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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캐드펠 수사 시리즈 1~5/ 엘리스 피터스/ 북하우스
완간 30주년 기념 캐드펠 수사 시리즈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BBC 드라마 <캐드펠>의 원작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새 옷으로 단장하고 독자를 찾았다. 색감의 대비로 단조로움을 피하고 초상화 중 눈 부분만이 드러나있는 표지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시리즈의 저자는 엘리스 피터스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훈장을 수여받을 정도로 영국 문학의 대가이다. 움베르토 에코가 큰 영향을 받았으며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고 평가받는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이다.
1977년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발표하며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선보였다. 중세 시대 영국의 한 수도원에서 허브 정원을 가꾸며 신을 섬기는 적요한 생활을 보내는 캐드펠 수사가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역사추리소설로, 총 21권이다. 장장 18년 동안 계속된 이 시리즈는 전 세계 각국에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역사와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울려 독자뿐 아니라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이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는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이다.
주인공 캐드펠 수사는 수도사가 되기 전 십자군, 해적선을 격파하는 배의 선장 등 다양한 모험을 한 인물이다. 그리고 식물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약제사이기도 하다. 만년에 신에게 귀의하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 생활을 하는 이 수사는 세상사에 해박하고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깊다. 그는 수사이기 전에 인간적인 매력으로 주변인들을 사로잡는다.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엘리스 피터스/ 북하우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첫 번째 사건은 '귀더린의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오는 임무 중에 발생한다.
1137년 슈주르베리의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로버트 부수도원장은 성인의 유골을 안치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던 중 종교적 열병이 넘치는 콜룸바누스 수사가 발작을 일으키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계시가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주장한다. 귀더린의 성녀 위니프리드의 샘물로 치료를 받고 유골을 가져오고자 한다.
로버트 부수도원장을 위시하여 팀을 꾸려 귀더린으로 향하고, 반대 진영의 단호한 입장을 마주하게 된다. 지위와 계급에 따라 사고하는 거만한 로보트 부수도원장의 비열한 회유책은 오히려 더 큰 갈등을 조장하고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반대 진영의 대표 격인 지주 리샤르트가 화살에 맞아 죽은 채로 발견되는데…….
생생하게 묘사된 생활상을 통해 중세 시대의 종교인들과 민간인들을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어 역사적 호기심을 키우는 이야기는 그 당시 종교가 일상에 미치는 방대한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지역, 인종, 계급, 성별에 따른 갈등과 반목이 극 전반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12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로, 시대상이 잘 반영되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편 갈등의 불씨는 탐욕, 권력, 허영 등 현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라 더 매력 넘치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수도복을 입든 평복을 입든 누더기를 걸치든,
그 속에는 똑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인간이
들어 있는 법이오. "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연민을 지닌 캐드펠 수사가 웨일스 인과 잉글랜드인, 사랑과 계급, 사랑과 종교의 대립으로 불거진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고자 동료들과 고군분투하는 과정들이 펼쳐진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균형과 배려를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은 자연스레 신뢰를 주고, 그를 중심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흐름은 놀라웠다.
"아드님은 부인께 온당하게 보답할 겁니다.
아드님이 속죄하는 동안 묵묵히 지켜보되,
아드님의 죄를 변명하려 애쓰지 마십시오.
아드님은 그에 대해 무척 고마워하고
사랑으로 보답할 겁니다."
진실되고 정의로우며 호방한 리샤르트 영주의 죽음에는 사랑하는 연인과 마음을 허락받지 못한 남자,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끔찍한 일까지 서슴지 않는 종교인이 얽혀있었다. 하지만 이 잔인한 비밀보다는 이를 정리한 캐드펠 수사의 방식이 더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 어느새 그가 추구하는 정의와 인간에 대한 연민에 이끌리게 된다.
진정한 기적이라면, 그 까닭 같은 건 있을 수 없으니까.
기적이란 이성과 합치될 수 없으니까.
기적은 인간의 인과를 초월하여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생겨나는 법,
합리적인 기적은 기적이 아니니까.
특이하고 괴상한 세상에서 캐드펠 수사가 펼치는 인간미 넘치는 기적,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