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료 전쟁 - 세계화, 제국주의, 주식회사를 탄생시킨 향신료 탐욕사
최광용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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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전쟁/ 최광용 저/ 한겨레출판


색다른 요리를 한 번씩 하는지라 향신료에 관심이 많다. 카시아, 시나몬, 통후추, 팔각, 강황가루, 페퍼론치노, 바질, 오레가노, 파슬리 등 여러 재료들을 구비해놓고 사용하고 있다. 제각각 맛과 향으로 풍미를 더해주는 향신료는 음식을 향유하는 즐거움을 높여준다. 하지만 향신료를 둘러싸고 벌어진 대항해 시대의 이권 다툼은 엄청난 충격이자 커다란 아픔으로 다가온다. 향신료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건 기나긴 항해를 떠날 뿐만 아니라, 방해되는 다른 이들을 가차 없이 해하는 모험과 탐욕이 뒤범벅된 이 역사는 세계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한겨레 출판사에서 이번에 출판된 『향신료 전쟁』의 저자는 독립 연구자 최광용 씨다. 

직업상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던 그는 특히 유럽,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서 지낼 때 현지인들과 교류하면서 그곳의 역사와 문화, 미식과 향신료에 큰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독학을 하면서 흠뻑 빠진 향신료의 역사와 매력을 공유하고자 집필하였다고 한다.

서적과 자료에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현지인들과의 교류하며 직접 보고 들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녹여낸 글이라 가독성이 높다. 











친숙해진 식재료인 향신료에 얽힌 인간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향신료를 선점하기 위한, 유럽 열강들의 미지 세계를 향한 호기심과 모험심 그리고 끝이 없는 탐욕과 폭력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잔인하고 부끄러운 민낯은 동남아시아 원주민들에게는 재앙이 되었다. 배를 타고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들은 처음에는 앞다투어 향신료를 원했고, 서로 다투더니 나중에는 무참히 살육과 약탈을 저질렀다. 그 참혹함에 우리 한반도에서 발생한 러ㆍ일 전쟁이 떠올랐다. 제국주의에 의해 희생된 수많은 이름 없는 존재들의 무게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후추 ·정향 ·육두구를 향한 유럽의 열망은 큰 변화를 일으켰다. 광활한 바다를 탐험하게 만들고, 주식회사를 설립하게 만들었다. 그 자본과 기술과 경험이 쌓여 세계가 연결되게 되었다. 맛을 향한 욕망이, 부를 탐하는 야욕이 세계를 하나로 만든 것이다.








향신료의 매력에 빠진 일반인이 독학하여 대항해 시대 제국주의 국가들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사를 이토록 예리하게 서술한 점이 흥미롭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네덜란드와 영국으로 패권이 이동하는 소용돌이를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잔혹 무도는 활자를 뛰어넘어 온몸에 소름 돋게 만들었다. 

여러 모험가들이 나왔지만, 역사의 평가 앞에 고개를 떳떳이 들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영국의 너새니얼 코트호프와 네덜란드의 얀 쿤이 기억에 크게 남는다. 동일한 목적의 두 이방인이 이토록 선명하게 극과 극을 이룰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이제는 여러 곳에서 향신료들이 재배되고 있다. 열강들이 독점하던 시절보다 교역·문화·음식 교류들이 활발해진 오늘날, 향신료의 매력과 역사를 한데 엮은 『향신료 전쟁』을 통해 맛을 음미하는 데 그치지 않게 되었다. 잔혹한 학살로 원주민 대부분이 사라지고 이주민들이 자리 잡은 그 옛날 향신료의 땅을 기억할 것이다. 



한겨레 하니포터9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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