는 매운맛을 선사했다.



대중 여성잡지의 시원, <신여성> 발간 100주년을 맞이해 2005년에 출간되었던 [신여성 - 매체로 본 근대 여성 풍속사]를 개정하여 재출간하였다. 개정판은 100년 전 신여성을 통해 동시대 여성에게 말을 걸고자 무거운 학술지 분위기를 덜어내고 친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20년 전 그대로 오늘도 같은 고민을 한다.




"편재한 남성적 시선 속에서 분투한 

100년 전 신여성의 통증을 지금의 일상 안에서 

어떻게 승화시켜야 하는지 말이다."





근대잡지 <신여성>를 강독하기 위해 '연구공간 수유+너머'에 모여 연구한 필자들은 거리(밖)로 나온 신여성의 등장에서부터 집(안)으로 들어간 증발까지 쫓는다. 









모던걸의 등장 - 신여성 수난사 - 여학생의 탄생 - 대중문화의 첨병 - 은밀한, 그리고 폭로된 성 - 과학적 어머니 - 슈퍼우먼의 탄생 순으로 신여성의 등장과 활보 그리고 퇴장까지 살펴보았다. 그 시대적 상황과 분위기, 이해를 근대잡지 <신여성>을 통해 둘러보았다. 




'모던걸'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이 몇 명 있다. 윤심덕, 나혜석, 최승희. 당대 남성 지식인들처럼 교육을 받고 새로운 사상을 접한 여성 지식인들인 그들에게 세상은 한없이 좁고 답답했다. 친숙한 이들뿐 아니라 1920~1930년대 경성을 매료시킨 신여성 이야기를 기대했건만, 생각보다 세상의 잣대는 편협하고 치졸했다. 읽는 내내 답답한 기분이었다. 단순히 100년 전 시대에 한한 영역이 아니어서 더 그랬다. 여성이 사회적ㆍ경제적 주체가 된다는 게 얼마나 커다란 난관을 넘어서야 하는 일인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래서 10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현재에도 여성들이 분투를 멈추지 못하는 것일 테다. 









근대잡지 <신여성>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요지경이다. 우선 필진들의 구성부터 충격적이다. 당연히 신여성의 목소리가 다수일 거라 생각한 우를 무참히 부숴버렸다. 다수의 남성으로 구성된 주요 필진은 <신여성>의 성격이 여성 '주체'의 잡지가 아닌 여성 '대상'의 계몽 잡지였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남성 중심의 <신여성> 잡지에서 신여성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다. 남성이 경멸하고 질시하는 신여성을 대상으로 계몽하고자 쓴 글이 도리어 신여성의 욕망, 어법, 삶의 양식을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역 읽기를 통해 저자들은 욕망을 숨기지 않고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고자 밖으로 뛰쳐나온 '신여성'을 오늘날 우리 곁으로 소환하였다. 덧붙이는 글을 통해 100년 전 신여성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신여성을 두려워해 <신여성> 잡지를 통해 계몽하고자 했던, 동등한 사회의 일군으로,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던 남성들의 기득권과 모순을 열거하였다. 통탄스러운 시간들이 펼쳐졌지만, 출구를 찾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답을 찾고자 끊임없이 분투하는 이들의 걸음과 목소리에 반응하듯 새로운 발걸음과 목소리가 힘을 보탤 거라 믿는다.



한겨레 하니포터9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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