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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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ly/ 스티븐 킹 지음/ 황금가지




스티븐 킹이 보여주는 상상 초월의 악. 그 악의 실체를 마주하는 순간 누구나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우리가 판단을 내리는데 영향을 끼치는 외부 조건이 얼마나 큰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지 절실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이들이 범인이다!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기준을 벗어난 '악'은 소설 초반부터 존재를 드러낸다. 스티븐 킹 작가의 과감한 이 설정은 범인 자체보다 범행의 원인이 이 소설의 큰 줄기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미 범인을 알고 사건을 쫓는 독자들조차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스토리텔링. 그 강렬한 흡인력에 홀려 홀리 기브니의 각개전투를 지켜보게 된다. 스티븐 킹의 매력 넘치는 캐릭터 빌 호지스가 죽음을 맞이한 이후, 파인더스 키퍼스 탐정 사무소 책임자가 된 '홀리 기브니'는 이번 사건에서는 주변 여러 사정으로 홀로 고군분투한다. 홀리가 지닌 매력과 능력이 단연 돋보였다.

소설 속 현재 2021년 7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사회·인종·정치 갈등을 고조시켜 이야기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록다운이 시행될 정도의 팬데믹에 제각각 반응하고 대처하는 이들의 모습은 아득한 과거 같으면서도 다시 급등하고 있는 코로나 발생률을 떠올리게 해 착잡했다.

코로나에 대한 극명한 이견 속에서 홀리의 파트너 피터 헌틀리는 입원하고, 어머니 샬럿 기브니는 죽었다.

코로나에게 가까운 이들을 잠식당한 홀리에게 사라진 딸 보니 레이 달을 찾아달라는 어머니의 의뢰가 들어온다. 상중이었으나 의뢰를 받아들인 홀리는 의뢰인 퍼넬러피 달에게서 평생 벗어나고 싶어 했던 어머니 샬럿 기브니를 보았다.

홀리는 이 사건 수사를 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한 시간과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한 샬럿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를 되짚어보았다. 사랑과 집착 그리고 소유욕이 뒤섞인 샬럿의 거짓말은 홀리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앨런이 그 사람들에게는 짊어져야 하는

십자가였으니까요."



보니의 실종사건 수사는 또 다른 실종자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뚜렷한 연결점들은 없지만 연쇄살인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홀리는 일반적인 연쇄살인의 규칙성이 보이지 않는 이 실종사건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윽고 80대 노부부에게로 다다르게 된다. 벨 대학의 명예교수인 로드니 해리스와 에밀리 해리스. 이들은 과연 레드뱅크의 살인마와 무슨 관계일까?


가끔 세상이 동아줄을 던져 줄 때도 있다.





소설은 기존 사건이 등장인물들에게 남긴 트라우마, 상처들을 보여준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을 경험한 이들이 감내하고 있는 고통과 공포를 마주하게 했다. 마치 이보다 더 끔찍한 악은 없을 거라는 듯이.

하지만 <Holly>의 악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 극강의 공포를 선사한다. 범인부터 범행 수법 그리고 범행 이유까지 예상치 못한 전개로 스티븐 킹만의 저력을 뽐낸다. 평범하면서도 기이한, 순수한 악을 노련하게 그려내어 인간의 뒤틀린 내면으로 궁극의 경악으로 우리를 몰아붙였다.





"포유류는 모두 자기 종족을 잡아먹어.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만 그걸 한심하게 터부시하지.

널리 알려진 온갖 의학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니 달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제롬과 바버라 남매의 이야기는 내일을 향한 희망을 꿈꾸게 한다. 그리고 실종자들을 찾으려 하고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그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에 사건을 풀 수 있었다.

세상에는 이런 끔찍한 악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당연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일깨운다. 그리고 끝이 없는 악에 맞서 싸우는 홀리가 있다. 이 마지막 문장이 가슴을 다시금 뛰게 만든다.




"여보세요, 홀리 기브니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Holly>가 선사한 공포와 흥분, 모순되는 두 감정으로 심장이 요동치고 있건만, 홀리 기브니의 또 다른 활약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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